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초 학부모 '유흥가 반대' 서명 돌입...무인텔 청소년 출입 지적에도 행정대처 미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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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삼성초 인근 한 골목길. 학교와의 거리는 2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유흥업소와 숙박업소가 대거 들어서있다. ⓒ 제주의소리

초등학교 인근에 줄줄이 자리한 유흥주점과 숙박업소들을 지켜보던 성난 학부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행법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 유해업소들에 대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최근 삼성초 학부모 24명은 ‘학교 앞 무인텔 및 청소년 유해업소 확산에 분노하는 삼성초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학교 앞 유흥가 반대 서명이다. 

삼성초 정문과 200여미터 인근에 자리한 제주시 이도1동 소재의 모 여관이 작년 12월부터 무인텔로 리모델링해 영업을 시작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학부모들은 “대놓고 학교 앞에서, 그것도 초등학교 앞에서 무인텔을 운영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확산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번 서명운동은 단순히 해당 무인텔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는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위해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될수 밖에 없는 학교 주변의 유흥주점과 숙박업소들을 정비해달라는 목소리다. 

실제로 삼성초 인근을 한 번 이도 지나가본 이들이라면 어린이들의 등하굣길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유흥주점과 모텔 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대도로를 건너면 광양초도 있어 어린이들의 통행이 유독 잦은 곳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이도1동에 위치한 광양초와 삼성초 인근에는 숙박업소가 14곳, 유흥주점이 36곳, 단란주점이 5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소위 '방석집' '과부집'으로 불리는 주점들이 대다수이고, 숙박업소에선 성매매까지 빈번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삼성초 학부모 김이승현(45.여)씨는 “그렇잖아도 기존에 유흥업소들이 너무 많은데 이제는 하다하다 무인텔이 영업을 시작한 걸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입하는 손님이 성인인지 아닌지 관리가 허술할 수 밖에 없는 무인텔 자체가 청소년들의 성매매 유입과 피해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인근 유해업소를 줄이기 위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의 학습권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며며 “단순히 삼성초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가 책임지고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조만간 탄원서를 당국에 제출하는 등 이 문제를 공론화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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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삼성초 인근 한 골목길. 학교와의 거리는 2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유흥업소와 숙박업소가 대거 들어서있다. ⓒ 제주의소리

▲ ‘학교 앞 무인텔 및 청소년 유해업소 확산에 분노하는 삼성초 학부모’가 최근 돌입한 서명운동. 현재 서명자가 360명을 넘어섰다. ⓒ 제주의소리

세 자녀를 둔 주민 김경화(47) 씨도 "초등학교 인근에 이렇게 많은 유흥주점과 숙박업소가 영업하는데도 행정과 교육당국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무인텔에 청소년들이 출입하는 모습이 주민들 입에 종종 회자되고 있고 만취한 성인들의 모습도 흔해 아이들과 이 앞을 지날때마다 속상하고 민망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구도심 주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악순환에 대한 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당국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해당 업소는 학교에서 약 210m가량 떨어져 있어 현행법 저촉을 받지 않는다”며 “다만 정서적으로 무인텔이라는 상호가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업주를 설득할 계획은 있다. 일반적인 무인텔과 달리 직원이 상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해 '상호만 무인텔일 뿐' 일반적 숙박시설과 같은 시스템이어서 청소년 출입 등은 불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7일 오전 기자가 현장 확인 결과 이 숙박업소는 실제 손님과 숙박업소 관리자와의 직접적 접촉 없이 무인텔 결제 시스템을 통해 객실을 출입하는 전형적인 무인텔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수 차례 홀로 로비와 출입문을 들락거려도 관리자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주민들 지적대로 청소년들이 출입하더라도 제재 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였다. 행정당국의 '답변'이 무색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은 학생 보호를 위해 설정된 ‘교육환경보호구역’ 중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를 ‘절대보호구역’, 200m까지를 ‘상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유해업소 설치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초 교문으로부터 약 210m에 위치한 문제의 무인텔은 상대보호구역 경계 코 앞이라 일단 규제대상은 아니다. 

단란주점, 유흥주점, 숙박업소 등은 절대보호구역 안에는 영업이 불가능하지만 상대보호구역의 경우 교육청 내 위원회 심의를 거쳐 통과되면 영업이 가능하다.

제주여성인권연대 부설 제주현장상담센터 ‘해냄’이 작년 발표한 ‘아동청소년의 이동경로에 따른 성매매가능업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옛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유흥·단란주점은 500곳, 숙박업소는 247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붉은 영역이 교육환경보호구역 중 절대보호구역, 푸른 영역이 상대보호구역. 삼성초 인근에는 상대보호구역 내에도 단란주점, 유흥주점, 숙박업소들이 자리잡고 있다. ⓒ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환경보호구역 GIS

이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제주지역에서는 상대보호구역 내 영업을 허가해달라는 유흥·단란주점의 심의 결과 12건(75%)가 통과됐다. 심의 기능이 유명무실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사실상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 보호라는 입법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송영심 해냄 소장은 “교육환경보호구역을 벗어났다고 해도 아이들은 유흥주점 밀집지역을 오고갈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 주변 관련 시설 축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 강남의 경우 행정과 교육청, 사법기관이 협력해 실제로 학교 인근 업소 수를 줄인 성과도 있다”며 “제주지역에서도 경찰, 교육청, 행정이 함께 제주지역의 유해업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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