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전격취소 '고민중'…우 전 지사 의중 여부 '촉각'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제주를 찾은 30일 낮 1시쯤 갑자기 제주정가에 '오재윤'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이 6월5일 제주도지사 재선거에 출마키로 하고 이날 오후 3시에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제주도청 공보실은 낮 1시30분쯤 각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에게 오 기획관리실장이 오후 3시에 기자회견한다는 내용을 알렸다.

그러나 잠시 후 오 실장의 기자회견이 갑자기 취소됐다. 출마기자회견 자체도 전격적이었지만 기자회견 취소도 전격적이었다. 기자회견 취소를 알림과 동시에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은 한동안 제주도청에서 모습을 감췄다.

오재윤 기획실장의 도지사 재선거 출마소식을 낮 1시16분에 올렸던 '제주의 소리'는 갑작스런 기자회견 취소 소식에 이 뉴스를 잠시 '메인 화면'에서 내려야했고 영문을 모른 네티즌들의 문의 전화가 '제주의 소리'에 잇따랐다.

제주의 소리는 오 실장과의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이날 2시30분 통화가 이뤄졌다.

오 실장은 "재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오 실장은 "그 동안 몸담아 왔던 공직을 사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솔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열린우리당 공천후보 마감이) 내달 4일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리겠다"며 출마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오후 3시에 기자회견을 예정했다가 갑자기 취소한 이유가 뭐냐"는 질물에 대해서는 "잘못 실수해서 연락을 한 것 같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불과 한 시간 사이에 오재윤 실장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있었을까.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은 당초 이날 오후 3시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가오는 6월5일 도지사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이 도청 내부에 퍼져나가자 제주도청 내부에서조차 이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결국은 그렇게 가는구나"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우근민 전 지사의 최 측근인 오재윤 실장이 우 전 지사를 대리해 6.5 재선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게 도청 안팎의 한결같은 분석이었다.

특히 여기에는 "우근민 전 지사의 의중이 실려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이날 오전 제주를 방문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주시 탑동에 있는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우근민 지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27일 저녁 도지사 공관에서 나온 우근민 전 지사는 제주세무서 인근에 30평 규모의 주택을 임대했으나 보수문제 때문에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잠시 머물고 있다.

정 의장의 우근민 전 지사 면담에는 강창일 제주도당 위원장도 함께 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자회견에서 "우근민 지사와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동영 의장은 "우근민 전 지사 지사직 상실이 인간적으로 안타까워 위로를 하기 위해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간의 정황을 봤을 때 정 의장과 우근민 전 지사와의 만남 자리에서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의 출마이야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정 의장과 우 전 지사의 논의 결과에 따라서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이 전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하려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재윤 기획관리실장의 출마여부에 따라 6.5 재선거는 상당한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근민 전 지사의 낙마로 제주도정이 큰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제주도청의 행정을 이끌고 있는 오재윤 기획실장마저 선거에 출마할 경우 제주도청은 또 한차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재선거가 우근민 전 지사의 '한풀이식' 대리전으로 변모되면서 모처럼 '도민화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재선거가 또 다시 '도민갈등'을 부추기는 선거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벌써부터 강하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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