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28) 문전본풀이 

1. 강태공서목시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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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서목시놀이 장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문전본풀이>는 성주신이 된 문전신 남선비와 집안 부엌살림을 보살펴주는 처신, 부엌의 신 조왕할망 여산부인과 첩신이며 변소의 신 노일저대구일의 딸 칙도부인의 이야기다. 

<강태공서목시 놀이>는 새집을 지었을 때 하는 <성주풀이> 굿의 굿중 놀이로 삽입된 놀이굿이다. 새집을 지었을 때, 이 놀이굿은 강태공이라는 신범한 목수가 ‘영등산에 덕든 나무’를 베어다 새 집을 지었기 때문에, 집이 단단하고, 집안에 복을 불러들인다는 유감주술이며, 모의적인 건축의례다.

연행방식은 강태공으로 분장한 소무가 숫돌, 먹, 쌀, 된장 등을 자루에 담아메고, 어깨에 도끼를 메고 기다린다. 수심방이 “강태공서목시!”하고 두 번 부르면, 휘파람을 불고, 세 번 부르면 대답을 한다. 수심방은 강태공이 살아 있다고 기뻐하며 강태공을 청하면, 강태공이 문앞에 나타나고, 수심방은 무명천으로 목을 걸려 제장으로 끌어들인다. 강태공은 비틀거리며 제장에 들어와 죽은 체한다.

수심방은 “봄병아리는 꽁무니를 불면 죽은 놈도 살아나는 법”이라며 꽁무니에 입을 대고 불려고 하면 간지러워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이때부터 수심방과 소무(강태공)의 문답을 통하여, 도끼를 안면과 뒷면으로 바꾸며, 목수의 연장을 나열한다. 즉 도끼 하나로 모든 연장을 대신하는 신범한 목수임을 과시한다. 돌래떡으로 도끼날을 갈고 나무를 베러 가는데, 소무들도 악기를 들고 따르며 “영등산에 덕든 남 베자” 합창하며 집안 곳곳을 돌고, 강태공은 도끼로 찍는다. 세워진 모든 것이 영등산의 덕든 나무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집안을 다 돌면, 대나무로 만든 성주대를 생깃지둥(큰방과 고팡과 마루방 사이의 기둥)에 놓아 도끼로 찍어 끊고, 잘게 깨어서 실제로 작은 모형이 집을 짓는다. 이 집이 바로 강태공이 지은 새집이다. 시루떡을 네 개 놓아 주춧돌로 삼고 거기에 대가지를 꽂아 기두을 삼고, 대가지를 걸쳐 상마루, 대들보, 서까레 등을 삼고, 백지를 덮어 기와를 삼고, 이렇게 집을 지은 뒤 쇠(천문)를 띄워 점을 친다. 그리하여 새로 지은 건물이 배치나 상태를 제주에게 이뢴다.

▲ 강태공서목시놀이의 구성

① 초감제 배포침→날과국 섬김→연유닦음→군문열림→산받아 분부사룀
②새도림
③오리정신청궤 (젯다리앉아 살려옴→산받음→본주절시킴)
④ 추물공연
⑤ 석살림 
⑥ 성주눅임 
⑦ 강태공 청함(강태공서목시놀이)
⑧ 쇠띄움 
⑨ 지부찜
⑩ 바라점하고 분부사룀
⑪ 성주풀이
⑫ 상단숙여 소지 사름
⑬ 문전본풀이
⑭ 각도비념
⑮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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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서목시놀이 장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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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서목시놀이 가운데 집짓기 장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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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태공서목시놀이 가운데 쇠띄움 장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2. 문전본풀이 시놉시스

옛날 남산고을 남선비와 여산고을 여산 부인이 결혼하여 아들 일곱 형제를 낳았다. 집안이 가난하여 남선비는 배를 지어 쌀장사를 떠났다. 남선비는 장사 가는 도중에 풍랑을 만나 오동나라 오동고을에 정박하게 되었고, 거기서 ‘노일저대 구일’의 딸 꼬임에 빠져 장사밑천을 다 날리고, 부부가 되어 채밥만 얻어먹고 산지 석달열흘 백일 만에 영양실조로 장님이 되어버렸다.

여산국 부인은 백일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들 일곱 형제에게 짚신 일곱 컬레를 삼아 달라 부탁하고, 배를 지어 남편을 찾아 길을 떠났다. 여산국 부인도 모진 광풍을 만나 오동나라 오동고을에 도착했다. 갈대밭에서 계집애들이 “이 새 저 새 밥주리 약은 새야, 남선비 약은 간에도 가져 온 밑천 다 팔아먹고, 갈 데 올 데 없으니, ‘노일저대구일의 딸’이랑 살며, 너무 채밥만 먹어서 눈먼 봉사가 되었다. 주어라 저새여-”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여산국 부인님이 아이들에게 물으니, 남선비가 사는 거적문 외돌채기 세원진 집이라 일러준다. 그곳을 찾아가니 남선비는 장님이 되어 있었다. 채가 눌은 솥을 씻어 나주영산 금백미로 하얀 쌀밥을 지어 밥상을 들여가니, 남선비는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여산부인은 “하늘같은 낭군님아 내가 여산부인입니다”하며 달려들어 두 손 붙잡고 그간의 서러운 회포를 풀며 실컷 울었다. ‘노일저대구일’의 딸이 돌아와 본부인이 온 것을 알고 아양을 떨며, 이곳까지 찾아오려니 얼마나 땀과 눈물이 많았겠냐며 주천강 연못에 가 목욕을 하자고 유인하여 연못에 데리고 가 떠밀어 죽여 버렸다. 그리고 여산부인의 옷으로 갈아입고, 변장을 하여 노일저대 구일의 딸을 죽여버렸으니 고향으로 가자고 눈먼 남선비를 꼬여 제주에 들어왔다. 

막내아들 녹디생이는 배에서 내린 노일저대구일의 딸에게, “우리 어머님이걸랑 우리 사는 집을 가르쳐 봅서”하고 묻는다. 그녀는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집을 찾지 못한다. 그녀는 오래 배를 타고 와서 멀미 끼와 두통이 있어 그런다고 변명한다. 집에 돌아 와 밥상을 차릴 때도 살림에 익숙한 어머니가 아님이 분명했다. 막내 녹디생이가 눈치를 챈 것을 안 ‘노일저대구일’의 딸은 일곱 형제를 죽일 결심을 하고 마루로 나와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하며 큰 소리로 외친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뒷집에 가면 점 잘 치는 점쟁이가 있으니 거기 가 문점이나 쳐 줍서.” 남선비가 지팡이를 짚고 뒷집에 가는 사이, 벌써 노일저대는 담을 뛰어 넘어 그곳에 가 대기하고 있다가 남선비가 문점하러 오자, “애 어멈을 살릴 방법은 딱 한 가집니다. 일곱 형제의 애를 내어 먹어야 좋겠습니다”하고 남선비가 돌아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 와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하늘같은 낭군님아, 거기 가니 어떤 점괘가 나옵디까?”

“아들 일곱 형제 죽여 애를 내먹어야 병이 낫는다고 합디다.”

“낭군님아 내말 들어봅서. 나는 죽으면 다시 못 옵니다. 아들 일곱 형제 죽으면, 내가 한 해에 둘, 한 해에 둘, 한 해에 셋 나면, 잠간 사이에 일곱 형제가 됩니다.” 

남선비는 은장도 내여놓아 실강실강 갈아간다. 뒷집에 사는 청태산마구할망이 불재를 빌러 왔다 살펴보고, 서당에 글공부 갔다 오는 남선비 아들 일곱 형제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애기들아, 너희들은 다 살았다. 너희 아버지 의붓어미 꼬임에 빠져 너희들 한 칼에 죽이려 칼을 갈고 있더라.” 아들 일곱 형제는 “어머니 살아 있으면 빨리 와서 우릴 구해주고, 죽었거들랑 혼정으로 우리들을 살려줍서”하며 비새같이 울다가, 막내아들 녹디생이가 나서서 아버지의 칼을 뺏어오겠다고 한다.

“아버지, 그 칼 이리 주세요. 아들 일곱을 죽이려면 가슴도 일곱 번 아파야 될 거, 죽어서 묻으려면 일곱 구덩일 파야 할테니, 그 칼 제게 주면, 제가 형님들 죽여 애를 내어 오겠습니다.그걸 어머님께 드려 살아나지 못하면, 나중에 나까지 죽여 일곱을 채워 드리겠습니다.” 

칼을 내어주니, 일곱 형제는 비새같이 울면서 정처 없이 산으로 올라갔다. 산돼지 일곱 마리가 나타났다. 한 마리는 산제에 쓰려 놓아두고 여섯 마리를 잡아 애를 종이에 싸 두고, 살은 멩개낭 불을 피워 다 먹어치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녹디생이는 종이에 애를 싸 집으로 들어가서, “어머님아, 어머님아, 이거 잡수고 살아납서. 형님들 내 손으로 다 죽여 애를 내어왔습니다”하니, “약을 먹을 동안 밖에 나가 잠시 기다리라”한다. 

밖에 나가 창을 뚫고 보니, 노일저대구일의 딸은 입에 불긋불굿 피를 묻히고는,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애 하나만 더 먹으면 살겠네”하고 죽는 시늉을 하였다. 녹디생이는 방 안으로 들어가 

“어머님아, 죽기 전에 머리에 이나 잡아드리고 죽겠습니다.”

“누가 중병든 사람 머리에 이를 잡는다더냐?”

“그러면 어머님 눕던 자리나 깨끗이 치워드리겠습니다.”

“누가 중병든 사람 방을 치운다더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날려들어 이불을 확 걷으니, 애가 볼긋볼긋 드러난다. “이년 죽일 년아. 형님들 어서 날려들어 이걸 봅서”하자 형님들이 죽일 듯이 달려드니,남선비는 겁결에 달아나다 올레 정살문에 목이 걸려 죽어간다. 노일저대구일의 딸은 변소로 달아나다 머리타래 디딜판에 칭칭 감겨 죽어간다. 

일곱 형제는 그녀를 그냥 죽여 내버리긴 원통했다. 그래서 머리는 박박 매어 바다에 던져버리니 감태가 되었고, 모가지는 잘라 던져버리니 돗도구리(돌확)가 되었다. 눈은 절구통, 코는 침통, 입은 작박, 귀는 무성귀가 되었다. 젖은 도려내어 가지깽이를 만들고, 배는 도려 바다에 내던지니 물망태가 되고, 배꼽은 고동이 되고, 허벅다린 잘라서 디딜팡을 마련하고, 손은 쇠스랑, 골갱이를 만들었다. 손톱 발톱은 바다의 금붓이 되고, 나머지는 방아에 놓아 찧어 바람에 불려 버리니 각다귀 모기로 환생했다. 일곱 형제는 주천강 연화못에 가 함지박으로 물을 퍼내니, 어머니는 살은 다 녹아 뼈만 왕그랑이 남아있었다. 서천꽃밭에 가 생기오를 꽃, 웃음웃을 꽃, 말할 꽃, 오장육부 오를 꽃, 걸음걸을 꽃을 놓고, 송낙 막대기로 어머니를 세 번을 때리니, “아이구, 봄잠 너무 잤구나”하며 와들랭이 일어난다. 

“어머님이랑 수중에서 오래 잠을 잤으니 조왕할망으로 들어서서 따뜻하게 불을 쬐고, 문전철갈이, 기일제사, 명절 때 상을 받아 잡수세요.”

“어머님이랑 수중에서 오래 잠을 잤으니 조왕할망으로 들어서서 따뜻하게 불을 쬐고, 문전철갈이, 기일제사, 명절 때 상을 받아 잡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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