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가 할퀸 생채기 보듬는 보노보들의 ‘아름다운 반란’
침팬지가 할퀸 생채기 보듬는 보노보들의 ‘아름다운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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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우의 여럿이 함께] (1)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문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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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옛 제주상록회관 1층에 문을 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 공간에는 '가공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 제주의소리

오늘 우리는...

오래 전 읽으면서 가슴이 저미어 왔던 글귀 하나.

“백인 대추장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는 제의를 하며 우리에게는 아무런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것이다.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
 
새로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의 심장의 고동을 사랑하듯이 그들이 이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 온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그대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 ‘시애틀 추장 연설문’(1854년)

150년을 훌쩍 넘어선 지금, 오늘 우리는 어떤가요? 승자독식의 토건국가,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그래서 모두를 개미지옥으로 몰아넣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버린’ 오늘날 한국경제에 우석훈은 ‘괴물’이란 딱지를 붙입니다. 무언가 활로가 없을까요? 과연 내 자신과 우리 이웃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있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한번, 여기로 눈길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침팬지가 할퀴어 놓은 사회의 생채기를 보듬는 데 그치지 않고, 도박판처럼 엉망진창인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아름다운 반란’에 나선 보노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새로운 보노보들은 침팬지 경제학의 돈독을 씻어 내고, 무한 경쟁으로 생겨난 사회적 빈틈을 메우며, 벼랑 끝에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활의 손길을 내민다. 또한 시장에 뛰어들어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사회적 유익을 극대화한다. ……

보노보들은 변화된 세상에서 어제의 해법은 내일의 변혁에 맞지 않다며, 일방적인 전복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를 통해 ‘보노보식 혁명’을 실천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가들의 반란은 부드럽지만 강하고, 반짝이지만 지속적이고, 치열하지만 평화롭고, 작지만 아름답다.” - 유병선 『보노보혁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양극화, 고령화, 청년실업, 지역경제 붕괴 등 양적 성장 위주의 정책이 낳은 문제들을 국가와 지역공동체가 함께 해결하는 유력한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선 19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세계화로부터 지역을 방어하기 위하여 다양한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지역모델을 개척해 나갑니다.

모두가 바라는 따뜻한 일자리, 차별과 배제를 해소하는 복지, 지역문화 활성화와 환경보전, 생활공동체 복원 등 사회적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경제적 활동을 수행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우리가 찾던 ‘보노보’, 바로 그들입니다.

하지만 우리 제주에선 아직 사회적경제라는 단어가 여전히 낯설어 보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요? 지역주민 누구나 안심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사는 길. ‘모두가 행복한’ 그런 지역을 바란다면 말입니다.

제주에서도 그간의 사회격차와 실업은 말할 것도 없고 속칭 ‘급성 인구병(病)’ 때문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이 넘쳐납니다. 주거나 교통, 일자리, 심지어 쓰레기문제까지...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커뮤니티 솔루션으로서, 지역차원에서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공급주체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발적 지역발전을 위한 건강한 추진동력으로서 제주에서도 사회적경제를 보듬고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적경제는 지역사회에서 길러집니다. 우리 주변 이웃들을 보살피기 위한 돌봄, 아이들을 안심하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보육과 교육, 그리고 보건의료, 주민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농업과 식품산업, 주거와 복지, 문화 등이 바로 사회적 경제가 담당하는 주된 영역입니다. 바로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제공하지 못하는, 혹은 하지 않는 영역에서 다름 아닌 우리 이웃들의 필요와 욕구를 조직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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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제주 사회적경제 한마당에서 진행된 제주사회적경제 비전선언식. ⓒ 제주의소리

“예로부터 제주에는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서로간의 신뢰와 품앗이, 그리고 상호부조를 통해 어려운 시절을 극복했던 공동체 문화, ‘수눌음’이 있었습니다. ‘수눌음‘이야말로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청정 자연과 제주다움을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경제를 보듬어 왔던 우리 사회적 경제의 고유한 전통입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자산으로 우리는 도민행복, 세대활력,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주형 사회적 경제, ‘수눌음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도민들이 ‘더 나은 삶’을 함께 누리고 우리 지역이 ‘더 큰 제주’로 도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동력,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키우고 사람을 중심에 두는 공존과 상생의 경제공동체, 바로 ‘수눌음경제공동체’가 그리는 제주입니다. 또한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 그리고 공공경제와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실현하고자 하는 제주발전의 새로운 모델입니다.” - 2015 제주사회적경제 비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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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생명과 평화가 깃들고, 나눔과 보살핌이 넘쳐나는 ‘모두를 위한 제주’를 꿈꿔 봅니다. 협동적 자치‘수눌음’과 생태적 순환경제 ‘통시’,그리고 신뢰의 사회적 자본 ‘궨당’을 이 땅 제주에서 새롭게 복원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발걸음은 더딘데, 언제나 마음만 앞서 갑니다. ‘여럿이 함께’ 하면 길은 등 뒤에 보입니다. /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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