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28) 문전본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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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전본풀이를 읊고 있는 강순언 심방.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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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왕비념을 읊고 있는 오춘옥 심방.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김연희 구송본(소리내 읽는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 문전본풀이

옛날이라 옛적에 남산고을에 남선빈가 살았습니다. 여산국 부인이 살았습니다. 남산과 여산은 세갑머리 육갑에 갈라 땋아 입장(성관(成冠), 관례를 행함) 결혼해서 사는 게, 아들이사 나는 게 일곱 성제가 태어났다. 집은 가난하고 서난하니 구명도식(求命圖食) 할 수가 없었더라. 하루는 남선비가 하는 말이, 여산국에게 내일은 굴미굴산, 노조방산, 신산골, 아야산에 올라가서 살대같이 곧은 나무 베어다 배를 짓어 주민, 무곡(貿穀) 잔뜩 실엉 강 장사하여 노잣돈 벌고 와서 엣말 하며 살아보게 뒷날 아침 굴미굴산 노조방산 신산골 아야산에 올라가 살대같이 곧은 나무를 베어다가 배를 짓어 남선비가 여산국 부인에게 상동낭 용얼레기(상동나무로 만든 빗) 반쪽을... 설운 가숙(家屬)아, 내가 가서 석달 열흘 백일이 돼도 편지 연락이 없으면 이 밤과 저 밤 새에 상동낭용얼레기에 백발술 걸려서 바당에 가 띄워 머리카락이 올라왔으면 내가 죽었을 거고, 머리카락이 아니 올라왔으면 내가 아니 죽었을 테니 그대로 알라 일러가는구나 이―
 
어서 걸랑 기영 헙서. 남선비는 가숙과 애기하고 이별하여 배를 타서 가는 데 모진 광풍(狂風) 일어난다. 배는 불력불력(불리고 불리며) 감 감(가고가는) 하는 게 오동나라 오동고을 성창머리에 가서 배를 대었구나이―

배를 대고 보니, 노일저대 구일의 딸 하는 말이, 선비님아, 초면이 됩니다. 옵서 나하고 앉아서 심심하고 야심한 데, 장기 한판 두는 게 어찌하오리까. 앉아 장기만 두다 보니, 날이 가고 달이 간다. 가지고 가 전배독선(全船獨船) 다 팔아먹어 갈 데 올 데 없었구나. 석달 열흘 백일은 다 되었구나. 노일저대 구일의 딸 하는 말이, 옵서 나하고, 나하고 가서 살면서, 부부삼고 살며, 마당에 곡식(穀食) 널어 새가 쪼아 먹으려면, 새나 다올리멍(쫓으며) 나랑 가서 살아 봅시다. 가서 함께 가 살며 채밥만 먹어서 안(眼)도 눈도 봉사가 되어간다. 여산국 부인님은 석달 열흘 백일이 되어도 하늘같은 낭군님한테 편지 연락 없으니 필유곡절 이상하다. 

설운 애기들아, 짚신 일곱 개만 삼아 달라 해, 삼아 드리니, 초신 일곱 개 잡고 이 밤과 저 밤사이 상동낭용얼래기에 백발술 걸리니 강에 가 선창 주변을 바라들며 바라나며 상동낭용얼레기 강에 드리쳤다 꺼내보아도 머리카락이 아니 올라오니 정녕 내 낭군은 살았구나. 집에 돌아와서, 설운 애기들아. 내일은 굴미굴산 노조방산 아야산에 올라가 살대같이 곧은 나무 베어다가 배를 짓어주면 너희 아버지 찾아오마. 어서 걸랑 기영 헙서. 뒷날 아침 굴미굴산 노조방산 신산곳 아야산 올라가 살대같이 곧은 나무 베어다가 배를 짓어 드리니 여산국 부인님은 배를 타고 감 감 하는 것이 그날도 모진 광풍(狂風)이 일어난다. 배를 타고 모진 모진 광풍 속에 가다 보니 오동나라 오동고을에 들어갔구나. 성창머리에 배를 두고 삼도전 거리에 가다보니, 갈대밭에서 어떤 지장(지장밧디 새도리는 아기씨, 기장밭에서 새를 쫓던 아이들이)애기씨가 이새 저새 밥주리 약은 새야, 너도 너무 약은 체 하지 말라. 남선비 약은 깐에도 가지고 온 전배독선 다 팔아먹고 갈 데 올 데 없으니 노일저대구일의 딸 과 살며 하도 채 밥만 먹어서 앞눈 봉사가 되었다더라. 주어라 저새여―

여산국 부인님이 하는 말이, 지장 애기씨야, 그거 무신 말고, 한번만 더 말해달라. 노잣돈도 주마. 댕기감도 갈라주마. 다시 말해간다. 그 집 어디로 가느냐. 이 골목 저 골목 가다보면, 거적문에 외돌채기 세워진 집이 됩니다. 노잣돈을 주어두고, 가다 보니, 아닌게 아니라 거적문에 외돌처귀 세워진 집이 있었구나. 여보시오, 주인이나 빌립서(‘주인 빌다’는 여행자가 남의 집에 유숙하다.). 주인 빌리고 나그네 빌릴 수가 있으리까.

어서 들어오세요 하니, 하도 먼 길을 걸었던 뒤라 시장기가 나니 조왕(竈王)에 솥이나 임시 잠간 빌려주면 밥이나 지어먹고 가쿠다. 어서 걸랑 기영헙서. 조왕에 간 솥을 열어보니, 아닐세라(아니나다를까). 채가 앉아 눌었으니 앞동산에 달려들어 삼수세미 박박 훑어다가 솥을 박박 씻어서 나주영산서 들어온 하이얀 쌀 내어놓아 초벌 이벌 연세번을 씻어놓고 밥을 지어 진지상을 차려 남선비한테 밥상을 드려가는구나 이―

남선비한테 이밥 잡수세요. 나같은 인간에게 이게 무슨 밥상이요? 그런 소리 하지맙서. 주인 모른 공사가 어디에 있습니까. 어서 드셔봅서.(잡숴보십시오) 미니까, 남선비는 한 숫가락 두 숫가락 떠먹다가 비새같이 울어간다. 어째서 남자(男子) 대장부가 울고있습니까? 나는 남선고을 남선비라 합니다. 나도 여산국 부인님과 살 땐 아무리 가난하고 서난해도 이런 밥을 먹었습니다. 그 말 끝엔 달려들어 손목을 부여잡고 하늘같은 낭군님아. 내가 여산국 부인이우다. 이것사 무신 말고. 홀목 부여잡고 울어봤다 웃어봤다 석달 열흘 백일 동안 쌓인 회포를 풀고있으니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어디 갔다가 치맛자락에 채 한줌 싸고 와서 문을 열어보니 이놈 저놈 죽일 놈아, 네놈 먹이려고 나는 애가 빠지게 일하다 와 보니 외간 여자(女子)하고 희롱이 뭐일러냐. 죽일 팔로 둘러가니, 남선비가 하는 말이 내말이나 들어보소서. 여산국 부인이란 말을 하니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갖은 언강을 부려가는구나 이―

설운 나 성님아, 초면이군요. 하늘 같은 낭군을 찾아오려니 얼마나 눈물인들 아니나며 땀인들 아니 났겠어요? 옵서 우리 마을에 물 좋다는 소문난 주천강연내못(酒泉江蓮花池)에 가서 목욕하고 와서 만단정화(萬端情話) 사실이나 일러봅주. 어서 걸랑 기영허라. 노일저대구일이 딸하고 여산국 부인님은 주천강 연내못에 가 옷을 벗고 물을 발착발착 지치다가 하는 말이, 형님아. 제가 둣강(등)에 때 밀어 드릴께요. 아우야. 내가 너를 밀어주마. 나중엘랑 나를 밀어주라. 형님아. 위에서 내리는 물 발등에 집니다. 내가 형님 둣강(등)에 때를 밀어 드릴테니 나중에랑 나를 밀어줍서. 어서 걸랑 기영허라. 노일저대구일이 딸이 뒤로 돌아앉으니 한 번 두 번 연세번을 밀어가는 척 하다가 주천강연내못에 와락 밀어버렸다. 여산국 부인님이 갓(邊)으로 나오려면 밀력 밀력하니 석탄불에 얼음산 녹아가듯 물에 갈앉어 죽어간다.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이녁 입던 옷은 강물에 띄워두고, 여산국 부인 옷을 입고, 집으로 들어와 하늘같은 낭군님아, 요망스럽고 소망스러운 노일저대구일이 딸을 죽여버리고 왔수다. 그년 저년 잘 죽였저. 옵서 이제  랑 우리 고향에 돌아가 두 끼니 먹을 거 한 끼니만 먹으며 살아 봅주. 아버지, 어머니 고향으로 들어간다 하니, 큰 아들은 도폭(道袍) 벗어 다릴 논다. 둘째 아들은 두루막 벗어 다릴 논다. 셋째 아들은 저고리 벗어 다릴 논다. 넷째 아들은 바지 벗어 다릴 논다. 다섯번째 아들은 행경(行纏)이여 보선이여 벗어 다릴 논다. 여섯번째 아들은 갓을 벗어 다리를 논다. 똑똑하고 역력한 일곱 번째 녹디생이님은 백년다리 칼썬리(칼날이 위로 향하게 세워진 다리) 놓아가니, 형님네가 하는 말이, 내 동생아, 불효막심하게 부모님 오는데 백년다리 칼썬도리가 뭐일러냐. 형님네야, 이네말씀 들어봅서.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인데 어머님은 우리 어머님이 아닙니다. 나 하는대로 보고 듣기만 해줍서.

어서 걸랑 기영허라. 배에서 내리니, 아버님아, 어머님아 그 새 어떵 살아집데가. 어머님이랑 우리와 열달 배아파 나준 어머님이 되시면 앞으로 서서 우리집을 가리켜봅서. 기영주. 이골목도 주왁주왁, 저골목도 기웃기웃, 이집 저집 기웃기웃거려가니, 어머님아, 어째서 그 새에 집을 잊어붑데강. 배를 타고 오다보니 멀미증이 나 두통이 생겨 그리 하염저.

집으로 가서 밥해 놓는 거 보니, 아방 밥그릇은 아들한테 가고, 아들 밥그릇은 아방한테 가옵데다. 하루는 일곱형제가 글서당에 글공부를 가버리니,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조왕에 앉아 생각 생각 곰곰이 생각하다, 것들 눈치 아는 거 닮으니, 내가 먼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이것들을 죽여야지 마음을 먹었다. 조왕에서 홀연광증(忽然狂症)이 머리로 나며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죽어가옵디다. 남선비 하는 말이, 어디가 아프냐. 홀연광증(忽然狂症)이 배가 아픕니다. 오라 가서, 주사 맞고, 약이나 먹어보게. 나 병은 주사 맞고 약 먹을 병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느냐? 뒷집에 가 보면 점(占)잘하는 신의 점쟁이가 있을테니 거기 가서 점이나 치고 옵서. 경 허라. 남선빈 눈 어둑으난, 작대기 짚고 기웃기웃, 갈 때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이담 저담 뛰어 가서 벌써 가 있었구나. 어떵허연 오십데가? 우리집의 애기 어멍이 홀연광증으로 베가 아프고 답답하고 갑갑하니 문복(問卜)이나 지러 오랐수다. 

오행팔괘(五行八卦) 단수육갑(單數六甲) 짚을 듯 말 듯 하다가, 점괘(占卦)를 내어가는구나. 애기 어멍은 주사도 필요가 없습니다. 게민 약도 필요가 없습니까? 게믄 어떵허영 조쿠가. 이 애기 어멍은 살 방법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마는, 아주 어려울 듯합니다.

어찌해야 낳을 것 같습니까? 물어보니, 아들 일곱 형제 차례대로 죽여서 애(창자, 간)를 내 먹어야 몸에 좋아질 듯 합니다. 남선비는 그말을 듣고 탄복하며 집으로 돌아올 때,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이담 저담 뛰어 집으로 벌써 와서,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하늘같은 낭군님아, 그디 가난 뭐엔 점괘(占卦)가 나옵디가. 그디 가난 아들 일곱성제 죽영 애를 내먹어야 당신 몸에 병이 좋아질 듯하다 하니, 속으론 살짝 기쁘면서도 그것사 무신 말입니까? 그리말고 삼도전 거리에 가 보면, 정당(정당벌립, 댕댕이덩굴로 만든 벙거지) 쓰고 앉은 신의 점쟁이가 있을 테니, 거기 가서 문복(問卜)이나 지어 봅서. 남선빈 다시 재차 지팡이 짚고 삼도전 거리에 나갈 때에,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이 골목 저 골목 벌써 가서 앉아, 정당 쓰고 앉아 있었구나. 어떵핸 옵데가. 우리집 애기 어멍은 홀연광증으로 배가 아프니 문복(問卜)지러 오랐수다. 오행팔괘(五行八卦) 단수육갑(單數六甲) 짚을 듯 말 듯 해가다가, 이 애기 어멍은 살 방법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마는 아주 어려울 듯합니다. 어떵해야 살아나겠습니까? 아들 일곱형제 죽여 애를 내먹어야 몸에 병이 좋아질 듯 합니다. 그 말 듣고 남선비는 다시 탄복하며 집으로 돌아올 땐, 노일저대구일이 딸은 벌써 집으로 와서, 상방(마루)에 와서 탕탕 누워 뒹굴며 아이고 배여, 낭군님아 내 말 들어봅서. 난 죽어불민 다시 못옵네다. 아들 일곱 성젠(兄弟) 죽어불민 한 해에 두개, 한 해에 두개, 한 해에 세개 낳면, 임시 잠간 한 해에 일곱 성제가 됩니다.

남선비는 은장도(銀粧刀) 칼 내놓고 조왕에 가서 실강실강 갈아간다. 뒷집의 정태산이마구할망은 불망불을 빌러 왔다가 가서 보니 그 마직(그 짓거리)을 하고있으니 불삽이고 뭐고 들어던져버리고, 거리 노상에 가다가 보니, 남선비 아들 일곱형제가 글서당에서 글공부를 마치고, 아름가득 안고 오고있으니, 설운 애기들아, 너희들은 다 살았구나. 너희 아버지는 다심어멍 보탕에 빠져서 너희들을 한칼에 찔러 죽이려고 칼을 갈고있더라 알려주었구나. 남선비 아들 일곱형제 비새같이 울어간다. 어머님아 살아있걸랑 저 옵서. 죽었걸랑 혼정(魂情)으로 우리들 살려줍센하며 비새같이 울다가, 일곱 번째 아들 녹디생인님 하는 말이, 성님아 내가 가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을 몇 개 뺏어 왔으면, 우리가 한 날 한시에 다 목숨을 모면했는가 하고, 칼을 못뺏어 왔으면 한날 한시에 우리가 다 죽게됐는가 생각을 합서 어―

삼차사가 달려드러 홍사줄을 내어놓고 사문결박(私門結縛)을 하여 가니, 차사님아. 차사님아. 한 백코(백개의 고름, 고, 올가미)만 풀어 줍서. 우리집에 가서 가속(家屬)에게 울며 마농먹듯 따르는 아기들에게 난 저승 간다 말해두고 차사님과 같이 저승 가겠소 하니 차사님도 셍각해보니 남의 걸 그저 먹을 수도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하니 차사는 소사만이 앞을 세워 소사만이 집으로 들어서 가니, 울랑국 범천왕(큰북) 대제김(큰북) 소리 소제김(작은 북) 소리가 왈랑실랑 나고, 삼차사의 타는 말안장 들여 대액년(大厄緣)을 막고 있습니다. 삼차사가 곰곰히 생각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로구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인정이 과숙하민 천하(天下)도 받지 말라는 법처럼 호근 살아나려고 해서 천수방액을 막고있으니, 이걸 풀어주면 사필이 집을 가르쳐달라 하고 사필이네 집엘 들어간 홍사줄을 내어놓고 사필이를 사문절박(私門結縛)을 해서 저승을 데리고 들어가니 염내왕의 몸받은 우심판관(右審判官) 좌심판관(左審判官)들이 문서(文書)를 걷어 보니, 사필이가 죽을 연령(年齡)은 아니됐구나. 

삼차사를 불러다가, 너는 인간에 내려가 사만이를 잡아오라 하였는데, 사만이에게 뇌물(賂物)을 먹어서 사필이를 잡아 왔으니, 사필이는 다시 인간세상에 내보내 두고, 삼차사를 죽일 팔로 둘러네, 저승 법도를 어긋났으니, 모래 뒷날 사오시(巳午時)가 근당하면, 죽이겠다 하여 차사님과 같이 저승 가겠소 하니 차사님도 셍각해보니 남의 걸 그저 먹을 수도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하니 차사는 소사만이 앞을 세워 소사만이 집으로 들어서 가니, 울랑국 범천왕(큰북) 대제김(큰북) 소리 소제김(작은 북) 소리가 왈랑실랑 나고, 삼차사의 타는 말안장 들여 대액년(大厄緣)을 막고 있습니다. 삼차사가 곰곰히 생각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로구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인정이 과숙하민 천하(天下)도 받지 말라는 법처럼 호근 살아나려고 해서 천수방액을 막고있으니, 이걸 풀어주면 사필이 집을 가르쳐달라 하고 사필이네 집엘 들어간 홍사줄을 내어놓고 사필이를 사문절박(私門結縛)을 해서 저승을 데리고 들어가니 염내왕의 몸받은 우심판관(右審判官) 좌심판관(左審判官)들이 문서(文書)를 걷어 보니, 사필이가 죽을 연령(年齡)은 아니됐구나. 삼차사를 불러다가, 너는 인간에 내려가 사만이를 잡아오라 하였는데, 사만이에게 뇌물(賂物)을 먹어서 사필이를 잡아 왔으니, 사필이는 다시 인간세상에 내보내 두고, 삼차사를 죽일 팔로 둘러네, 저승 법도를 어긋났으니, 모래 뒷날 사오시(巳午時)가 근당하면, 죽이겠다 하여 전옥(典獄)으로 하옥하니, 하루 이틀 넘는 게 염네왕에 몸받은 좌심판관, 우심판관, 좌도나철, 우도나철, 문서(文書) 첵(冊)지기들이 순례 차를 나와서, 팔자동간(八字同官) 유학성제(幼學兄弟)가 아닙니까.우리들을 살려줍서. 인간에 간 받아온 뇌물(賂物)을 다 드리겠습니다 하니, 인정이 과숙하여 어찌해야 우리가 삼차사를 살릴 도리(道理)가 있느냐 하니, 그리말고 오늘 저녁 염내왕이 옥롱성에 잠을 자버리면 저승 문서(文書)를 내어놓고 주년국땅을 찾아 소사만이 이름 아래 서른에 죽으라는 걸 열 십자(十字) 위에 새 한마리를 올려 놓아 한 글자를 비끼쓰면 일천 천자(千字)가 될것이니 이것만 고쳐줍센 하니, 걸랑 기영 하시게. 내게 무관(無關) 아니로다. 

그날 저녁엔 염내왕이 옥롱성에 잠이 드니 삼차사 말하는대로 큰 붓을 들고서 서른에 죽으라는 걸, 한 자(字)를 비껴 일천 천자(千字)로 고치고 삼천년(三千年)으로 고쳐두고, 뒷날은 모래 뒷날 사오시(巳午時)가 되었더라. 앞밭에 가 작두(斫刀) 걸라 뒷밭에 가 벌통(罰桶)걸라. 자객(刺客)놈을 불러다가 동에 펏뜩 서에 펏짝, 삼차사를 죽일 팔로 둘러가니, 삼차사가 하는 말이 우린 무얼 잘못한 죄로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마는 주년국땅 소사만이 서른에 죽으라는 문서를 우리 눈쪽으로만 보여줍센 하니, 아이고 배여, 아이고 배여 죽어간다. 죽어가다가 하는 말이, 낭군님아, 가니까 뭐란 점괘가 나옵디가 물으니 거기 가도 한 말은 일치(一    致)하드라 하니, 자식 놈 간 불이 타는구나. 낭군님아 내 말 들어봅서 아이고 배여, 아이고 배여 죽어간다. 죽어가다가 하는 말이, 낭군님아, 가니까 뭐란 점괘가 나옵디가 물으니 거기 가도 한 말은 일치(一致)하드라 하니, 자식 놈 간 불이 타는구나. 낭군님아 내 말 들어봅서 난 죽어불민 다시 못옵네다. 아들 일곱 성젠(兄弟) 죽어불민 한 해에 두개, 한 해에 두개, 한 해에 세개 낳면, 임시 잠간 한 해에 일곱 성제가 됩니다. 남선비는 은장도(銀粧刀) 칼 내놓고 조왕에 가서 실강실강 갈아간다. 뒷집의 정태산이마구할망은 불망불을 빌러 왔다가 가서 보니 그 마직(그 짓거리)을 하고있으니 불삽이고 뭐고 들어던져버리고, 거리 노상에 가다가 보니, 남선비 아들 일곱형제가 글서당에서 글공부를 마치고, 아름가득 안고 오고있으니, 설운 애기들아, 너희들은 다 살았구나. 너희 아버지는 다심어멍 보탕에 빠져서 너희들을 한칼에 찔러 죽이려고 칼을 갈고있더라 알려주었구나. 남선비 아들 일곱형제 비새같이 울어간다. 어머님아 살아있걸랑 혼저 옵서. 죽었걸랑 혼정(魂情)으로 우리들 살려줍센하며 비새같이 울다가, 일곱 번째 아들 녹디생인님 하는 말이, 성님아 내가 가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칼을 몇 개 뺏어 왔으면, 우리가 한 날 한시에 다 목숨을 모면했는가 하고, 칼을 못뺏어 왔으면 한날 한시에 우리가 다 죽게됐는가 생각을 합서 어―

어서 기영 허라. 일곱 번째 아들이 집으로 들어간 보니, 아니나 다를 까. 아버지는 칼을 실강실강 갈고 있구나. 아버님아, 그 칼 이리 주옵소서. 아버진 눈도 어두운데, 우리 일곱아들을 죽이려면 가슴도 일곱 번을 어웃어웃 아파야 될 테고,죽어서 묻으려면 눈도 어두운데 구덩일 일곱 구덩일 파야 될 건데, 어떵허쿠가. 그칼을 이리 주면, 내가 성님들 죽여 애를 내고 와서 그거 어머님께 드려서 그거 잡수고 아니 살아나건 아버지는 나중에랑 나 하나 죽영 일곱갤 채워 드리는 게 어떻습니까.―

설운 나 아들아. 막무간 아니로구나. 칼을 내여주니, 일곱성제가 비새같이 울어간다. 산으로 동서(東西) 막끔없이(정처없이) 가다보니 노루(獐) 일곱 마리가 오고있으니, 노루를 잡으려니 노루가 하는 말이, 우릴랑 죽이지 말아줍서. 우리는 산신백관(山神百官)님이 타고 다니는 말입니다. 우리 뒤에 산톳 일곱 마리가 오고있으니 그때랑 산톳 일곱 마리 죽입서. 노루, 너 거짓말이 아닐러냐. 거짓말이 아닙네다. 노루 다리 뒷꼴렝이에 흰종이로 무끄멍 페적(標的)을 하며 다음에 거짓말이었다면, 다음에 잡아 죽이겠다고 했던 법으로서 노루 다리 꼬리가 희는 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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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개돌려세움 장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아닌게 아니라 가다 보니, 산톳 일곱 마리가 오고있으니, 한 마리는 어머님 신제비(祭費)에 쓰려고 놔두고 여섯 마린 죽연 애를 싸서 종이에 싸두고 살은 맹개낭을 해다가 불을 피워 구우며 익어시냐 설어시냐 먹단 보난 다먹어 갔구나. 종이에 애를 싼 족은 아시 하는 말이, 성님아, 내가 가서 올레 문밖에 매달리고, 매워지고, 갈라지곡 하고 있으면 내가 성님들 달려들라 하면 달려듭서. 어서 걸랑 기영 허라. 종이에 애를 싸서 집으로 들어가서 하는 말이, 어머님아, 어머님아, 이거 빨리 잡수고 살아납서. 성님들 내 손으로 칼로 다 죽연 애를 내어왔습니다. 이거 잡수고 살아나라 하니 누구가 어른 약 먹는데 아니 본다하니. 저만정 나가 있어라 하니, 창문뚱(창무뚱, 창가)에 가서 손가락에 침발라 창궁기 뚫어서 눈으로 보니, 입에 붉긋붉긋 칠하며, 이 아래 묻으며 하는 말이,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야, 아이구 배여 죽어간다. 애 하나만 더 먹으면 내가 살수있겠다 하니 들어가서 하는 말이, 어머님아, 내 어머님 죽기 전에 어머님 머리에 니(蝨)나 잡아 드리고 죽으쿠다. 누구가 중병든 사람 머리에 이를 잡느냐하니, 게민, 어머님 눕던 방안 방안 이불 자리나 나가 께끗이 치워두고 죽으쿠다. 누구가 중병든 사름 방을 치운다 하드냐는 말 끝에, 일곱 번째 녹디생인님 달려들어 이불을 바락하게 걷워 보니, 애가 여섯 개 시랑시랑 불긋불긋 누워시난, 주추마루 입주상량 도올라가 부름소리 외쳐간다. 

이 동네 아이들아. 다심애기와 사는 어른들아. 우릴 보고 정다십서(정다시다, 정다슬다 무슨 일에 욕을 톡톡히 당하여 다시는 않을 만큼 정신을 차리게 되다) 다심어멍이영 사는 아이들아, 우릴 보고 정다실렌 부름소리 외쳐두고, 지붕에서 내려와서, 이년 그냥 죽여서 내버리긴 원통하다. 칭원하다고 머릴 박박 매어 저 바당에 던져버리니, 아끈(작은) 몰망(모자반) 한 감태(甘苔) 아끈 몰망 되어간다. 머리통은 잘라다가 던져버리니, 돗도고리(둥글넓적하게 파서 돼지에게 먹이를 넣어 주는 함지박 모양의 것)를 만들고 눈은 돌라다가 던져버리니, 절구통, 코는 침통, 입은 작박, 귀는 돌라다가 던져버리니, 옛날은 무성귀로 설연을 하였습니다. 젖(乳房)은 잘라서 던져버리니, 가지깽이(바리 뚜껑)를 만들고, 배(腹)는 잘라서 저 바당에 던져버리니 물망태를 만들었고, 베또롱(배꼽)은 돌라다가 던져버리니, 보말(고동 따위의 작은 조개, 바다 우렁이)을 만들고, 또꼬망(똥구멍)은 돌라다가 던져버리니, 말문주리(말미잘) 설연하고, 허벅다린 돌라단 던져부난 드딜팡(디딜판)을 설연했다. 손은 끊어다 던져버리니 쇠스랑은 은가지여 골겡이로 설연을 했습니다. 손톱발톱 떼어다가 저 바당에 던져버리니 굼벗(돌굼벗, 딱지 조개의 일종)을 만들고, 남은 건 들굽낭 방애에 도애남 절굿대에 놓고, 독독 부숴서 불려버리니, 각다귀 모기(蚊)로 환생(還生)했다. 

그 법으로 이 아기 이녁 각각이 올올이 찢을 때는 누가 아니 멀려주어라 하던 법으로, 우리 얼굴에 파리나 모기나 앉으면 화가나 이녁대로 뺨 때리는 격이 됩니다. 이제는 함박(큰바가지) 가져오라, 쪽박(족박, 족박새기, 작은 바가지) 가져오라. 주천강연내못(酒泉江蓮花池)에 가서 어머님을 살려오자. 일곱형제가 함박 쪽박 가지고 주천강연내못디 갔더라. 물을 박박 푸고 보니, 어머님 살도 없고 뼈도 없고, 살 다녹고 뼈만 왈그랭이(많은 뼈 따위가 고스란이 있는 모양) 남았으니 열두 가지 생기(生氣)오를 꽃, 웃음웃을 꽃, 말하는 꽃, 오장육부오를 꽃, 생기오를 꽃, 걸음걸을 꽃, 성화날 꽃, 열두 가지 울음울 꽃을 놓고 이거 송낙막뎅이로, 이거 어머님 때리는 게 아닙니다. 불효막심하게 때리는 매가 아닙니다. 살리는 맵니다. 잠을 잤었다면 조왕할망으로 정주(定住)하여 따뜻하게 불쬐고, 일문전(門前) 대철갈이(‘문전철갈이’에서 문전제를 제일 먼저 지낸다. 문전제는 집안의 문신(門神)인 ‘문전’에게 집안의 행운을 비는 소규모의 의례.) 기일제사(忌日祭祀) 명절(名節) 때나, 상을 받아 먹읍서. 성님들은 동의 청(靑)대장군 서의 가면 백(白)대장군, 남의 기면 적(赤)대장군, 북의 가면 흑(黑)대장군, 대장군으로 정주합서. 똑똑하고 역력한 일곱번째 녹디생인님은 일문전에 정주를 했습니다. 일문전 난산국 본을 풀었수다. 본산국 본을 풀었수다. 오방각기 시군문도 열어 맞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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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자를 저승으로 보내는 제차 '영개돌려세움'에서 큰굿의 마지막 날 망자들이 황량한 벌판 미여지벵뒤를 지나 저승 갈 때 입을 옷과 짚신들을 싼 영개지를 준비하는 소무들.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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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대지움 장면. 제공=문무병.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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