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계대출 증가율 1위’. 최근 제주가 달게 된 이 꼬리표는 부동산과 직결돼있다. 이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소박한(?) 꿈과 투기심리 사이를 넘나든다. 이와 더불어 작년 말부터는 “거품이 빠진다”, “부동산 시장이 위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부동산시장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금, 빚에 짓눌린 제주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창간특집-빚에 짓눌린 제주] (2) 상승세 둔화 맞지만 예단은 금물...'일시 조정단계'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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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XABAY

작년 말부터 제주 부동산 업계를 비롯해 일부 언론이나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거품이 빠진다”는 식의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주택과 토지 거래가 위축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곳곳에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되는 몇몇 부동산 관련 통계도 이 같은 분위기에 일조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2015년 8.1%에서 2016년 4.6%로 떨어졌다. 특히 작년 상반기에는 3.8%였던 것이 하반기에는 0.8%로 낮아졌다. 아파트매매가격 상승률 역시 2015년 13.7%에서 2016년 7.2%로 낮아졌다. 작년 상반기에는 5.2%였다가 하반기 들어 1.9%로 내려앉았다.

오피스텔, 상가, 숙박시설 등 상업용부동산의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2015년 4분기 3.2%에 이르렀던 오피스텔 수익률은 작년 3분기 1.3%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중대형 상가도 3.4%에서 1.7%로, 소형상가도 3.4%에서 1.8%로 낮아졌다. 작년 말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대기물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중대형 상업용부동산, 특히 숙박시설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말까지 제주지역 주택거래량은 3개월 연속, 토지거래량은 6개월 연속 전년 동기에 비해 상승률이 감소했고, 주택매매지수와 지가지수 또한 상승세가 둔화됐다.

위기설의 가장 큰 근원은 미분양에 대한 우려다. 작년 말 기준 제주지역 주택 미분양 물량은 총 271세대. 작년 초엔 55세대에 불과했다. 실제로 읍면 지역 소규모 단지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제주지역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평균 68대1이었던 반면, 올해들어 2월 중순까지 청약경쟁률은 1.01대1이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제주지역 부동산 열기는 한 풀 꺾였다고 볼 수 있다. ‘거품이 꺼졌다’는 표현도 틀려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부동산전문가 K씨는 “평균 청약경쟁률의 경우 작년에도 1대1 이하인 소규모 단지가 많았다. 단지 한화 꿈에그린(212대1), 해모로 리치힐(128대1) 때문에 빚어진 착시현상”이라고 말했다. 

미분양과 관련해서도 “보통 전국 미분양 물량의 적정선을 0.3% 정도로 잡는데 이에 따르면 제주는 670세대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수치는 매우 건강한 편”이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2013년에는 제주지역 미분양이 1000세대가 넘을 때도 있었다. 2014년 중에도 557세대, 2015년 중에도 217세대, 작년만 하더라도 350세대에 이르던 시기도 있었다. 이에 비하면 최근 미분양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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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 부동산과 관련해 아파트시장은 과열되고 다세대·연립은 냉각됐다고 분석한 바 있는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2017년 제주경제활성화 도민 대토론회’에서 “주택시장이 죽을 것 같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당시 정 교수는 “제주는 2009년부터 지금까지 5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의 공급이 없었다”며 “작년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서 시장이 죽을 거라고 했는데, 되려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1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제주지역에서는 양질의 공동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다.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회장은 “현재의 미분양 통계만으로 의미를 크게 부여할 수는 없다.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에도 미분양 물량이 더 많았을 때가 많았다”며 “단순히 거품이 꺼진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고 ‘조정단계’로 보는 게 맞는 듯 싶다”고 말했다.

이어 “섣불리 거품이 꺼진다고 얘기하는 것은 오히려 불안심리를 조장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많은 도민이 ‘불안하다’고 하면 주택소유주들은 투기를 막으려는 제주도의 정책에 반발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의 진단도 비슷하다. 제주시 노형동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최근 들어 거래가 줄어든 건 맞지만 이는 단지 짧은 기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데 따른 자연스런 조정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이를 해결해줄 것으로 본다”며 “공급 과잉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여전히 제주지역 자가 주택 보유율은 50%대인데다 임대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정책적으로 규제가 많아져 거래가 경색되고 있는 건 맞지만 (가격 폭락을)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며 “아직 제주에는 공급에 한계가 있어 주택가격이 (단기간에)내려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 얘기를 종합하면 부동산 상승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락세로 접어들어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최근 주택 시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주지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104.6으로 작년 말(104.5), 작년 1월(101)보다 높았다. 아파트매매가격 지수도 올해 1월 110.6을 기록해 작년 말(110.2), 작년 초(110.1)보다 상승했다.

그러나 이것이 “맘 놓고 투자해도 된다”는 신호는 아니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꿀 시점이 도래했다는 쪽이 더 합리적이다. 기본적으로 이미 부동산과 연관된 제주의 가계대출은 위험수준에 다다랐다. 경고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작년 3월 연구보고서 ‘제주지역 부동산시장 점검’을 통해 “잠재된 리스크 요인들이 현재화될 경우 급속한 가격조정단계를 거쳐 지역경기 위축과 부실채권 양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주거비용 상승과 대출 건전성 악화 등을 통해 지역경제의 지속 성장과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보고서 작성의 기준이 된 2015년 말 당시 제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8조2000억원. 2016년 말 가계대출 잔액은 11조3000억원이다. 경고가 나온지 1년 만에 대출은 3조원 이상 늘었다.

지금의 추세대로 간다면 언제든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은 빚과 부동산을 동시에 잡아줄 당국의 정책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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