[BOOK世通 제주읽기] 필진들이 추천하는 '2017, 이 책' 

오늘 대한민국은 아프다. 제주도 역시 신음한다. 부패와 분열, 반목과 파괴로 병들어가고 있다. 정의와 치유, 소통과 상생으로 회복하는 ‘힘’이 필요하다. 정유년(丁酉年) 새날에 ‘책 읽기’를 권하는 이유다. 

책 읽기는 개인과 사회를 성숙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위대한 힘을 갖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독서는 생각을 바뀌게 한다. 생각이 바뀌면 말이 바뀌고, 말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사회가 변한다. 

책(Book)으로 세상(世)과 통(通)하는 제주를 표방하는 <BOOK世通, 제주읽기> 필진들이 '2017, 이 책'을 추천해왔다. 새해에는 부디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 혐오와 반목이 누그러든 우리 사회를 기대하며. 

서영표 교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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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엮음) 『신자유주의와 세월호 이후 가야 할 나라』 2016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응축되어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 어떤 나라를 원하는지,  그리고 그런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하는 작은 시도다. 세월호 이후 가야할 나라로 향하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곳을 향해 가야만 한다.
고영자 박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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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동규 지음 『연옥의 봄』 2016

정유년 새해에는 나의 ‘감각지수’를 체크하는 심정으로 시집 한 권 꺼내 들었다. 그 ‘감각’이란 황동규 시인이 죽어도 버리고 가기를 주저할 만큼 존재의 품위를 세우는 능력이요, 외로운 존재들끼리 사는 공동체의 적막한 아름다움을 향유하고자 하는 세계나 다름없다. 거기엔 시인이 기쁨과 고통을 기꺼이 껴안으며 달려온 삶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삶과 죽음을 아우른 숱한 질문들도 쏟아져 내린다. 

시인으로 등단한 이래 지금까지 58년 동안 시(詩)를 쓰며 그와 동행한 감각들은 신간 『연옥의 봄』(문학과지성사, 2016년)에서 절정을 향하고 있다. 이쯤이면 누구라도 ‘두 손으로 무릎을 탁 치게’(<무릎>) 될 정도로 그의 시는 경쾌하고 허허로우면서도 거룩하다. ‘피곤한 아스팔트 같은 삶의 피부에 비천상(飛天像) 하나 새기다’(<연옥의 봄 4>) 그 자유롭고 환희에 찬 가락과 율동을 차분히 그려보고픈 새해 아침이다. 
이유선 교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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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 『역주 매천야록 상, 하』 임형찬 옮김, 2005
길지 않은 근대 국가의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어렵게 얻어낸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는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친일과 군사독재라는 과거의 망령을 온전히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망국적인 부정부패의 고리는 정치영역과 경제영역간의 부당거래에 토대를 두고 있고, 부패한 권력과 그것을 등에 업은 재벌들의 전횡은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새로운 신분제 사회를 만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는 헌정질서가 흔들렸다는 점에서 위기이기도 하지만 과거의 적폐를 청산할 기회이기도 하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돌아갈 곳은 과거의 역사이다. 

『매천야록』은 구한말의 지식인인 황현이 1864년부터 19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일어난 역사적 사실들을 적은 책이다. 황현의 기록을 읽어가다 보면 오늘날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이 불과 100여 년 전에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황현은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보면서 절명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절명시에는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되기 어렵기도 합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망국의 위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지식인의 절망감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이 다시 망하지 않으려면 ‘글 아는 사람’들이 역사를 읽는 데서 출발해야 할듯하다.
노대원 교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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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미니크 바뱅 지음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양영란 옮김, 2007.

2016년은 기술의 역사에서는 알파고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한때, 인공지능의 위협은 SF 영화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 인공지능은 먼 미래의 낯선 것이 아니다. 어디 인공지능뿐일까. 기술과 결합한 인간은 어느 순간 더 이상 과거의 인간이 아니다. 그러한 미래의 인간, 인간 이후의 인간을 일러 우리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도미니크 바뱅은 해박한 지식과 문학적 역량을 발휘하여 포스트휴먼의 미래상을 멋진 과학소설을 써내려가듯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를테면, 포스트휴먼의 몸은 어떨까? 기계 장치와 생명 공학, 컴퓨터 기술이 인간의 몸과 결합하면 사이보그라고 부른다. 전자 심박 조절기, 인공 관절, 인공 피부 등 미국 인구의 10%는 이미 넓은 의미에서의 사이보그로 추정된다. 그러니 우리는 ‘이미’ 포스트휴먼이다. 포스트휴먼의 몸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인간의 몸이 아니다. 

대통령과 일부 특권층은 불멸과 영구적 젊음을 바라며, 법을 위반하면서 생명과학의 열매를 탐낸 적 있지 않던가. 첨단과학의 미래 역시 비판적 성찰 없이는 양극화의 디스토피아와 극도의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인문학적 독서는 이제 과거만을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야 한다. 희망을 건축하기 위해서, 미래학으로서 인문적 성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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