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 제주 탁발순례 나흘째

어제부터 날씨 때문에 걱정했던 이유일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늘을 보았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미 밖에는 나뭇가지가 흔들흔들 할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제주는 바람과 비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처음 맞는 바람과 비이다. 그래서 순례단은 단단히 비옷을 챙겨서 어제 숙소를 내주신 원불교국제수련원에 등불과 책을 드리고 길을 나셨다.

어제 멈추었던 내성리 방사탑에서 순례단은 검정비옷과 파란비옷을 입기 시작했다. 꼭 입었던 폼이 제비와 팽귄 같아 다들 한번씩 웃는다.

아침에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단지 한방울, 한방울 우리게 인사만 할 뿐이었다.

▲  모진 비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러나 탁발순례단을 환영하는 현수막은 우리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9:50분쯤 우리는 애월읍사무소에서 진형찬읍장님을 만났다.
애월읍은 가구수-9,191가구(농가 54%) 인구수-26,607명(남 13,407명, 여 13,200명)이다.교육시설에는 유치원이 9곳, 초등 9곳, 중학교 3곳, 고등학교 1곳, 특수학교 1곳, 대학교 1곳으로 총 24곳의 교육시설이 있었다. 그리고 지역특성으로는 광활한 산야, 풍부한 어장, 다양한 유적이라고 한다.

애월읍의 큰 소득원으로는 감귤농사 이며 앞으로 감귤농사를 줄여서 질적으로 좋은 감귤생산을 할 예정이란다. 다음으로는 취나물, 양파, 마늘 등 채소류가 많다고 하셨다.

도법스님께서는 ‘생명평화탁발순례’에 대한 설명과 지리산 다음으로 제주도와 온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그리고 ‘평화의 섬’으로의 제주도의 기대도 말씀하셨다.

도법스님께서 읍장님께 제주도가 ‘평화의 섬’의 정책적 방향을 잡았는데 애월읍에서 어떤 활동을 하냐는 질문에 읍장님께서는 “일선에서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어려운 질문이네요”라면 웃으신다.

그리고 북제주에서는 ‘학교 살리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었다. 폐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다세대 주택을 건설해서 자녀 2명이상부터는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애월읍도 골프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어졌다. 이곳에서 골프장이 5개인데 3곳은 건설중이며 1곳은 운영중이며 1곳은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은 임야 면적 5%를 이내이며 지금 애월읍은 5%가 모두 채워졌다고 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7%까지 올려 달라고 한다.
사람의 욕망이란 끝없는 듯 하다. 7%가 되면 또 10%가 되지 않을까?

▲  순례단의 뒷보습이 강한 바람이 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읍장님과 간단한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셨다.
빗방울은 한방울씩이다. 바람도 쌀랑쌀랑 분다.
이렇게 첫 번째 휴식터를 찾았다. 한담해수욕장이었다.
이곳에서도 한쪽은 건물을 세우고 또 한쪽은 산책로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문제들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물허벅여인상’이라는 것을 만났다. 물허벅이란 이 고장 상수도 시설이 없던 시절 식수를 길어 나르던 생활의 도구이며 물허벅을 등에 진 제주여인상을 우리 선인들의 근면함과 애환이 깃든 생활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우리는 길을 나셨다.

아침 일찍 순례를 시작해서인지 무지 배가 고프다. 춥고 배고프다.
이때 우리의 길목을 지키고 계시던 함림2리 강찬욱이장님이 점심을 탁발해주신다고 하셨다. 하지만 점심까지의 목적지가 있어서 힘내어서 걷고 나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보니 바람소리가 아주 거센소리가 들렸다. 밖에 나가는 것이 자신이 없어진다.
빗방울도 굵어졌다. 이렇게 우리가 비를 맞아본 기억이 있던가?
도시 속에서는 우산에 자동차에 항상 비를 피해 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비를 맞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센 바람과 함께 비가 올 때면 아프기도 했다.

순례단은 모처럼 지나가는 차가 많아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제주시민들도 손을 흔들면서 다시 한번 우리를 보았다.
한참을 걷고 나서 우리는 두 번째 휴식터를 ‘귀덕2리’ 정류장으로 잡았다. 이것도 잠시다. 추워서 오랫동안 앉아 있지도 못한다. 송정희(영상)님이 춥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마을을 지나서 도로를 지났다. 사람들 발걸음도 무겁다. 바람도 우리의 몸을 감싸는 바람에 힘이 들었다. 그런데 왠일인가 순례단이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그리고 하나 둘 웃기 시작한 것이다.

저 멀리 “환 생명평화탁발순례 영”이런 현수막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현수막들은 바람에 떨어져서 나풀거렸다.
그런데 우리의 현수막 짱짱하게 걸려있는 것이다.
순례단은 감사의 마음에 잠시 그 자리에서 비를 맞고 입안 가득 웃음을 지어본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걸었다.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고 바람은 더욱 거센 바람이 분다. 이곳은 제주도다.
바람도 많고 비도 많고 제주도에 온지 4일만에 몸으로 체험을 했다.
우리는 너무 추워서 잠시 쉴 곳을 찾았다. 순례단 모두 동사무소라고 생각하고 문 앞까지 갔는데 교회표시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1층은 수원리청년회이고 2층이 교회란다. 그래서 청년회에서 따뜻한 쉴 곳과 물을 제공해 주신 덕에 몇분은 담배로 몸을 녹이는 분, 수건의 물기를 짜는 분, 간식을 먹으며 짧은 휴식을 가졌다.

또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걸었다. 이젠 길가에 정류장도, 상점도 없다.

*오늘 일기는 탁발순례단의 '홍상미'님이 써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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