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21) 동물학대를 멈추자! ① 절친한 친구에 대한 인간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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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바이에 끌려가는 백구의 모습. 백구의 주인과 오토바이 운전자는 보신용으로 백구를 먹기 위해 잔인한 방식을 택했다.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름이나 있었을까? 커다란 몸에 하얀 털이 덮여있던 시골 여느 집에서 볼 수 있었던 선한 눈을 가진 개. 다들 백구라 부른다. 집 앞을 지나가는 그 누군가를 향해 반갑게 컹컹거리며 하얀 꼬리를 살랑거려도 다가와 주는 이 없다. 오히려 시끄럽다며 인상을 찌푸린다. 짧은 줄에 고개만 빼꼭히 내밀어 밖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나은 사정이다.

어두컴컴한 후미진 집 한쪽 혹은 과수원 귀퉁이 무엇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백구들이 질퍽거리는 바닥에 채 마르지 않은 털을 고를 사이 없이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죽어간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른다.

이름조차 없는 수많은 백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꼼짝달싹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에 짓눌리고  또 짓눌려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다. 삶도 죽음도 인간의 손에 달려 모든 것을 체념하듯 울음소리마저 자유롭지 못하다.

매질로 꺾인 다리, 숨조차 쉬기 힘든 질끈 동여맨 목줄, 오토바이에 질질 끌려가 한쪽이 까맣게 그을려버린 털, 입으로 뿜어져 나오는 핏물, 처절한 고통에 눈에서 흐르는 피눈물. 한 장의 제보사진으로 ‘제주도 오토바이에 끌려갔던 백구’로 세상에 알려졌다.

▲ 백구의 발과 손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있는 제주지역 동물보호 활동가들. 제주서부경찰서 앞 1인 시위. /사진 제공=제주동물친구들 ⓒ 제주의소리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실제 백구의 소유주는 오토바이 뒤를 따르던 흰색 그랜저 차량의 운전자라는 사실이다. 본인의 몸보신을 위해 불법 도축업자인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도살을 요청하였고 다음날 다친 백구를 죽여 식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히 먹기 위해 저질러진 끔찍한 사건이다. 절친한 친구이자 가족이라 믿었던 백구는 처절한 고통과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 체념과 배신감 속에 죽어갔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런 백구를 맛있다고 먹는다. 개를 죽이기 전에 공포와 스트레스를 많이 주면 고기가 연하다는 몰상식한 통념 때문이다. 

우리 역시 백구가 끌려가는 동안 오토바이 운전자인 할아버지를 손가락질했지만 불편한 마음을 다잡고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또한 어떠한 자유도 허용하지 않은 숨죽였던 삶을 묵인해 버렸다. 큰 소리로 무언가를 말하면 짖는다, 운다고 매질을 당하면 불쌍하다 눈길을 주지만 어느 누구도 그 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또 다른 가해자이기도 하다.

동물학대는 우리가 허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몸보신을 위해, 요란스런 이미지 변신을 위해, 이목을 끄는 장식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백구와 동물을 학대하고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몇몇 알려진 사건들이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 동물보호는 모든 면에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토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주시청 앞 1인 시위. /사진 제공=제주동물친구들 ⓒ 제주의소리

독일인 경우 2002년에 세계 최초로 헌법에서 동물의 권리를 보장하고 남미의 에콰도르는 2008년 모든 개인, 공동체, 국가는 공적인 제도 이전에 자연 또는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대한 인식을 요구할 수 있는 지구권이란 조항을 헌법에 명시했다. 동물권에 대한 자각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웃집 반려동물을 식용했던 사건에 대해 벌금 30만원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동물학대가 아닌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했으며 그마저도 동물학대보다 형량이 높다는 이유라니 동물보호법의 법적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동물보호법이 동물만을 위한 법이라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우리에게 동물의 고통을 종식시킬 힘이 있는 건 맞으나 인간 중심의 세상에 동물을 약자로 보고 마치 그 위에 군림하며 무언가 크게 봐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재고해 주시기 바란다.

인간이야 말로 동물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외로운 존재이지만 동물은 인간이 없으면 더 없는 자유로움에 훨씬 더 잘 살아갈 것이 분명하다.

동물보호법은 말 그대로 동물을 보호하고 더 이상의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고 재물손괴 죄로 판결을 하여 벌금 30만원을 내는 가해자들의 조롱 섞인 웃음이 눈에 선하다. 솜방망이 처벌이 별스럽지 않는 듯 신문의 귀퉁이를 채울 뿐 피해 동물의 보호자가 느낄 분노와 상실감은 오롯이 혼자 감당할 몫으로 남게 된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런 경찰견 리모. 그의 환한 웃음에 덩달아 행복해진다. 8년 동안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다 안타깝게도 전립선암으로 지난 여름 하늘나라로 떠났다. 리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며 왕관을 씌어주었다. 우리는 동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 제공=김란영 ⓒ 제주의소리

현재 ‘제주 백구 사건’은 경찰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겨진 상황이다. 제주의 동물보호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강력한 처벌을 위한 1만명 아고라 청원은 4월 6일 1만명을 넘겨 1만 420명이 서명했다. 매일 시청과 검찰청 앞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오후 4시경 제주시청 인근에서 백구사건을 알리는 전단지 배포와 서명을 받을 예정이라 한다. ‘제주 백구 사건’은 동물보호법에 근거한 강력한 법적 조치만이 반복되는 사건을 막을 수 있으며 더디지만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동물은 이 지구상에 또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하고 우리는 그들을 마땅히 존중할 의무가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서로 영원한 존재도 아니며 이 땅에 태어나 숨을 쉬며 서로 주어진 삶을 살다 언젠가는 사라지는 서글픈 존재가 아닌가. 그들도 우리처럼 희로애락이 있으며 배고픔도 알고 아픔을 느끼고 나와 똑같이 몸에 체온을 가지고 있는 생명이라는 걸 행여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몇 년 전 나의 반려동물이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 아이의 단짝이었던 녀석이 얼마나 애절하고 심장을 후벼 파는 듯한 소리로 울부짖었는지. 한 번도 그토록 슬피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 그 울음소리를 함께 들었다면 아마도 세상 모든 동물을 향한 잔인한 학대의 칼을 그대로 바닥에 두고 돌아설지 모른다. 누가 되었든 말이다.(계속) / 김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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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동물의 영혼의 고귀함과 비천함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누구보다 고귀한 삶을 살다간 리모, 그와 다르지 않은 많은 동물들의 삶이 편안하고 행복해지길 우리는 소망한다. /사진 제공=김란영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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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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