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해녀박물관 개관...구좌읍 하도리 해녀항일운동 기념공원내

▲ 해녀항쟁을 상징화한 조형물

여성단체와 함께 문화 나들이 코스에 나서보니...

제주도와 일본에만 존재한다는 해녀들은 좀녀, 좀수, 잠수라고 불려지며 나잠업에 대한 특수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로 주목받아왔다.

▲ 해녀의 몸 안에는 탄생의 신비와 고통, 온갖 생명체의 생산과 죽음이 교차한다.
특히 제주의 해녀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전국 각처와 일본 등지로 원정을 가면서 제주 경제의 주역을 담당했던 제주 여성의 상징이다.

오는 9일 북제주군이 세계에서 유일한 바다의 노동 문화인 해녀를 소재로 건립, 개관식을 갖는 제주해녀박물관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내 유일의 해녀박물관이 구좌읍 하도리에 있는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공원내 위치한 것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당의 어멍 '제주해녀'를 전시 주제로 해 해녀의 태어남과 삶, 물질작업과 공동체 사회를 구성하는 일터 그리고 해녀의 지아비들이 했던 어업·어로문화 등 제주 해양문화를 집대성한 해녀전문박물관으로 손색이 없다.

문화는 곧 지역 경쟁력이다 

여기에 해녀박물관이 건립하기까지는 2000년부터 故 신철주 군수의 애정이 남몰래 숨어 있다.

평소 '문화가 곧 지역의 경쟁력이다'라는 신념을 가진 고인은 특히 제주해녀의 가치를 인식,  세계에서 유일한 해녀자료와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결국 이에 대한 자료의 수집과 보존 과정을 거쳐 이를 전시하는 교육.문화관광 인프라로서의 제주해녀박물관건립사업을 군정의 2대 시책사업으로 과감히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 박물관 전경

결국 우여곡절끝에 예산이 확보되고 박물관 건립계획이 수립되면서 5년에 걸쳐 124억원을 투자한 결과가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된 셈이다.

당시 사업추진 실무를 맡았던 북제주군 이생기 해양수산과장(당시 직무대리)은 "당시 고인이 박물관 예산을 절충하기 위해 기획예산처, 해양수산부, 국회 등을 방문하며 동분서주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 예산절충에 실패했을 때 "이 과장! 국비예산을 확보 하지 못하면 순수군비로만 박물관건립을 추진하라"는 열정적으로 지시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 제주의 어머니들은 온갖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뇌선'(하얀 분말 약)을 달고 살았다.

故人의 열정...해녀박물관을 세우다

당시 고인이 손수 보여준 열정은 기획예산처 김병일 차관이 적극 관심을 표명하며 국비 30억원을 내려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까지 해녀박물관 소장 및 관장을 맡았던 이생기 과장은 "제주해녀는 제주경제 발전에 한축을 담당하고 가정 경제의 주역으로 억척스럽고 강인하게 살아온 제주여인의 표상"이라며 "아무리 값진 것이라도 가꾸어 만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역사적인 박물관 개관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박물관 개관은 제주해녀의 위상과 자긍심을 높힐 뿐만 아니라 한 많은 해녀노동문화의 가치를 드높이고, 찬란하게 빛을 볼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 있다"며 "작은 키에서 뿜어내는 강한 추진력을 지니셨던 고인은 비록 역사적인 개관행사에도 참석 못한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분의 열정과 애정은 박물관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해녀의 소통문화공간인 불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위한 구심점 역할 기대

앞으로 제주해녀박물관은 제주의 삼다 중 하나인 여성 즉 해녀문화연구와 더블어 제주의 정체성을 세계속으로 전파하는 해양.해녀문화공간으로서,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받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 좌혜경 해녀연구가(민속학)

제주해녀박물관 좌혜경 연구.개발 담당(민속학 박사)은 "해녀는 제주의 전통적인 생업 문화유산으로, 기계 장치 없이 물속에서 작업하는 물질 노동의 특수성과 반농반어의 자연 친화적인 생업 방식을 영위하고 있었다"며 "특히 여성으로서 20미터나 되는 물속에서 2분간 작업 할 수 있는 초인적인 존재이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생업 및 신앙과 문화를 발전시킨 이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해녀의 원고향이라고 부르는 겐까이쵸(玄海町)가네쟈키(鐘崎) 여성 아마는 일본아마의 원조라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원양어업으로 나간 가네쟈키의  어부가 제주도의 해녀와 결혼하여 함께 돌아왔다는 설 등 가네쟈키의 해녀의 기원은 상당히 오래되었고 한국 제주도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 박사는 "이미 1791년 문헌에 해녀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며 "해녀가 일본 시대에 많이 쓰여지긴 한 용어지만 일찌기 우리나라에서 썼던 용어로 대중성과 인지도를 감안할 때 해녀로 부르는데는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 구엄 '돌' 염전터 재현

3개의 전시실에 전망대까지...'어린이 불턱' 체험장 눈길

해녀박물관내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전시공간 가운데 해녀의 삶으로 구성한 제1전시실에서는 불턱, 도대불, 방사탑, 원담을 품고 있는 제주어촌의 모습과 세시풍속을 살펴 볼 수 있다.

또 해녀의 일터를 구성한 제2전시실에는 배를타고 나가는 뱃물질, 태왁망사리와 눈, 그리고 생명줄로 불리는 빗창과 같은 다양한 작업도구를 볼 수 있다. 물질할 때 입는 전통옷인 소중기와 고무옷 등도 전시돼 있다.

해녀의 작업장이면서 해녀의 남편들인 어부의 생생한 삶의 현장과 어로문화를 전시한 제3전시실 역시 전통배인 테우를 이용한 자리잡이와 멸치잡이, 구엄 돌 염전터를 복원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주의 대표 민요인 '해녀노래'와 '멸치후리는 노래'도 들을 수 있다.

▲ 어린이 해녀체험관

그 밖에 해녀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해녀영상실과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해녀광장, 다목적 운동장 등이 있다.

특히 지하 사무실 옆에 조성된 어린이 해녀체험관은 해양문화와 바다사랑을 일깨워 주는 교육체험 공간으로서 손색이 없다.

어린이 해녀체험관은 해녀의 일상을 체험하고 바다에 대한 사랑, 해양문화를  고취시키고 교육하는 공간으로 인터렉티브 영상, 해녀의 전설, 에니메이션, 잠수체험, 노젓기 체험 등 초등 4학년 이하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이날 개관식에 앞서 제주해녀박물관 기념 및 홍보 마케팅을 위해 7~8일 이틀간 호텔 크라운프라자 2층 그랜드 볼륨에서 국내학자 17명과 외국학자 4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해녀박물관개관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 어린이 불턱
학술대회에서는 제주해녀의 항일운동, 문화유산, 해양문명을 주제로 해양문화 속의 해녀 노동문화의 학술적 체계정립 등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한편 이날 개관식에는 김성진 해양수산부장관을 비롯해 도·내외 주요인사 및 주민 등이 참석한다. 개관 식전 행사로 잠수기능 보유자를 초청해 요왕맞이 초감제를 공연하고, 개관식이 끝나면 박물관 앞 바다에서 잠수물질 시연이 펼쳐진다.

오후 8시에는 예선을 통과한 잠수12명이 노래실력을 뽐내는 해녀노래자랑으로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 지난 5일 해녀박물관을 찾은 제주여민회 여성문화답사팀

▲ 점점 줄고 있는 제주해녀(영상캡쳐)

▲ 전망대에 올라서면 해녀들의 작업장인 바다밭과 용왕에 기원하는 성소인 해신당, 불턱, 포구 등을 볼 수 있다.

▲ 해녀박물관내 사무실 모습.

▲ 저녁 노을이 물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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