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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정해졌다. 출처=YTN 화면 갈무리.
[권영후 칼럼] 불평등은 경제보다는 정치 문제

차기 대통령 선출이 한 달 남았다. 다시 묻는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에게 불평등은 넘지 못할 벽인가. 불평등의 짙은 그림자와 함께한지도 오래됐다. 최근 발표된 통계는 불평등, 불안전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가계부채 1344조원, 자영업자 대출 520조원, 65세 이상 노인 38%만 연금 수급, 청년실업률 12.3%, 치킨집이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 3만6000개보다 많은 4만여개 등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대99 담론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불평등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으나 해결 방안을 찾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미국과 유럽은 불평등을 세계에서 가장 큰 위험으로 인정하고 실제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안을 모색 중이다.

불평등 문제는 영국 자본주의 초기 ‘인클로저 운동’의 병리현상에 대해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표현한 것처럼 선명해졌고 사회적 개입이 없으면 답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원래 양들은 온순하고 아주 적게 먹는 동물이었다. 이제는 양들이 너무나도 욕심 많고 난폭해져서 사람들까지 잡아먹으며 논과 집, 마을까지 황폐화시키고 있다.”

1980년 이후 급증한 불평등 때문에 소수 기득권층과 다수 소외계층으로 분화되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계층 간 이동이 더욱 어렵게 됐다. 노숙자 급식소와 부자들의 우주여행으로 상징되는 불평등이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결과 국민행복도는 크게 떨어졌다.

신자유주의 옹호자들은 시장 개방과 자유화, 기술변화는 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소득 증대에 기여했으며 불평등은 부수적인 문제로 파이가 커지면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성장을 포기하면 불평등은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말한 “계속 뛰어야 한자리에 머물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분배보다는 낙수효과, 민영화, 규제혁파, 구조조정, 감세를 줄기차게 관철하려고 한다.  

지난해 세계인들이 예상 못했던 정치적 변화가 불평등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어링으로 쇠락한 공업지역인 러스트 벨트 지역의 백인 중하층의 전폭적인 지지 탓이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난민의 대거 유입과 일자리 불안에 시달린 중간 계층 백인들의 불만이 낳은 결과다.

통합, 연대, 인권존중의 기치를 내건 유럽의 꿈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유럽에서 극우세력들의 발호는 부의 불평등에 따른 소외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격차와 빈곤이 심화되면서 파괴 충동이 극단적 테러리즘으로 치닫고 있다. 세상과 단절되고 격리된 사람들이 늘어나는 한 악의 악순환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눈을 우리 내부로 돌려 국가위기를 초래한 불평등 문제에 대처한 사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방이후 실시된 농지개혁, 의료보험, 국민연금, 의무교육 확대와 IMF 사태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수급자, 노령 기초연금이 있다. 당시 경제상황에서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복지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소득과 자산 양극화, 남성과 여성의 차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청년 실업의 증가, 자영업과 가계부채 급증, 노후 대비 부족으로 발생한 빈곤 노인, 기술발전과 일자리 감소, 중앙과 지역의 격차 확대 등은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뇌관들이다. 특히 지방의 중앙 종속 심화와 지역의 공동화 소멸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 간, 주민 간의 불평등과 갈등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임금수준은 정체되고 지대나 이윤은 늘어나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불평등이 심화되면 공동체의식, 연대 협동의 정신은 사라지고 스스로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 불평등이 경제보다는 정치 문제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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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후 소통기획자. ⓒ 제주의소리

5월 9일 출범할 다음 정부는 백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후보들의 공약에는 공정성장, 고용, 임금, 소득, 세제, 교육, 출산과 보육, 주거, 사회보장, 지방분권과 관련된 다양한 해법이 제시돼 있다.

현 실정에 맞는 최대공약수를 찾아 소통과 설득을 통해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물고기 잡는 법도 중요하지만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게 당장 먹을 수 있는 물고기도 주어야 한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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