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국제전기차엑스포] 말과 전기차 연결해보니...“조선시대 오류 되풀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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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진행된 '말과 제주와 미래산업' 세션 발표자들. 유철인 제주대 교수, 이영권 제주역사문제연구소장, 김일우 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연구원(왼쪽부터). ⓒ 제주의소리

인문학과 전기차가 만나니 이색적인 제안들이 쏟아져나왔다.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nternational Electric Vehicle Expo, IEVE)의 마지막 날인 23일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주관으로 ‘말과 제주와 미래산업’ 세션이 진행됐다.

이 세션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인문학자들은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역사와 제주의 미래로 불리는 전기차를 접목해 해석해냈다.

유철인 제주대 철학과 교수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 시각, 전기차 보급 확산에만 맞춘 전략을 넘어 사회적으로 자동차 이용자들이 ‘어떻게 전기차를 받아들이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 속 습관과 생활 패턴, 수십년 간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무엇인지 되짚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유 교수는 “전기차 하나만 가지고 ‘보급을 어떻게 하느냐’는 단순한 생각이고, 한국문화와 제주도문화 전체를 따져가면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현재 기술 개발자와 소비자들의 관계 설정과 관련해 전기차가 가진 한계를 봐야 한다”며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 만큼 있는지, 사람들이 자동차라고 하면 무엇을 제일 먼저 하고, 무엇을 찾게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운행과 주차 등 이용자의 습관을 기술의 개발과 연결시켜야 한다”며 “기술 따로, 사람 따로 했다가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영권 제주역사문제연구소장(사회학 박사)은 조선시대 중앙정부의 말(馬) 교역 통제에 따라 제주도의 경제기반이 무너져 버린 사례를 주목하면서 “조선시대를 교훈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말이 중세시대 제주 경제의 핵심이었고, 제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는 오늘날 수백년 전과 같은 오류를 다시 범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이다.

이 소장은 “규제는 필요하지만, 조선시대 중앙정부처럼 권력을 위한 규제가 되서는 안된다”며 “국민의 생태와 복지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력을 분산시키고, 자치화해야 하고, 중앙정부의 간섭을 배제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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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콘퍼런스에서 진행된 '말과 제주와 미래산업' 세션. ⓒ 제주의소리

김일우 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문학 박사)은 과거 교통수단이었던 말을 이용할 경우 잠을 자면서 말을 교체했던 역(驛)을 거점으로 삼았던 것에 빗댔다. 전기차의 주행거리 문제를 숙박시설을 중심으로한 충전시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김 소장은 “과거 말은 역까지 가서 다시 새로운 말로 교체했다. 다시 새로운 말이 뛰어야 했다”며 “전기차도 재충전을 해야된다는 점에서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화석연료 자동차는 바로 주유만 하면 운행이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재충전의 문제가 있다”며 “과거 말과 마찬가지로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충전소를 설치하면 주행거리 불안 때문에 생기는 걱정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연구원은 2014년 정부가 제주도를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전기차와 더불어 말 산업을 제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했다.

제주의 목축문화를 전반적으로 살펴본 뒤 그는 “제주는 온 도민이 말을 기르고, 특히 명마를 사육하는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던 지역이었다는 데서 제주 말 목장의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제주지역 목마장과 목축민(테우리)에 대한 학제적 연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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