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제주 어젠다]③ 제2공항 해법... 대선 맞아 "조기개항 공약 요구해야"vs "대재앙, 전면재검토 필요" 이견 충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장미대선’이 현실화됐다. ‘장미대선’은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고 제주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 때 맞춰 제주도가 주요 현안과 중장기 정책사업 등을 대선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관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요도와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소수정예 공약’을 선별·반영하지 못한다면 뜬구름 잡는 꼴이 될 뿐이다. <제주의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제주 어젠다를 추려, 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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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5월 조기대선이 실시된다. 제주지역 핵심 어젠다인 정부의 제2공항 건설계획에 대한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일방적 후보지 결정과 도민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성산읍 지역주민,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와 심각한 부족 현상에 처한 공항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조기개항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그림은 제주도내 3곳 기존 공항과 제2공항 예정지 표시 이미지. 제2공항이 들어설 경우 제주도엔 총 4곳의 공항이 있는 셈이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과연 매듭은 풀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시 꼬이고 있는 것일까? 수십 년 숙원이 풀리는 것인지, 아니면 최소 수십 년의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것인지 명쾌한 해답을 주는 주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이륙’임은 틀림없다. 

분명한건 정부가 지난 2015년 11월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제주의 대역사를 꿈꿔온 제2공항 논의의 종지부가 되지 못하고, 되레 끝 모를 갈등 신호탄이 됐다는 점이다. ‘섬의 교통혁명’ 주장 못지않게, ‘섬의 대재앙’을 예고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가볍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11월 10일 제주 성산읍 지역에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완료하고,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이로써 약 25년간 지속해온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 확충 논의가 종결되는 듯 했다. 

즉각 관광·건설 등 제주지역 경제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제2공항 건설 계획과 관련, “73년 만에 제주공항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거나 “1990년 이후 25년만의 도민숙원사업이 이뤄지게 됐다”고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1942년 일본이 군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제주시 용담2동 현 제주국제공항부지에 육군비행장을 건설하면서 시작된 제주공항의 역사가 다시 성산읍 제2공항으로 대역사(大役事)가 완성될 것이라는 평가였다. 

1942년 시작된 제주공항은 일제 패망 후 미 군정청이 1945년 8월 비행장을 인수하고 이듬해 서울-광주-제주 노선이 운항했으며, 2년 후에는 민간항공기가 첫 취항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1958년 제주비행장이 설치됐고, 1968년 국제공항으로 승격됐다.

이후 관광산업의 성장과 교통수단 부족이라는 섬 특성상 항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공항 건설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본격적으로는 1990년 4월 당시 국토교통부가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계획'을 발표하며 구체화됐다. ‘25년 도민숙원’이란 표현의 배경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별 진척 없이 십 수 년간 답보 상태였다.

이후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으로 제주신공항 개발사업이 채택된 데 이어 2008년 5월에는 도내 정치·경제·학계가 참여한 신공항건설범도민추진협의회가 발족했다. 

제주지역 공항 인프라 확충 논의는 2011년에 접어들면서 속도를 냈다. 그해 1월 고시된 제4차 정부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1~2015년)을 통해 정부는 제주국제공항의 포화시점을 2025년으로 예측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2012년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을 채택하면서 새로운 공항 건설은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듯 했다. 

이어 2014년 9월에는 국토부가 제주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포화시기를 당초 2025년보다 7년 앞당겨진 2018년으로 예측했다. 단기대책으로 기존 공항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착수했고, 앞서 도민설명회와 토론회 등으로 도민의견 수렴 과정도 거쳤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국토부는 마침내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완료하고,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확정 지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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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5년 11월 제2공항 부지 선정 발표 직후부터 제주도 유관기관은 물론 관변단체가 총동원돼 '제2공항 환영' 광고와 현수막으로 제주도가 '도배(?)'됐다. 후보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갈등 사례가 불거지는 가운데, 이같은 관주도의 여론전은 오히려 도민갈등을 부추긴 셈이 됐다. ⓒ제주의소리

그러나 제2공항 입지선정에서 제주도, 국토부, 연구용역진 모두가 후보지인 성산읍 주민 동의와 지역갈등 해법과 관련한 선제적인 절차 이행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제주특별자치도가 만든 ‘제주 미래 비전’에는 ‘제주형 공공갈등관리’방안으로 중앙정부가 추진하거나 도 차원에서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나 공공정책에 대해 ‘사회적인 공론화와 합의과정’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제2공항 결정과정에선 적용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0억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과 지역개발사업이 제주특별자치도 전체 인구(약 64만명, 2015년 기준) 중 약 5% 이상(약 3만3000명 이상)의 인구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사업, 제주도민 1만명 이상이 사회적 공론화를 요구하는 사업, 공항·발전소·쓰레기매립장·화장장 등 장묘처리시설·음식물쓰레기처리장을 건설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활동 경력이 있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안호영 의원도 지난해 10월 이 문제를 제주 제2공항 반대대책위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지적한 바 있다. 

안 의원은 “국토부도 제주공항인프라확충 타당성 사전용역조사의 과업지시서에 연구용역진이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FAA(미연방항공청) 및 공항종합계획지침(국토교통부) 절차 및 기준에 따라 공항 입지평가를 진행하도록 요구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ICAO 공항매뉴얼의 ‘계획 전 고려사항’에 ‘계획 수립 전, 그리고 진행 중에 이해관계자 그룹의 조언을 찾고 노력하는 것은 계획 팀에 있어 필수이므로, 이행하지 않으면 계획이 중단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조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대선’을 치르게 됐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제2공항 조기개항 추진을 대선공약을 넘어서 국정과제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칫 제주현안을 두고 찬반 갈등이 빚어질 경우 대선공약 반영도 힘들게 되므로 제2공항 추진에 도민사회의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이미 불거진 제2공항 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주장이라는 점을 간과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18~2019년 준공 예정인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그 국제공항의 부지선정 과정은 좋은 예다. 2001년 4월부터 2004년 8월까지 공청회를 비롯한 주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공항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총 90차례의 공청회가 실시되는 동안 의미 있는 주민 참여가 보장됐던 것.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과 주민동의로 추진되는 베를린 브란덴부르그 국제공항의 근원적 차이점이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처럼 제3자로 구성된 조정자를 선정해 약 500여차례의 공식·비공식 회의를 통해 신뢰와 대화로 제2공항 건설 갈등을 풀어나간 사례도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된다.  

임성수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본부장은 “제2공항은 절대 다수의 도민이 원하는 숙원사업이다. 부족한 공항인프라 확충 차원에서 반드시 조기 개항해야 한다는 것이 도정의 입장”이라며 “제2공항 조기개항은 이번 대선에서 주요후보들의 공약으로 채택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다만 (성산읍)지역주민과 일부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도 도정이 충분히 껴안고 가야할 부분”이라며 “올 2월부터 성산읍 지역에 갈등조정 전문가 2명을 위촉해 운영하고 있다. 육지부 대형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갈등을 조정했던 전문가들로 반드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다”고 덧붙였다. 

대선 정국 때마다 후보들을 이용(?)한 ‘포퓰리즘 식’ 공약이 남발한다. 대선정국에서 제주 제2공항을 향한 포퓰리즘이 속도와 강도를 더할 때마다 성산읍 주민들의 반발과 신음도 더 커질 것은 자명하다. 

일본 나리타공항의 교훈은 제주 제2공항의 반면교사로 충분하다. 일본 정부는 도쿄국제공항(하네다공항)의 과밀화 해결책으로 1966년 나리타공항 건설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착수했지만 정작 개항은 1978년이 되어서야 개항할 수 있었다. 

그것도 당초 5개 활주로를 갖춘 공항을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3개 활주로로 축소됐다. 이후에도 공항을 둘러싼 대립은 40여년이나 계속됐다. 그동안 소모적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주민갈등은 심각했다. 40여년이 지난 2009년에야 정부와 지자체가 하네다와 나리타공항의 일체적 운영에 합의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지금 제주 제2공항은 후보지 선정 갈등 문제에 이어 공군기지(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논란까지 더해져 한치 앞이 분간이 안 된다. 항공기 시정거리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 발효되는 ‘저시정 특보’가 제2공항에 발효 중인 셈이다. 그 불투명한 안개를 시야에서 시원하게 걷어낼 대선주자가 누구일지, 또 해법은 무엇인지 도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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