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장미대선’이 현실화됐다. ‘장미대선’은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고 제주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 때 맞춰 제주도가 주요 현안과 중장기 정책사업 등을 대선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관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요도와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소수정예 공약’을 선별·반영하지 못한다면 뜬구름 잡는 꼴이 될 뿐이다. <제주의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제주 어젠다를 추려, 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현실화됨에 따라 대선 국면에서 제주발전을 견인할 공약 발굴이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도가 최근 확정한 6개 분야 23개 공약과제 중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확보'는 특별자치 정신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꼽힌다. ⓒ제주의소리
[장미대선, 제주 어젠다] ① 특별자치도 버전2...
'고도의 자치권', '실질적인 지방분권' 무색

제주도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에 대비해 6개 분야, 23개의 대선공약 과제를 최근 확정했다.

19대 대통령선거 제주공약은 ①제주 미래발전 ②도민 삶의 질 향상 ③제주의 현안과 연계한 시의 적절성 ④제주지역만의 차별성 ⑤중앙정부 차원의 예산 또는 제도적 뒷받침 등 5대 원칙을 바탕으로 해서 23개의 과제가 선별됐다. 이에 따른 총 사업비는 17조1750억원 규모다.

역대 대선이 그랬듯 제주관련 공약은 선거과정에서는 부각되지만, 선거 후에는 약속이나 한 듯 폐기 처분되곤 했다. 따라서 제주만의 능력으로는 벅차지만, 제주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을 추려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분권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오롯이 실현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제주특별법 제1조(목적)를 다시 한 번 곰곰이 뜯어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법 규정에 의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현재까지 중앙정부는 5차례의 제도개선을 통해 제주도에 4537건의 권한이양 및 특례를 신설했다.

이로 인해 상당한 효과가 창출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돈(재정)과 행정조직 구성과 관련된 것들은 타 지역과의 형평성 논리에 막혀 번번이 발목이 잡히곤 했다. 아직까지는 제주도·도민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민선택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다.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보장은 2006년 7월1일 출범 이후 10년 넘게 학계·법조계 등 각계각층에서 공통적으로 제기해온 제주의 최대 현안이다.

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가 헌법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결과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및 자치재정권·조세자율권 확보가 미흡한 탓이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 출범한 특별자치도는 외교·국방·사법 등 국가 존립 사무를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요체이지만 중앙정부는 자치권 행사 범위를 지방자치법 이내로 한정, 다른 16개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특별함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치재정권·조세자율권 미흡에 따른 불이익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자치재정권이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처럼 보통교부세 법정률 3%와 지방세로 한정, 4500여건의 중앙권한 이양에 수반되는 인건비·경상비 증가분을 제주도가 떠안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특별법 제4조에 명시된 국세의 세목 이양 및 제주지역 내 국세징수액 이양 요청에 전국 형평성 논리로 10년째 귀를 닫고 있다.

중앙정부가 약속한 고도의 자치권 보장이 공수표로 전락한 것은 특별자치도가 지방자치법을 개정한 새로운 광역자치단체의 한 종류로 법적 지위가 제한된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제주도·의회가 타 지역과 차별화된 조례를 만들어도 정부는 ‘법령의 범위 내 조례 제정’, ‘주민의 권리 제한·의무 부과 및 벌칙 제정은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제22조를 내세워 특별자치도의 자치입법권 행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실질적인 자치입법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제22조 적용을 배제시키는 포괄적인 특례 인정 등 헌법상의 지위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한 행정체제 개편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제주 미래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특별법 제1조에 명시된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민기 제주대 교수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의 광역-기초자치단체로 구성된 2계층의 일반자치로 환원하거나, 행정시장의 선출방법 및 행정시의 권한·기능을 설정하는 행위는 제주도민의 자치사무임에도 국회에서 제주특별법 또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자치 또는 일반자치의 선택, 행정시장의 선임방법을 포함한 하부 행정기관 구성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권한이양 뿐 아니라 제도의 선택 등과 관련된 특례를 운영함에 있어서 법률에 규정해 입법결정권을 국회에 두는 것보다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민국 1% 변방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견인해나갈 성장 동력으로 제주특별자치도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특별법 제1조에 명시된 ‘고도의 자치권’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제주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대선 주자들은 차기 정부에서 이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돈 들이지 않고도 제주도민의 표심을 끌어안을 수 있는 알짜배기 공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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