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7024.JPG
▲ 왼쪽부터 조약골, 한진오(소도리팡), 김동현(소도리팡), 위성곤 국회의원, 강경식 제주도의원, 신용인 교수.
‘강정이 외치다’ 샤우팅 콘서트에서 “주민 피부 와 닿는 갈등 해결 방법 강구해야”

10년 넘게 제주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마을 공동체마저 산산조각 나버린 강정마을이 해군의 구상권 34억5000만원 청구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13일 오후 2시부터 강정마을회 주최로 샤우팅 콘서트 ‘강정이 외치다’가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열렸다. 사회적협동조합네트워크 ‘제주로’가 주관하고, 팟캐스트 ‘소도리팡’의 진행으로 강정마을 구상권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1부에서는 소도리팡 출연진 김동현, 한진오, 강성일씨와 함께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부회장, 정영희 여성위원장이 출연해 해군기지로 인한 강정마을의 갈등과 해법을 모색했다. 

주민간 찬·반 갈등, 구상권 청구로 인한 어려움, 각종 벌금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왔고, 몇몇 방청객들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2부에서는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과 강경식 제주도의원(무소속, 이도2동 갑), 신용인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연했다. 강정마을이 지역구인 현정화 도의원(바른정당, 대천·중문·예래동)도 객석에서 자리를 지켰다. 

2부는 해군의 구상권 철회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위 의원은 “당선된 이후 구상권 철회 촉구 결의안이 165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받아 국방위원회에 상정했고,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새누리당 측에서 폐기를 논하고 있지만, 다른 정당 의원들을 계속 설득해 오는 16일 국방위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촉구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본회의에 상정돼 과반수로 촉구결의안이 통과되면 국방부와 해군에도 구상권 철회에 대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 교수는 “단순히 구상권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해군기지 진상규명·피해규제 조례를 만들어 국가 폭력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피해자가 누구인지 조사해야 한다. 그것을 근거로 제주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 논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 의원은 “도의원들 사이에서도 구상권 철회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또 도의회 차원에서 강정마을을 지원하는 조례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다만, 해군기지 진상조사 등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는 주민들이 지원을 받기 거부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수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IMG_7027.JPG
▲ 이날 토론에서는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해군기지 구상권 청구 철회를 놓고 정치권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고조되기도 했다. ⓒ제주의소리
구상권 철회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언급됐다. 강정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구상권 철회와 관련해 피부에 와 닿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 교수는 “강정마을 문제를 접하면서 정치에 불신이 생겼다. 지도자들이 (구상권 철회에 대한) 의지만 있으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데, 의지가 없다. 독하게 마음먹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 득표를 고민하고, 계산하기 때문에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위 의원은 “지난 10년간 강정 주민들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하고, 정치인들도 비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그동안 노력을 매도하면 안된다”고 반박하자, 신 교수는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알면 매도가 아니”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자 강 의원은 “(그런) 지적은 다 맞다. 하지만, 이 자리는 서로간 의견을 논의해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위 의원은 “국회는 지방 의회와 달리 정당의 색이 짙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두번이나 발의했지만, 대화가 불가능했다. 중앙정치의 현실이다.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서명하고 싶은 의원들도 정당 색 때문에 서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신 교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해군 내부에서도 구상권 청구가 과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구상권을 철회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해군 입장에서는 구상권 청구가 해군기지 문제 관련 전술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맞춰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시작이 진상조사라고 본다. 제주도 차원에서 진상조사보고서가 나오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가 있으면 좋겠지만, 현 정권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위 의원은 “현재 국방위에서 촉구결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다른 정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려 한다. 현실적인 노력 중의 하나”라고 정치권에서도 노력하고 있음을 피력했다. 

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강정마을 평화활동가 조약골씨가 “강정 주민들이 피부에 와 닿는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정치인들이 ‘해군이 구상권 청구를 해도 마을 주민들은 걱정하지 말라. 다른 방법으로 다 해결하겠다’며 방법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IMG_7054.JPG
▲ 문정현 신부가 '최선을 다해 강정마을 문제에 대해 노력했나'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강정마을에 거주하며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해온 문정현 신부가 “매일 해군기지 앞에서 미사를 하고 있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최선이냐고 누가 물으면 쉽게 답하지 못하겠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함께 뭔가 만들어내야 하고 주저하지도 말자”고 당부했다. 

한 강정마을 주민은 “지난 2007년부터 정권이 두번 바뀌었다. 국회의원도 바뀌었지만, 강정마을은 그대로다. 강정 주민들은 정치권을 믿지 못한다. 국가, 국방부, 해군의 문제도 있지만, 제주도와 도의회도 잘못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도에서 입지를 정하고,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나. 또 강정마을 절대보전구역을 해제한 것이 도의회 아니냐”며 “제주도와 도의회가 강정마을 문제를 껴안아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신부와 강정 주민들의 발언이 끝나자 위성곤 국회의원과 강경식 도의원 등 정치인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사회자가 “정말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었던 자리”라고 말하며 샤우팅 콘서트는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