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대선, 제주 어젠다] ④ 제주경관 보전 위한 송·배전선로 지중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장미대선’이 현실화됐다. ‘장미대선’은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고 제주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돼야 한다. 때 맞춰 제주도가 주요 현안과 중장기 정책사업 등을 대선공약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관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중요도와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소수정예 공약’을 선별·반영하지 못한다면 뜬구름 잡는 꼴이 될 뿐이다. <제주의소리>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제주 어젠다를 추려, 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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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과 오름 경관을 망치는 주범인 50~60m 높이의 송전철탑. '명품 제주'로 도약하려면 이러한 송전탑부터 뽑아내야 한다. 대선주자들 중 누가 제주의 가치에 주목할 지 도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가 가진 제1의 가치는 무엇일까. 빼어난 자연경관을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없다.

한라산을 정점으로 해서 360여개의 오름, 해안 등 빼어난 절경은 세계가 ‘보물섬’으로 인정할 정도다. 유네스코 3관왕(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세계 7대 자연경관 타이틀이 이를 증명한다.

제주는 자연이 있어 수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제주관광의 경쟁력도 이러한 천혜경관이 원천이다. 물론 1만8천 신(神)들의 고향이 갖고 있는 문화적 콘텐츠 역시 제주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 역사·문화 콘텐츠들 역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때 그 가치는 배가 된다.

한라산을 어머니로 수많은 오름을 자식으로 낳은 제주, 그 자식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자식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자식들이 하나 둘씩 아파가고 있다.

한라산, 오름 경관을 망치는 대표적인 것이 삐죽삐죽 솟은 거대한 철탑(송전탑)과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이다.

제주의 때 묻지 않은 자연에 매료된 뒤 죽는 순간까지 제주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았던 고 김영갑 사진작가가 오죽했으면 살아생전 “중산간에 설치된 송전탑과 전깃줄이 제주의 풍광을 다 망친다”고 통탄했을까.

이렇게 하늘이 내려준 제주의 자연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든 송전탑과 거미줄처럼 얽힌 전깃줄로 인해 빛을 잃고 있다.

현재 제주 곳곳에 설치된 송전탑은 500개가 넘는다. 높이 50~60m 송전탑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갈래갈래 거미줄마냥 뻗어 자연경관을 해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오름을 찾을 때 ‘나 혼자만의 정원일 것’ 같던 느낌은 이렇게 거대하게 솟은 송전탑과 마주하는 순간 ‘왠지 불청객이 된 듯한’ 느낌으로 돌변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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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과 오름 경관을 망치는 주범인 50~60m 높이의 송전철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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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쉬오름 경관을 망치고 있는 전봇대. ⓒ제주의소리/독자 진희종씨 제공
제주의 가치를 키우려면 이런 송전탑부터 뽑아내야 한다.

제주경관 보전을 위한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돈이 문제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국가 지원 없이 제주도의 곳간을 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주도 역시 이러한 점 때문에 최근 확정한 19대 대통령선거 공약과제(제주 어젠다)에 제주 환경자산의 세계적 브랜드화라는 전략적 목표 아래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맨 위로 올렸다.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해 제주가 갖고 있는 경관자원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국가경쟁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주도와 한전 등에 따르면 거미줄처럼 깔린 송·배전선로 길이는 7636㎞. 동·서부 오름군락과 한라산 중산간 등 주요 경광지역에 박힌 송전탑을 중심으로 ‘시급히’ 땅 속으로 묻어야 할 송·배전선로는 전체의 7%, 533.65㎞ 정도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5년에 걸쳐 추진하다고 했을 때 소요되는 사업비는 대략 8300억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를 넉넉히 품고 있는 한라산, 옹기종기 펼쳐진 360여개의 오름들. 개발논리에 휩쓸려 스러지고 수많은 탐방객에 의해 망가지고 없어진다면 이제는 오름이 없는 제주를 생각해봐야 할 지도 모른다.

곶자왈이 없는 제주, 지하수가 없는 제주, 숲보다 관광단지가 더 많은 제주, 살아 있는 생명보다 죽어버린 생명이 더 많은 제주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외부와 마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라산, 오름 곳곳에 박힌 송전탑을 뽑아내는 일이 그 첫걸음이 돼야 한다.

이와 함께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곶자왈, 오름 등을 ‘제주국립공원’으로 확대 지정하는 것도 제주의 미래비전인 청정과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제주의 경관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중산간 곳곳에 설치된 송전탑과 전봇대들은 자연스러운 경관을 망치는 주범”이라며 “송·배전선로 지중화를 통해 제주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한라산·오름 탐방객들의 만족도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대선주자가 제주의 가치에 주목, ‘제주경관 보전을 위한 송·배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공약으로 채택,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할지 ‘민심의 풍향계’ 제주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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