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위기의 곶자왈] ③ 제주특별법상 '보전지구' 삽입 불발...법적지위 확보 절실 

부동산 광풍에 따른 각종 개발행위로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이 위기를 맞고 있다. 골재 확보를 위해 곶자왈 숨골에 채석장이 들어서고 대규모 개발사업도 여전히 숲을 위협하고 있다. 제주도가 곶자왈 실태조사와 보전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지만 보호와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의소리>가 곶자왈 파괴 현장을 둘러보고 보존을 위한 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부동산 광풍 속 제주의 허파 곳곳이 초토화
②다시 그리는 제주 곶자왈 지도 ‘위기의 경계지’
③청정과 공존의 제주도 곶자왈 보전 근거 마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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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의 곶자왈. 왼쪽은 골프장, 오른쪽은 채석장이다. 채석장 옆으로 추가 석산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인근에는 멸종위기 식물이 서식하는 동백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 박재홍 PD>
지난해 10월31일 ‘소길댁’으로 불리는 가수 이효리의 남편 이상순씨가 제주도청을 찾았다. 회의실 앞을 서성이던 이씨의 손에는 주민의견서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자신의 집 인근에 위치한 채석장이 골재채취를 위해 사업면적을 넓히려고 하자 이를 반대하기 위해 행정기관을 직접 찾은 것이다.

반면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는 지난 1월 조건부동의로 채석장 확장을 사실상 허용했다. 해당지역은 현재 진행중인 곶자왈지대 실태조사에 따라 경계지에 포함될 구역이다.

곶자왈은 중산간 일대에 분포하고 있으며 대부분 마을소유나 숲 목장, 국공유지로 관리돼 왔다. 1990년대 관광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토지 확보가 쉬운 곶자왈이 개발 타깃이 됐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이후 제주는 영어교육도시(379만㎡)와 신화역사공원(398만㎡), 에코랜드·골프장(334㎡), 테디벨리골프&리조트(111만㎡) 등 대형개발이 잇따랐다.

제주도 지하수보전관리계획(2000년 )에 따라 지리정보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는 전체 곶자왈 면적 109㎢ 중 현재까지 개발이 이뤄진 곳은 약 19%인 21㎢에 이른다.

골프장이 약 7.9㎢로 가장 많고 관광시설 약 6.0㎢, 도시와 주택지 개발사업 약 4.22㎢, 채석장 0.67㎢, 도로개설 0.55 ㎢ 등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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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곶자왈에 위치한 채석장 모습. 채석장 주변에 곶자왈과 그 너머로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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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곶자왈에 위치한 채석장.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 박재홍 PD>
채석장의 경우 도내에서 운영중인 14개 사업장 중 7곳이 곶자왈 지역에 위치해 있다. 도내 최대 곶자왈인 한경-안덕곶자왈의 경우 무분별한 채석장 허가로 훼손 정도가 심하다.

최근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조천읍 채석장은 한반도 최대 상록활엽수림인 선흘곶자왈과 연결된 지역이다. 제주도 지정 기념물인 선흘리 백서향-변산일엽 군락지와 불과 330m거리다.

지난해 환경단체 조사에서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자 전세계적으로 선흘곶자왈 일대에만 유일하게 서식하는 제주고사리삼 군락지도 사업 예정부지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례없는 부동산 개발 열풍으로 소규모 주택 개발까지 곶자왈을 위협하고 있다. 땅값을 높이기 위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자르고 땅을 파헤치는 일이 허다하다.

환경단체는 곶자왈 보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2008년부터 조례 제정 활동에 나섰다. 진통 끝에 2014년 4월 ‘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가 만들어졌다.

곶자왈 조례에는 보전위원회 설치와 보전기본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곶자왈의 훼손을 금지하는 등 실효성 있는 보호 수단에는 미치지 못했다.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2016년 8월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 곶자왈 지역 2차림을 상당수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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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곶자왈에 위치한 골프장.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 박재홍 PD>
2차림은 ‘자연식생이 교란된 후 2차 천이에 의해 회복단계 들어섰거나 인간에 의한 교란이 지속되고 있는 산림식생’으로 정의했다.

종전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 곶자왈이 명문화 된 조항은 지하수보전지구 2등급 표시가 유일했다.

지하수 2등급은 공공하수도 연결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허용해 개발이 가능하다. 생태계보전지구와 경관보전지구 등급상으로는 3등급 이하로 지정돼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 개발 할 수 있다.

곶자왈 조례가 만들어졌지만 보존과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사실상 개발행위를 막을 명분이 없다. 이를 위해 제주특별법에 보전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추진돼 왔다.

현행 제주특별법 제354조(곶자왈 보전)에는 ‘국가나 제주도가 곶자왈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추상적 내용만 담겨져 있다.

제19대 국회에서 당시 김우남 의원은 제주도 관리보전지역에 ‘곶자왈보전지구’를 추가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2015년 7월 대표발의 했지만 자동폐기 수순을 밟았다.

법률 검토 과정에서 특별법상 개인의 재산권 제한 항목 신설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국회에서도 법령에서 위임한 도 조례로 충분히 보전관리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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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조천읍 곶자왈에 위치한 채석장. 그 옆으로 추가 석산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인근에는 멸종위기 식물이 서식하는 동백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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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개발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의 곶자왈. 최근에는 부동산 폭등으로 경계지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촬영 김제남, 박재홍 PD>
특별법에 곶자왈 보호지역을 명시하고 도 조례로 위임할 경우 관리보전조례를 손질해야 한다. 곶자왈을 제주특별법 제355, 356조의 절대·상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있다.

절대·상대보전지역은 목적에 위배되는 건축물의 건축, 인공 구조물과 그 밖의 시설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토지의 분할, 공유수면의 매립, 수목의 벌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자연자원의 원형을 훼손하거나 변형시키지 아니하는 범위에서의 개발은 도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 사무처장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곶자왈 지역의 개발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며 “생태계보전지구 등급을 높이거나 절대보전지역에 포함시키는 등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행위 제한을 위해서는 법령과 조례개정이 필요하다”며 “곶자왈지대 실태조사가 끝나면 보전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제도개선까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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