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3) 개헌보다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다 / 하승수 변호사(비례민주주의 공동대표) 

1000만 촛불의 함성과 함께 정유년 새해를 열었다. 세계가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한 위력을 주목하고 있다. 촛불민심이 원하는 바가 아바타 대통령을 몰아내고 그 부역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전부일까. 촛불민심은 그보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정치개혁, 선거개혁이 우선이라는 것이 중론일 것이다. 또, 국가권력이 아닌 국민권리를 강화하는데 있을 것이다. 30년 만에 가동한 개헌논의가 생산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이 구체화되면서 국가개조의 골든타임을 희석시키기 위한 협잡과 음모로 ‘개헌’을 만지작 하는 세력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개헌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하승수 변호사의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어떻게 볼것인가’라는 글을 세차례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방안

대한민국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 할 때, 헌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지역구 선거를 존속시키는 방식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선거법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선거법은 국회의원 절반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개정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한국은 1인2표 제도를 택하고 있으므로, 독일이나 뉴질랜드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쉽다. 지금처럼 유권자들은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행사하면 된다. 지역구 선거는 유지하므로, 지역 대표자를 갖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의 욕구에도 부합한다.

그리고 전체 국회의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런 방식을 제안했다(첨부1 참조).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되, 권역별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할 경우에는 유권자의 표심이 그대로 국회의석으로 연결되므로 가장 공정하다.

이 중앙선관위의 방안을 놓고 논의를 하며,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수정을 하면 된다. 중앙선관위 제안대로 권역별로 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전국단위로 의석배분을 할 것인지, 국회의석수를 그대로 할 것인지 늘릴 것인지 정도의 쟁점들은 있을 수 있다. 그런 쟁점들에 대해서는 논의를 하면 된다. 큰 틀의 방향이 정해진다면 세부적인 쟁점들은 충분히 조정가능하다.

# '선거권 만 18세' 등 선거제도 개혁의 과제들

이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도입도 자연스럽다. 국회에서 다양한 정당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러 정당들이 후보자를 내고 자기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게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헌사항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적 합의이다. 정치적 합의만 있다면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6년 8월에 권고한 또 다른 선거법 개정사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만19세로 되어 있는 선거권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것과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조항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부분도 선거법만 개정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하한이 만19세(다른 국가는 모두 18세 이하)이고, 세계 147개국의 선거연령은 만18세인 실정이다. 만19세 선거권연령을 규정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제안한 내용들도 있다. 선거일을 제외하고는 말과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고, 일반 유권자도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소품이나 표시물(손 팻말, 옷, 모자, 장갑, 풍선, 배지)을 입거나 지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공직선거법」 제90조와 제93조를 폐지하고, 선거 당일에도 인터넷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허용 등의 내용은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하는 내용들이다.

이런 내용들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논의하여 개정함으로써,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혁신의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 개헌논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이번 개헌은 개헌의 내용뿐만 아니라 개헌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졸속개헌이나 정략적인 개헌이 되지 않게 만들려고 해도,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민심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신이 실현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권자인 국민들이 개헌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는 당장 개헌내용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개헌절차부터 논의해야 한다. 국회의원들끼리 개헌특위를 만들어서 개헌안을 만든다면, 국민들의 민심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개헌절차법부터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첨부2>와 같이 <국민의 헌법개정안 작성과정 참여에 관한 법률(약칭 '국민 참여 개헌법')>이 필요하다. 이 법률은 최근 헌법개정을 한 아일랜드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만들어 본 것이다.

아일랜드는 66명의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과 33명의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통해 헌법개정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고, 지금도 이런 방식의 회의체가 운영 중에 있다. 이런 노력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필요하다.

<첨부2>의 법률안은 추첨시민회의(온오프라인 의견수렴 병행) ⇒ 초안작성특별위원회 ⇒ 국회발의의 단계를 밟도록 하고 있다. 꼭 이런 방식이 아니라 다른 더 좋은 방식이 있다면, 그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이번 개헌은 국회의원들끼리 하는 개헌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선전’이라는 시간에 쫓길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헌법에 대해 충분히 토론할 시간을 갖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끝. / 비례민주주의 공동대표, 변호사
 
◆ 첨부 1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방안(2015년 2월)

▢ 취지 : 선거구획정 관련 인구비례 기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인하여 국회의원 선거구의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당 지지도와 의석 점유율간, 시・도별 인구수와 의석수간 불비례성을 극복하고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것임

▢ 방안
❍ 총정수는 제19대 국회의원 정수 300명을 그대로 유지함.
❍ 전국을 지리적 여건과 생활권 등을 고려하여 6개 권역으로 구분함.
 [예시] ① 서울 ② 인천・경기・강원 ③ 부산・울산・경남 ④ 대구・경북 ⑤ 광주・전북・전남・제주
⑥ 대전・세종・충북・충남
❍ 총정수 300명을 권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함.
❍ 권역별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1 범위(±5%)에서 정함.
❍ 지역구는 현행과 같이 선거구별로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함.
❍ 비례대표는 권역별로 후보자명부를 제출하되, 지역주의 완화를 위하여 지역구 후보자의 비례대표 후보자 동시입후보를 허용함(여성 의무추천 현행 유지).
❍ 현행과 같이 전국 득표율 기준 3% 이상 득표 또는 지역구5명 이상 당선을 기준으로 의석을 배분할 정당을 정함.
❍ 권역별로 각 의석할당 정당에 배분할 총의석수를 확정함.
❍ 권역별로 확정된 총의석을 각 의석할당 정당의 득표율에따라 나누어 각 의석할당 정당별로 의석(지역구+비례대표)을 배분함.
❍ 각 의석할당 정당별로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권역별 비례대표 명부순위에 따라 당선인으로 결정
 - (지역구) 현행과 같이 다수 득표자 1인을 당선인으로 함.
 - (비례대표) 권역별로 각 정당이 제출한 후보자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인을 결정.

▢ 선관위 개정의견, 19대 총선 결과에 넣어보니 (단위: 석)
선관위가 내놓은 6개 권역별로 인구 비례에 따라 의석수를 배정하면 △서울 59석 △경기·인천·강원 98석 △부산·울산·경남 47석 △대구·경북 31석 △광주·전남·전북·제주 34석 △대전·충남·충남·세종 31석 등이다.

각 권역내의 의석수는 해당 권역에서의 정당별 지지율에 따라서 결정된다. 권역별 의석수를 종합한 결과 여권인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은 각각 138석, 9석으로 총 147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은 118석을 통진당은 33석으로 154석으로 야권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별 의석수
여권(147) 야권(153)
권역 권역별 의석수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서울 59 27 1 24 7
인천・경기・강원 98 45 2 40 11
대전・충북・충남・세종 31 12 5 11 3
대구・경북 31 23 1 5 2
광주・전남・전북・제주 34 4 0 24 6
부산・울산・경남 47 27 0 15 5
전국 300 138 9 119 34
 * 19대 총선결과 정당별 의석수 기준
** 출처 : 머니투데이 the300(2015.2.26)

◆ 첨부 2-국민의 헌법개정안 작성과정 참여에 관한 법률(약칭 ‘국민 개헌 참여법’) 초안

제1조(목적) 이 법률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존중하여, 국민이 헌법개정안 작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하여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국민의견 수렴절차의 개요) ① 국회의장은 헌법개정안 작성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추첨시민회의를 구성 운영해야 한다.
② 국회의장은 지역별 공청회와 인터넷 등을 통해 헌법개정안에 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③ 국회의장은 공청회, 온라인 의견수렴 결과를 추첨시민회의에 전달하고, 추첨시민회의에서는 이를 참조하여 헌법개정안에 담길 내용을 토론하여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④ 국회의장은 추첨시민회의의 의견을 전달받는대로, 헌법개정안 초안작성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구성·운영하여 헌법개정안을 작성하도록 한다.
⑤ 위원회는 헌법개정안 작성과정에서 이견이 있는 쟁점에 대해 텔레비전 방송토론 등을 진행하여 국민들이 쟁점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제3조 (추첨시민회의의 구성) ① 국회의장은 헌법개정에 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역, 연령, 성별을 고려하여 추첨한 100명 이상 200명 이내의 시민들로 추첨시민회의를 구성한다.
② 국회의장은 추첨시민의회 구성을 위해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주민등록정보에서 지역, 연령, 성별로 할당한 일정수의 예비후보자의 주민등록정보를 추출하여 전자파일의 형태로 송부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③ 제2항의 요청을 받은 행정자치부장관은 10일 이내에 주민등록자료를 국회의장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④ 국회의장은 제3항에 따라 송부받은 자료를 기초로 추첨시민회의 후보자를 정수의 5배수까지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정하여 순번대로 본인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추첨시민회의를 구성한다.
⑤ 추첨시민회의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는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의 실비와 회의참석수당을 제공한다.
⑥ 추첨시민회의의 회의는 참여하는 구성원의 사정을 고려하여 회의시간대를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4조(추첨시민회의의 운영) ① 추첨시민회의는 아래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1. 헌법개정안에 담길 내용에 대한 제안과 토론
2. 공청회, 온라인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들에 대한 토론 및 정리
3. 토론결과를 바탕으로 한 헌법개정에 관한 의견서 작성
4. 초안작성특별위원회 민간인 위원의 선출
② 추첨시민회의의 의장은 추첨된 시민들중에서 호선한다.
③ 추첨시민회의의 의장은 회의를 소집하고 진행한다.
④ 추첨시민회의는 필요한 경우 관련 전문가나 공무원들을 출석시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⑤ 국회의장은 추첨시민회의의 운영을 행정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
⑥ 추첨시민회의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추첨시민회의의 심의를 거쳐 국회의장이 정한다.

제5조(초안작성특별위원회의 구성) ① 국회의장은 추첨시민회의의 의견서가 제출되면, 헌법개정안 초안을 작성하기 위해 국회 내에 초안작성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라 한다)를 둔다.
② 위원회는 국회의원 11명과 민간인 위원 22명, 합계 33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국회의원인 위원은 국회의장이 국회내의 의석분포를 고려하여 선임한다.
④ 민간인 위원은 제3조에 의한 추첨시민회의에서 선출하되, 추첨시민회의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도 민간인 위원으로 선출될 수 있다.
⑤ 국회의원 중에 1인, 민간인 중에 1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호선한다.
⑥ 위원회에는 국회의원 위원 중 1명, 민간인 위원 중 1명의 간사를 둔다.
⑦ 이 법률에서 정한 것 이외의 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은 위원회에서 정한다.

제6조 (위원회의 운영) ① 위원회는 공개한다.
② 위원회는 필요한 경우에 관련 전문가나 공무원을 출석시켜 의견을 듣거나 자료제공 등을 요청할 수 있다.
③ 위원회는 위원 상호간에 이견이 있는 사항에 대해 쟁점별 토론을 진행하며, 이 토론은 텔레비전 방송 등을 통해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한다.

제7조 (헌법개정안 기초안의 확정) ① 위원회는 헌법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친 후, 기초안을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확정한다. 다만, 위원 상호간에 이견이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소수의견을 표시하여 첨부한다.
② 위원장은 확정된 기초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며, 국회의장은 이를 국회의원 전원에게 회람 발제문 1.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 어떻게 볼 것인가? 17
하여 찬.반을 묻는다.
③ 국회의원의 찬성의견이 과반수를 넘어설 경우에, 국회의장은 기초안을 헌법개정안으로 발의하여야 한다.
제8조(실비지급) 위원회의 위원, 회의에 참석한 관계전문가 등에 대하여서는 여비와 수당을 지급한다.

부칙
제1조 (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하승수 변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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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였지만, 10년째 휴업중입니다. 국립제주대학교 교수를 지냈습니다. 참여연대,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같은 단체에서 활동했고, 2011년 가을부터 5년간 녹색당 사무처장,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지금은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전면개혁하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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