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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제주시 연동 신대로 담팔수에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항생제 투여 실험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초점] 세계유산본부, 파이토플라스마 감염 의심 ‘확인실험’...2005년 일본서 자생지 ‘초토화’

<제주의소리>가 2016년 8월16일 보도한 ‘신제주 담팔수 집단 고사’와 관련해 환경당국이 제주에서 보고된 적 없는 신종 미생물 감염 가능성을 열어두고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최근 제주시 연동 ‘신대로’와 화북동 ‘연삼로’, 노형동 ‘한라수목원’에서 담팔수 50그루를 표본으로 삼아 영양제와 항생제 투여 실험을 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최근 제주시 신대로와 서귀포시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담팔수 집단 고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제주의소리>가 지난해 취재한 신대로 구간은 당시 4그루가 완전 고사해 모두 베어진 후 또다시 수 십여 그루에서 이파리가 벌겋게 변하는 고사 현상이 확인됐다.

제주시는 미관을 해치는 일부 나무는 가지를 모두 절단하고, 완전 고사할 경우 지난해처럼 밑둥을 잘라 내기로 했다.

제주공항에서 KCTV제주방송 사거리로 이어지는 1.8km에 심어진 담팔수는 대략 131그루다. 이중 제주도청 일대 담팔수는 1977년 故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조성된 신제주 건설사업 당시 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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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신대로에는 131그루의 담팔수가 식재돼 있다. 최근 이들 중 상당수가 생육 저하로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중 4그루는 지난해 이미 잘려 나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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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는 고사가 진행중인 담팔수의 가지를 잘라냈다. 한 시민이 담팔수 가로수 곁을 지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는 신제주로터리에서 신제주초등학교 교차로까지 심어진 나무 대부분이 생육이 급격히 나빠지고 이파리가 시드는 등 고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영양제와 나무주사, 비료까지 투입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바이러스 등 질병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살균제까지 투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로수 바닥의 식수대가 좁아 나무 생육에 지장을 줬다고 분석했지만, 숲 속 자생지 군락에서도 고사목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귀포시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93년 신시가지를 조성하며 가로수로 담팔수 600여 그루를 심었지만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0여 그루가 고사했다.

최근에는 서귀포시 담팔수 자생지는 물론 제주시 한라수목원 인근, 연삼로, 용문로, 용해로, 거로 등에서도 고사목이 확인되는 등 시내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제주도는 원인 규명 과정에서 2005년 일본 담팔수 자생지에서 나무들이 집단 고사한 사례를 확인하고, 당시 고사의 원인이 된 ‘파이토플라스마’(phytoplasma) 감염을 의심하고 있다.

파이토플라스마는 기존 바이러스처럼 핵단백질 모양의 병원체가 아닌, 극히 미세한 원핵 미생물이다. 식물과 식물을 먹는 벌레를 숙주로 삼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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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제주시가 고사한 제주시 연동 신대로의 담팔수를 제거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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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하게 해 계속 잎을 만들게 하고, 여기에 꼬인 매미충 같은 벌레에 옮겨 타 다른 식물로 이동해 감염시킨다.

국내에서는 대추나무 등에 생기는 빗자루병의 원인으로 파이토플라스마가 지목되기도 한다. 관련 연구도 부족해 국내에서 파이토플라스마 전문가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수소문 끝에 전북대학교 연구진을 섭외하고 파이토플라스마 감염 여부를 조사중이다.

자체적으로 항생제를 확보해 고사가 진행중인 수십여그루를 대상으로 파이토플라스마 저항 능력도 검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항생제를 투여한 일부 나무에서 고사 속도가 눈에 띄게 줄고 새순이 돋아나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제주도가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을 의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측은 “아직 제주에서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에 따른 피해는 보고된 바 없다”며 “정확한 고사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파이토플라스마 감염에 대비해 세 가지 항생제를 투여해 표본별로 생육을 확인하고 있다”며 “원인균을 밝혀내면 담팔수 집단고사를 막을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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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제주시 연동 KCTV제주방송 사거리 인근의 담팔수에 항생제를 투여해 고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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