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충홍 위원장(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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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충홍 위원장. ⓒ제주의소리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특별자치도는 분권과 지방자치 강화를 통해 도민의 복지를 증진하고 동시에 국가발전에 기여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난 특별자치 10년을 돌아보면 ‘도민의 삶의 질이 빠진 외형성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주 예산규모는 약 2배로 커졌고, 인구는 약 10만명이 증가했고, 관광객은 약 3배 증가하는 외형적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장의 과실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주택공급률은 111%로 증가했으나 자가율은 56%로 오히려 떨어졌고, 고용의 질은 상용직 비율이 42.3%에서 37.3%로 떨어졌습니다. 임금 수준도 전국 평균 대비 82.2%에서 75.1%로 하락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행정시장 인사청문회, 예·결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 의정 활동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서 분석한 결과, 도민 요구에 대한 행정의 대응성과 책임성, 지역 발전을 위한 행정의 적극성 등이 많이 약화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27일 특별자치도 출범 10년 도민중심의 행정체제개편 대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행정시장의 짧은 임기와 잦은 교체는 복합 민원과 지역 발전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안은 행정시장 직선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 도민사회 합의와 정부 절충 과제

제주의 재정 규모는 제주 경제 규모의 약35%를 차지합니다. 2015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15조 4000억원이며, 재정총액은 5조 4000억원입니다. 약 7000여 공직자 규모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제주 발전에 공직 사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오로지 도민과 지역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제주의 미래를 자연스레 낙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도내 공공 영역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행정시의 수장을 적어도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직접 임명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크게 행정시장 직선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란 두 가지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는 해당 행정구역이 법인격을 갖고 주민이 지역의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데 분명 이상적입니다. 다만,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당장 일반법인 지방자치법을 적용받는 사항이기 때문에 제주특별법에 반영된 특례 사항을 전면 재검토해야하는 과제를 풀어야합니다. 교육의원 폐지가 불가피하고, 비례대표 정수축소 등 도의원 정수조정, 공무원 정원·인사·조직 등 행정분야 특례는 반납해야 하며, 세율조정권과 선박등록특구제도 등 재정확충 관련 특례 유지를 위해 중앙정부와 줄다리기를 해야 합니다. 

제주특별법에 가져온 주민자치 권한인 주민자치위원회 및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은 일반법 규정적용에 따라 특례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그동안 가져온 4537건의 특례 유지를 위해 중앙정부와 협상을 벌여야 하며, 결과적으로 특별자치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돼야 합니다. 

한편 행정시장 직선제는 특별자치도 범주 내에서 도지사 주요 권한인 자치사무, 인사, 예산규모 등 도민 합의에 의해 제주특별법 또는 조례에 반영해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행 행정시 체제는 시민들의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행정의 적극적인 대응성, 책임성 미흡 등 개선의 필요성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미 민선 5기에서도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추진하면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습니다. 당장의 문제점 해결 방안부터 이상적인 방안으로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논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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