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계대출 증가율 1위’. 최근 제주가 달게 된 이 꼬리표는 부동산과 직결돼있다. 이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소박한(?) 꿈과 투기심리 사이를 넘나든다. 이와 더불어 작년 말부터는 “거품이 빠진다”, “부동산 시장이 위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부동산시장 동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금, 빚에 짓눌린 제주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창간특집-빚에 짓눌린 제주] (3) 지표는 양호...금융-부동산 엮은 '제주형 해법' 나와야

168686_191514_1725.jpg
▲ 제주시 도심 전경.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부동산 과열의 여파로 제주지역 가계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그 후유증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개인 워크아웃, 연체율, 개인 파산 건수 등에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강철준 제주국제대 금융기술학과 교수는 “경기순환 사이클 상 지금이 호황 말기다. 호황 말기의 특징은 부채는 아주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데 부도율은 떨어진다. 결국 총부채를 통제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부도율 등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이미 문제가 터졌다는 얘기”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 등)로 은행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보험회사 등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나쁜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며 “제2, 제3금융권에 지역주민들의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지역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대외요인에 따른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문제다. 당장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 상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정호성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 ‘차주별 패널자료를 이용한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요인에 대한 연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의 부도확률의 변화는 리스크요인보다 금리요인에 의해 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과열로 인한 투기심리로 대출수요가 이대로 계속 이어져도 문제,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뒤늦게 투자한 이들이 큰 손실을 입게 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쳐도 문제다.

이 지점에서 중심을 잡아야하는 건 당국의 정책이다. 금융분야에서 지자체가 쓸 수 있는 카드도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특성을 잘 파악해 특화된 정책을 내놓는다면 이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열린 ‘2017년 제주경제활성화 도민 대토론회’에서 “부채가 늘어도 문제없는 계층이 있고, 조금이라도 늘면 문제가 되는 계층이 있어 가계부채 특성을 미시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가계부채를 구별해,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 가계부채 해소 정책지원을 문제가 될 수 있는 가계부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의 리스크→가계의 리스크→은행권 리스크→비은행권 리스크→부동산 급락 리스크→소비 위축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하고 약화되고 있는 계층의 부채를 더 늘리는 것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회장도 미시적·선별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송 회장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실질적으로 주거공간이 필요한 무주택서민까지도 획일적으로 규제를 해버려 상당한 부작용이 있다”며 “다 주택 소유주, 자산이 높은 이들에 대해 명확히 규제를 하는 대신 자기 집 마련을 위해 담보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집 마련을 도와주는 선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PIXABAY

강철준 교수는 “미국, 영국 등에 비해 국내 중앙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금융소비자 교육”이라며 “돈을 쓰고 나서 수익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수입 내에서 돈 쓰는 방식을 익히고 이자에 대한 계산 개념을 심어주는 등 알아야 할 내용이 많다. 과도한 부채를 막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 열기에 편승해 대출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금융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감각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지자체장이 아파트 전매제한을 도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제주 부동산 과열은 한층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금융부문의 장기적 대책과 함께 이와 직결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현장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과 금융을 한 데 엮은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송종철 회장은 “금융 그 자체만으로 접근하다보면 나중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택정책을 통해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며 “무주택자가 장기적으로 대출을 갚아나갈 수 있게끔 지원하고 투기세력을 발본색원하기 위해 강력한 신호를 주는 동시에 청약에 한 번 당첨된 사람은 이후 청약을 제한할 수 있는 제주형 부동산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