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장 공모 우려...'시장상황 엄중' 혜안의 리더십, 소통·화합의 리더십 절실 

a1.jpg

제주도개발공사는 물(지하수)로 먹고 산다. 삼다수를 빚는 이 물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다. 공공자산이라는 얘기다. 당대(當代)의 것 만도 아니다. 고갈을 막아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 섬과 지하수는 그 자체로 한 몸이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까지는 아니어도, 이런 점에서 지하수를 상품화한 것은 후대에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공공의 부존자원에 손을 댄 것은, 불경(不敬)스런 면이 있을지 몰라도, 부가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일부는 외려 지하수의 난개발을 막기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부가가치 측면에서 보자면, 1998년부터 시판된 제주삼다수는 그 역할을 어느정도 해냈다. 우선 매출이 장난이 아니다. 2015년에만 2330억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은 590억원이었다. 시장 점유율은 또 어떤가? 삼다수는 이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국내 1위 생수로 입지를 굳혔다. 순익은 고스란히 제주도의 수입으로 귀속됐다. 일찍이 토종기업 중에 제주도개발공사에 견줄 효자기업이 있었던가? 

기능성물질을 다량 함유한 천연 화산암반수. ‘신이 내린 선물’ 탓이 컸으리라. 여기에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세했고, 구성원들의 피땀도 더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선두를 달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시장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경쟁업체의 도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생수 이후의 그 무엇’은 논외로 치더라도, 삼다수도 더 이상 ‘가치’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화합과 소통의 기반 위에 조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덕장(德將)의 리더십도 필요하다. 정치적 외풍은 더 이상 발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뜬금없이 웬 리더십 타령이냐고 할 수 있다.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진행중인 제주도개발공사 차기 사장 공모가 너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공모 때면 피어오르는 ‘OOO 내정설’ 자체를 문제 삼자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당사자의 면면이다. 이번 공모엔 4명이 응모했다. 도청 안팎에선 최종 임명권자인 원희룡 지사가 두 명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중 한 명은 고위공직자 출신 A씨다. 

먼저 전제를 깔아두자. 전직 공무원이라고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으로 가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공직자 시절 부침을 겪으면서도 요직이란 요직은 두루 꿰찼던 A씨는 도리어 퇴임 이후 구설이 많은 경우다. 

민간인 신분인데도 도청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각종 기관장 공모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다. 도청 내에 그의 패밀리가 존재한다는 소문도 있다.  

타박할 일은 아니지만, 선거판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4.13총선 당시 그는 과거 자신을 중용했던 전직 모 도지사와 함께 선거캠프를 들락거렸다.  

공무원 재직 때는 소통에 반하는 인물로 지목돼 수모를 겪기도 했다. 제주도의회와의 ‘예산전쟁’을 주도했다가 궁지에 몰려 결국 사과하는가 하면, 국장-시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해군기지 추진을 강행한 인물로 꼽혀 원 지사로부터 ‘진상조사 업무 배제’를 당하기도 했다. 

본인은 억울해 할지 모르겠으나, 이런저런 구설 만으로도 자신이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에 적합한지 되새겨볼 이유가 충분하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원 지사가 A씨를 눈여겨보는 것이 차기 지방선거를 의식했다는 시각도 있다. 

‘잘 나가는’ 삼다수에 가려 항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제주도개발공사는 내부적으로 어느정도 곪아있다. 자신을 발탁해준 지사에 따라 내편네편으로 갈려 웬만해선 조직 융화가 어렵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른바 ‘제주판 3김시대’의 그림자를 아직도 채 걷어내지 못한 셈이다. 저의가 의심스런 내부고발도 적지 않다고 한다.                

원 도정 들어 민간인 출신이 사장으로 오면서 지긋지긋한 폐단의 고리를 끊는가 싶더니, 그마저 감사원 감사의 여파로 중간에 낙마하고 말았다.   

한때 관피아란 말이 유행했다. 그리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관피아는 지금도 엄연히 존재한다. 도청 전직 간부가 건설업체 등에 똬리를 틀고앉아 그 업체의 민원해결사 노릇을 하는 경우다. 그들에게 환경보전이나 난개발 방지는 안중에 있을리 만무하다. 

그러잖아도 제주도는 관료사회로 통한다. 공직 내부는 물론 그 밖의 영역에서도 공무원 또는 공무원 출신들이 막강한 파워를 구축했다는 뜻이다. 

원 도정 체제에서 그 색채가 더 짙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그 파워가 제주 발전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한다면 또 모르되, 솔직히 여태까지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측면이 강했다. 이미 '2김'의 측근 관료들은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을 지냈다. 이번엔 나머지 '1김'의 차례인가?

제2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할 ‘도민의 기업’까지 음습한 관료문화에 물들게 해서는 안된다. 더이상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은 잊혀지길 두려워하는 전직 관료들의 '철밥통'으로 놔둘 수 없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지금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편집국장>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