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크루즈선 이용 해역 ‘제한보호구역’ 고수...터미널 공사도 지연 ‘육상 심사’ 불가피

국제 크루즈선 입항을 코 앞에 두고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의 군사시설 구역 협의 조차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무늬만 민군복합항이라는 지적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해군본부는 9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위치한 제주해군기지에서 15만t급 크루즈가 입항할 수 있는 남방파제 시설을 처음으로 지역 언론에 전면 공개했다.

제주해군기지 항만시설 중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지점은 서방파제(420m)와 남방파제(690m)다. 이 구간과 국제크루즈 터미널 등 부대시설은 국방부가 아닌 제주도지사가 관할한다. 

제주도는 내년 크루즈터미널 준공에 앞서 오는 7월부터 크루즈 관광객을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방파제에 무빙워크와 임시 출입국심사대 설치를 위한 설계를 진행중이다.

관련법에 따라 해상통제권은 구분이 돼 있지만, 정작 크루즈선이 오가는 방파제 안쪽의 제한보호구역은 지금껏 제주도와 해군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상 군사시설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뉜다. 해군기지내 군함 부두와 민군합동시설을 제외한 육상시설은 통제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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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은 통제보호구역을 제외한 남방파제 끝 지점과 내부 수역 모두를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도는 이에 맞서 크루즈선이 오가는 방파제 해역 중 함정 계류장을 제외한 곳에 대해서는 보호구역 제외를 요구하고 있다. 제외 구역에는 크루즈선 선회장도 포함돼 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시행령’ 제8조(보호구역에서의 행위 허가 신청 등) 4항에 따라 군사시설에 출입하려는 자는 관할 부대장이나 주둔지 부대장의 출입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제주해군기지는 제8조의2의 특례 조항에 따라 입항 7일 전까지 운항 일정을 관할 부대장에게 통지하고 승무원과 승객은 직접 또는 도지사를 통해 출입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제주도는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위해 선박 이동 해역에 대해서는 보호구역 제외가 필요하다며 2016년 6월부터 해군과 협의를 벌였지만 해를 넘겨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해군은 제한보호구역으로 설정돼도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보장하겠다며 테러나 유사시의 상황에 대비해 제한보호구역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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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원 해군본부 공보과장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선박이 방파제 안으로 들어오면 어떤 방식으로 막을지 걱정”이라며 “이 경우 민과 군 누구도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권 과장은 “크루즈선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제한보호구역 설정은 필수”라며 “도민들이 걱정하는 만큼 크루즈 입출항 절차가 까다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크루즈터미널과 우회도로 공사가 늦어지면서 정상적인 민군복합항의 출범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예약을 앞둔 크루즈선 이용객의 불편이 불가피해졌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연말까지 이미 10여척의 크루즈선이 180차례 입항 의사를 제주도에 밝혀왔다. 예상되는 크루즈 관광객만 50만명 안팎이다.

반면 크루즈터미널 공정률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터미널공사가 지연되면서 제주도는 방파제에 임시 출입국 심사대 20대를 설치해 육상에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해군기지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우회도로 공사도 멈춰섰다. 사업 부지에 포함된 토지주가 보상 문제로 국가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중재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보호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해군과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겠다”며 “설계 변경으로 부득이 연기된 크루즈터미널도 내년 3월까지 완공해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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