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위기의 곶자왈] ①치솟는 땅값에 동시다발 건축...기초적인 훼손 통계도 없어

부동산 광풍에 따른 각종 개발행위로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골재 확보를 위해 곶자왈 숨골에 채석장이 들어서고 대규모 개발사업도 여전히 숲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가 곶자왈 실태조사와 보전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호와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의소리>가 곶자왈 파괴 현장을 둘러보고 보존을 위한 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부동산 광풍 속 제주의 허파 곳곳이 초토화
②다시 그리는 제주 곶자왈 지도 ‘위기의 경계지’
③청정과 공존의 제주도 곶자왈 보전 근거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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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의 한 임야. 곶자왈 지역에 건축신고가 이뤄져 단독주택을 짓기위한 지반공사로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조천읍의 한 임야.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아보니 낯익은 곳이 먼저 눈에 띄었다. 지난해 5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방문한 산림훼손 의심지역과 불과 5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폭 3m 안팎의 시멘트 길을 사이에 두고 7개월 전 방문한 곳과 제보를 받은 지역이 연이어 시야에 들어왔다. 지난해 찾았던 곳으로 자연스럽게 발이 먼저 옮겨졌다.

나무를 헤치며 숲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해 누군가에 의해 잘려나간 나무들이 그대로 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나뭇가지들은 한곳에 쌓이지않고 곳곳에 흩어진채 널브러졌다.

손바닥 만한 두께의 나무도 맥없이 잘려나갔다. 기둥에는 톱으로 자른 흔적이 역력했다. 주변 일부 나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빨간 줄이 어깨높이 기둥에 묶여 있었다.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나무들이 집중적으로 잘려나가면서 울창하던 숲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공터로 변했다. 바닥에는 이끼를 품은 돌들이 이곳이 숨골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숲에서 나와 시멘트길 맞은편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돌무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곧이어 나무무덤이 펼쳐졌다. 바로 옆에는 건축허가 표지판이 자리를 잡았다.

중장비가 오가면서 숨골을 품은 바닥은 자갈밭으로 변했다. 나무는 뿌리 채 뽑히고 기둥은 잘려나갔다. 연면적 84㎡의 단독주택을 짓기 위한 지반공사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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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5월 촬영한 제주시 조천읍의 한 임야. 곶자왈 지역 내 나무들이 누군가에 의해 잘린 모습이 역력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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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다시 방문한 제주시 조천읍 곶자왈의 모습. 나무들이 잘려나가면서 공터가 생겼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 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보전관리지역이다. 제주특별법상으로는 경관보전지구 3등급,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 지하수보전등급 2등급에 속한다.

제주특별법 제295조와 제주도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10조 따라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 지역은 3만㎡ 이하의 토지면 30% 범위에서 산지전용과 토지 형질변경이 가능하다.

해당 부지는 제주 4대 곶자왈지구 중 하나인 ‘조천-함덕곶자왈지대’에 속한다. 교래리 지그리오름 주변에서 분출된 용암류가 지나며 퇴적층과 용암류가 혼재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곶자왈의 곶은 ‘숲’,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풀어쓰면 숲이나 덤불을 포함하는 식생지대로 해석할 수 있다. 지형적으로는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크고 작은 암괴지대다.

제주도 전체 면적 1848.44㎢의 5%인 92.56㎢가 곶자왈이다. 난대림과 온대림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숲을 형성하고 있다. 수백년간 벌채 등의 영향으로 2차림 특성도 갖고 있다.

상당수 곶자왈이 원시림에 가까운 생태적 가치를 지녔지만 최근 제주에 불어 닥친 부동산 개발 열풍으로 곳곳이 훼손되며 파헤쳐지고 있다.

2000년 이후 제주영어교육도시와 골프장 건설 등으로 대규모 곶자왈이 훼손됐지만 최근에는 시사차익을 노린 이른바 쪼개기 등을 목적으로 한 환경파괴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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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곶자왈. 나무 수백여그루를 자르고 불법 산지전용 한 50대는 최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토지주는 이른바 쪼개기로 땅을 되팔아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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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임야. 불법산지전용후 복구명령이 내려졌지만 곶자왈은 본 모습을 잃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 지하수보전관리계획(2000년)에 근거해 지리정보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는 곶자왈 전체면적 109.86㎢ 중 개발이 제한된 생태계보전등급 1~2등급은 19.8%에 불과하다.

나머지 88.06㎢, 80.2%는 건축신고가 이뤄진 교래리 임야처럼 제한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생태계보전등급 3등급 이하 지역이다.

일부 부동산업자들은 곶자왈 지역 내 개발행위를 위해 나무를 몰래 잘라 생태계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입목본수를 기준치 이하로 줄이면 개발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주시 조천곶자왈에 속하는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임야에 중장비를 동원해 팽나무 등 수백여그루를 자르고 불법 산지전용 한 50대가 법원에서 실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 남성은 제주지역 부동산 땅값이 오르자 분할 매도를 목적으로 2015년 8월 곶자왈 지역내 3필지 3만7570㎡를 17억원에 매입하고 토지 쪼개기를 거쳐 28억원에 되팔았다.

불과 수개월 사이에 토지주는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제주시는 훼손된 임야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현장은 이미 곶자왈의 본 모습을 잃은 뒤였다.

제주지역 산림훼손 단속건수는 2013년 23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94건, 2015년에는 105건으로 2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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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의 한 임야. 곶자왈 지역 내 나무들이 잘라나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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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의 한 임야. 곶자왈 지역에 건축신고가 이뤄져 단독주택을 짓기위한 지반공사로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산림훼손에 따른 원상복구 명령도 2013년 22필지에서 2014년 54필지, 2015년 95필지로 급증했다. 2015년 한해 훼손된 산림면적만 33.6ha로 축구장 33개를 합친 규모다.

이중 상당수는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 해당하는 곶자왈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마저 당국에 적발된 통계일 뿐 실제 개발행위가 이뤄진 지역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제주도는 관광시설과 골프장 등 대규모 개발행위를 제외한 산지전용과 주택건설 등으로 인한 개발면적 등 기초적인 곶자왈 훼손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

김정순 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는 “과거에는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한꺼번에 많은 규모의 토지 확보가 쉬운 곶자왈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 흐름을 틈타 곶자왈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건축행위가 이뤄지고있다”며 “곶자왈을 보전하고 불법행위는 강력처벌하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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