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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조천읍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자유.법치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에 연사로 나선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 ⓒ제주의소리

6일 항일운동성지서 ‘박근혜 탄핵반대’ 시국강연…“국정농단사태 공무원·민주당 탓”

6일 제주 항일운동의 성지인 조천읍 제주항일기념관에서 열린 ‘자유·법치사회 회복을 위한 시국강연회’의 주연은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였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강연’에 나선 그는 “5.16은 혁명”,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전두환, 전두환은 배짱 좋은 사람”, “국정농단 사태는 공무원들 책임”, “최순실 사태의 원인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등의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민선·관선 제주도지사를 지냈고, 지난 2014년 제주도지사 선거 때는 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제되지 않은 ‘막말’을 쏟아내자, 도민사회가 받은 충격파는 예상보다 컸다.

전날(5일)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강연 내용을 예단하지 말라. 쓸데없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던 신구범 전 지사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박비어천가’(박정희·박근혜 찬양)를 부르기 시작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 그는 판사출신 아들(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법률적으로는 탄핵사유가 안 된다. 그러지만 촛불 때문에 탄핵이 된다고 했다”고 말을 옮기며 탄핵반대(태극기) 집회에 참가하게 된 경위부터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도민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516도로명’ 개명운동과 관련해 “명칭은 역사다.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역사이고, 제주도개발의 시작”이라며 감귤나무를 심게 된 것, 어승생수원지를 조성하게 된 것, 삼다수를 개발하게 된 것 모두 ‘박정희 작품’이라고 추켜세웠다.

심지어 신 전 지사는 광주5.18 양민학살로 처벌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가장 존경하는 사람, 배짱 좋은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전두환을 좋아하는 이유로 대통령 재임기간 중 높은 경제성장률과 장관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한 리더십 등 2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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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반대 시국강연에 항의하고 있는 4.3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제주의소리
정작 본인이 하고자 했던 말들은 이후부터 쏟아졌다.

국정농단 사태를 말단 공무원 책임으로 돌리는가 하면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신 전 지사는 “K스포츠나 미르재단 문제, 장차관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주무관들이 뛰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이건 안되는 거다 아니면 거부해야 한다. 지금은 80년대도 아니고 공무원들 책임”이라고 말단 공무원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특검에서는 맨날 불쌍한 장차관만 불러다가 조진다”라고 엉뚱한 논리를 폈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민주당을 향해서는 더 거침이 없었다. 신 전 지사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 지난해 12월16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신 전 지사는 “최순실 사태가 터졌을 때 김무성 의원이 최순실 모르는 사람 어디 있느냐고 했다. 야당에서도 다 알았다”면서 “야당은 국정감사 3년 동안 하면서 뭘 했나. 그런 정보력을 가지고 어떻게 나라를 맡길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멍청한 새누리당은 그냥 항복했다. 민주당을 조졌어야 했다. 그런 배짱 있는 지도자들이 없다”고 한탄조로 말을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도지사를 했을 때 도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는데, 끝나고 나니 4인방이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저는 전혀 몰랐다”며 “저는 박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한다. 최순실 혼자서 장난칠 수는 없다. 부하들 중에 얘기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라고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

육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념전쟁을 부추기까지 했다.

그는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대한민국은 신 삼국지가 된다. 한반도는 북한과 탄핵 인용파, 탄핵 기각파가 나뉘게 된다. 우파나 좌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어차피 전쟁은 시작”이라고 했다. “의병에 들어온 게 겁나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빠지라”며 흡사 전쟁터에 나선 소대장을 연상케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자유와 법치다. 자유민주주의 통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한 내에서 남북전쟁이 불가피하다. 제가 이렇게 늙었지만 내 나라를 위해 싸울 용기는 가지고 있다”며 참석자들을 ‘선동’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육사 출신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강연 말미에 그는 4.3유족들을 향해 비수를 꽂기도 했다.

신 전 지사는 “지난 토요일에 집회를 갔는데, 촛불과 태극기가 게임이 안 되더라. 오늘 행주치마 부대들이 없었으면 기가 죽을 뻔 했다”고 말했다.

이날 탄핵반대 시국강연회가 열리는 동안 양윤경 회장 등 4.3유족 30여명은 “4.3을 왜곡한 서 목사의 강연이 이곳에서 이뤄진다는 게 문제다. 이곳이 어떤 곳이냐. 탄핵 반대를 외칠 장소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양윤경 회장은 지난 2014년 도지사선거 당시 신구범 전 지사의 러닝메이트(행정시장)였다. 선거전 내내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同志)에게 비수를 꽂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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