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 칼럼] 렌칭 체인지-위기를 통한 변화
[김국주 칼럼] 렌칭 체인지-위기를 통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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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렌칭 체인지(wrenching change)란 물리적 및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변화, 미리 막을 수 있었던 모든 불행한 일들을 다 거친 후 성취되는 변화를 말한다. 인류역사에 점철되었던 이런 변화가 한반도에서 일어나려 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미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것이 9일이었고 바로 그 다음날 핵 항공모함 킬빈슨이 기수를 한반도로 돌려 북상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이태리에서는 G7 외무장관회의가 열렸다. 시리아 사태와 북한 사태가 함께 다루어졌는데 미국이 레드 라인(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은 시리아에 대해 응징한 것에 대해서는 일치된 지지를 보냈고 돌이켜 2013년 화학무기 폐기를 약속하며 아사드 정권을 미국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지켜 주었던 러시아에 대해서는 그 무책임성을 성토했다.

다음달에 이어서 열릴 G7 정상회의에서도 북한 문제는 시리아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질 것이다. 영국 정보기관인 MI6(해외정보국)의 존 소웨어스 전 국장의 발언대로 북핵 문제는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에게는 한가지 유일한 것, 군사적 선택밖에 남지 않는 심각한 위험"이기 때문이다.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G2국 중국은 무엇을 원하는가? 지난 주 트럼프-시진핑 회동에서 중국이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해법은 비핵화 및 평화협정을 병행화는 쌍궤병행(雙軌竝行)과 핵실험 중단과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이었다.

"쌍궤병행 쌍중단"

공교롭게도 이 내용은 노무현 정부에서 첫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윤영관 서울대 교수가 지난 2월1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지에 북핵문제 해법으로 제시했던 글과 일맥상통한다. 중국은 과거 명나라 시절 한반도를 중국침략의 교두보로 삼으려는 일본과 대적해 싸워야 했고(1592년 임진왜란) 그로부터 3백 년 후에는 한반도를 정복한 일본과 청일전쟁을 치러야 했으며 더 최근의 한국전쟁 때는 압록강 국경까지 북진한 미군과 대치해야 했던 경험이 있으므로 북한과 같이 친중 정권을 국경에 두고 싶어한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처럼 누구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서는 이러한 완충지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중국이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려면 미국이 북한의 체제 전복을 바라지 않음을 공언해야 한다. 그리고 핵 무장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 안보가 보장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에 대한 침략이 미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되는 한미 방위조약이 있듯이 북한에 대한 침략이 중국에 대한 침략과 동일시되는 북중 방위조약을 미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이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제시하는 '협상'의 조건은 무엇인가? 지난 9일 틸러슨 장관이 미 ABC방송에서 밝힌 조건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비핵화의 의지로 보겠다는 것으로서 매우 중요한 발전이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 전복을 원하지 않음은 그의 입을 통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사드(THAAD) 문제는 자동적으로 해소된다.

한반도의 운명이 갈림길에 있다. 이달 15일로 다가오는 태양절 또는 그 이후에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도발을 하고 미국이 이에 무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하나의 갈림길이다. 미국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했던 행동을 미루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때 한반도는 전쟁에 휘말리고 막대한 희생을 치르지만 통일은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한반도에 놓인 두 갈림길

다른 갈림길은 북한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중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협상의 조건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전협정은 자연스럽게 평화협정으로 대체된다. 한반도에 두 개의 독립된 나라가 병존하는 그림은 한반도 통일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되어왔다. 그러나 서로 적대하며 살아온 날이 너무 길었음을 감안하면 원샷의 통일이 아니라 선평화 후통일의 접근이 오히려 통일의 날을 앞당기는 길이 될 수 있다.

위기의 심각성에 비하면 국제 금값과 국내외의 환율 및 주식시장의 반응은 다소 뒤늦은 감이 있다. 지금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전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4월 12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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