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명장, 제주화산토로 첫 도자기 개발, 화산토도자기문화박물관 '제주요' 개관
제주찾은 日도예명가 제14대 심수관옹 "좋은 흙이 도자의 질 결정해"

▲ 육산 김영수 도예 명장
제주 검붉은 화산토로 만든 제주흑자기가 개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 화산토 도자기는 화산폭발시 제일 먼저 분출된 송이석과 화산 현무암, 그리고 북제주군 광령리와 감산리에서 캐낸 백토 등 5가지 화산토를 원료로 개발한 도예 작품. 무엇보다 제주도자기의 현대화를 시도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

화산토로 만든 제주옹기는 '물이 썩지 않는 그릇-숨쉬는 그릇'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정도를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 제주화산토로 만든 다양한 흑자 작품.
특히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주옹기에 이어 이번 화산토로 개발한 제주흑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또 다른 제주관광상품으로서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번 제주흑자를 내놓은 육산(六山) 김영수 도예 명장은 "아직 검정빛을 내는 화산토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든 사례가 없다"며 "제주흑자는 제주민의 도자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장은 한국보다는 일본에 널리 알려진 도예작가로 일본 다도계의 원로인 '표천가'의 종장으로 부터 그의 예술성을 인정받을 정도로 호평받고 있다. 실제 그의 작품은 수 백만원에서 1억원까지 호가하고 있다.

경기도 지정 도예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도예 명장인 그는 11살때 부터 부친의 일을 도우며 도자기 수업을 시작한 이후 17세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황실지정 가마인 '대설요'에서 일본 황실의 명품창작 기법을 전수받았다.

1975년 경기도 광주에 경안요를 세우고 일본과 한국을 드나들며 작품활동을 해 온 김 관장은 1999년 제주도로 이주해 화산토 도자기 개발에 혼신을 기울인 결과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1998년엔 조선왕실도자기 제조지였던 경기도 광주의 옛 영광을 다시 살리기 위해 '광주왕실도자기축제'를 열어 광주를 여주-이천과 동등한 수준의 도자기 관광지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도 따른다.

육산(六山) 김영수 명장은 "제주 흑자는 제주민의 애환이 서린 화산토로 만들어진 도자기"라며 "1000만명의 넘는 한국의 도자기 애호가들이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에 이어 제 4의 도자기로 불리는 제주화산토 흑자에 관심을 보일때 제주도자기 산업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산토의 매력은  점력이 약해서 아직 아무도 도자기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라는 그는 "육지부의 도자기는 1200도~1300도의 고온에서 만들어지지만 제주화산토는 1150도에서 만들어지는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자가 희고, 분청이 갈색, 청자가 푸른 것 처럼 화산토는 검다"며 "제주흑자는 '검은 도자기'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日 조선도예의 후예 제14대 심수관옹 "좋은 흑이 도자의 질을 결정"

▲ 제14대 심수관옹

이날 일본 사쓰마 도자기의 명가인 제14대 심수관옹(80)이 화산토도자기문화박물관 '제주요' 개관식 참석을 위해 다시 제주를 찾았다.

심 옹은 이날 "좋은 흙이 도자의 질을 결정한다"며 "제주의 화산토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도자의 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심 옹은 "400년전 한국도예를 일본에 전파하게된 심수관의 손자"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도자에 있어 흙은 도자의 질을 결정짓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제주화산토의 가치를 강조했다.

심옹은 1598년 일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와 박평의(朴平意)와 함께 사쓰마도기를 연 심당길(沈當吉)의 14대손.

특히 한국성을 고집하며 400여 년간 가업을 계승해오고 있는 심수관가(家)의 '수관(壽官)'은 12대때 일본황실로 부터 내려받은 작호다.

14대손은 와세다대학 정경학부 출신으로 한때 정치에 뜻을 두어 국회의원의 비서로 일한 적이 있었지만 병으로 낙향한 부친의 뜻을 이어 도예수업을 쌓았다.

이어 1946년 13대 심수관(沈壽官)이 세상을 뜨자, 14대 심수관을 습명(襲名:선대의 이름을 계승함)하고 일본 도예계를 이끌며 1989년 한국 명예총영사를 맡기도 할 정도로 가문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심 옹은 "살고 있는 가고시마 역시 제주와 같은 화산석으로 돼 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그런 곳에서 도자문화를 정착시키는 어려웠지만 선인들은 20여년간 각고의 노력끝에 도자혁명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신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14대 심수관옹은 뒤를 이을 15대 심수관 아들 일휘(一輝)에게 조선 도공의 혼을 이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 심 옹은  "정말 피나는 노력이었겠지만 지금은 좋은 유물로서 남아 있다"고 말했다.

▲ 엄기영 MBC 이사장과 우종범 MBC 사장.

"흙을 찾는다는 것은 진정 어려운 일이지만 김영수 관장은 7년의 각고 끝에 좋은 흑을 찾아 전시관까지 개관한데 대해 축하를 드린다"며 "흙은 정말 오묘한 것이 잘 다루면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잘 다루지 못하면 반격을 해오기도 한다"며 "좋은 흙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도자기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주로 제작된 분청사기와는 다른 전환기로 제주화산토의 도자가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제주의 천혜환경과 어우러진 도자기가 탄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극찬했다.

이날 행사에는 엄기영 MBC이사장과 우종범 사장, 오카모토 재제주일본국총영사, 아리마 라이테이 일본 금각사 주지, 이병하 명지대 도자기연구소장 등 도내외 내빈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아리마 라이테이 주지

일본 금산사 주지 아리마 라이테이 방문...교토불교계 이사장으로 영향력 막강 
'제주요' 현판 제자 써....'일본 정치계의 막후 인물로' 유명

특히 이날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황금빛 누각으로 유명한 일본 교토 기타야마에 있는 금각사(金閣寺)의 주지 아리마 라이테이(74)의 이력이 알려지면서 흥미를 끌었다.

▲ 아리마 라이테이 주지
아라마 주지는 동경 출생으로 현재 조텐가쿠 미술관 관장, 교토 불교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계 거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수상 조차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며칠을 사전 예약해야 할 정도로 유명한 인사라는 현지인들의 이야기.

이날 행사에 오카모토 재제주일본국총영사가 참석한 것도 아라마 주지의 참석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 일본에서는 제주에서 팔고 있는 똑 같은 제주 옹기토가 그의 '친필 사인'으로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등 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듯 높다.

'제주요' 현판 제자를 직접 쓸 정도로 아리마 주지와 이번 제주화산토 도자기를 개발한 육산 김영수 관장은 도예로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아리마 주지는 축사를 통해 "제주도에 새로운 명소가 새로 생겼는데 저기 참새가 날아온 것도 희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찾아든 것"이라며 "교토에 가서도 김원장의 혼들을 홍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주요는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의 힘을 모아야 찬사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날씨까지 화창한 것은 마치 축복이 깃든 듯 하다"고 말했다.

▲ 옹기토 포장 상자에 아리마 라이테이 주지 사인이 들어가면 10~20배로 가격이 치솟는다.

 

▲ 개관식

▲ 제14대 심수관옹

▲ 인사를 나누는 엄기영 이사장과 김영수 관장

▲ 이날 제주요 개관식을 찾은 국내외 인사들
▲ 고대 곽지리식 토기를 재연한 전시장.

▲ 김영수 관장

▲ 고내리식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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