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이경용(지방재정연구회 대표의원)

지역의 살림살이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제도는 예산과 결산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바라보는 예산과 결산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예산은 재원배분에 관한 미래의 계획이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반면 결산은 재정에 관한 수입과 지출 실적을 확인하고, 성과를 파악하는 중요한 과정임에도 관심이 덜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행기관에서도 결산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 매년 의회에서 지적되고 있는 예산 집행률 저조, 이월사업 과다, 너무 낮게 예측된 세입규모, 그리고 이로 인한 순세계잉여금의 과다 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올해 결산에서는 치밀하지 못한 계획으로 인해 이월되는 예산규모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행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후 집행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이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허술해진 결산에 대해 그 원인을 집행기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의회는 그 동안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결산검사위원회 활동에 상당 부분 의존해 결산심사 역량을 갖추는데 소홀했다.

외부전문가는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 규정이나 절차상의 문제점, 또는 이월과 불용의 총규모 수준에서 결산을 검사할 수밖에 없다. 예산 투입에 따른 성과를 확인해 다음연도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결산 본연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총규모 수준의 분석보다 개별사업 단위의 평가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과 ‘차고지 증명제’와 같이 사업의 목표가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사업 단위의 평가가 녹록하지만은 않다. 매년 3만개 이상의 개별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사업명과 담당부서는 수시로 변경되며, 기금을 통해 우회 집행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사항을 고려해 개별사업을 평가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불과 한 달 남짓하다. 양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결산내용을 엄밀히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 때문에 결산검사위원에 의존해 형식적 심사를 하거나, 주요 이슈사업만을 분석하거나, 총규모의 문제만을 지적하는 종전의 심사관행을 계속해나간다면 결산은 더욱 허술해진다. 결산의 결과는 예산편성에 반영되어야 하므로 결산이 허술해진다면 예산편성도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예산 4조원 시대에 결산심사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결산심사 혁신을 위해서는 결산을 집행이 완료된 과거의 일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과 연계시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세부적인 방안으로는, 우선 개별사업의 이력관리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사업의 명칭이 바뀌거나 담당부서가 바뀌더라도 과거 집행실적 및 성과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되는 틀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이월의 명확한 기준을 통해 이월사업의 적정성이 평가돼야 한다. 관행적이고 부적정한 이월을 최소화해 신규 사업에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 동안 소홀히 다루어져 왔던 기금에 대한 결산심사가 강화돼야 한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일반회계를 대신해 기금을 통해 우회 집행하거나 중복 집행되는 경우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결산심사 결과를 다음연도가 아닌 당해연도 정책에 반영하고, 결산검토를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조기결산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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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용 의원. ⓒ제주의소리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는 재정수입 호조에 힘입어 예산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예산은 규모보다 구조가 더욱 중요하다. 내실 있게 짜여지고 계획성 있게 집행되어야 한다. 결산심사는 투입과 성과를 파악하고, 예산집행의 책임을 분명히 하며 그 결과를 환류시킨다. 예산규모 증가에 맞물려 결산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2017년은 제주특별자치도 결산심사 혁신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 이경용(제주도의회 지방재정연구회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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