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만나 인생관이 바뀐 사람. 바로 코코어멍 김란영 교수입니다. 그는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코코'라는 강아지를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를 알게됐답니다. 일상에서 깨닫고 느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코코어멍이 <제주의소리>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코코어멍 동물愛談] (22) 동물학대를 멈추자! ② 백 년 동안의 고독, 백 년 동안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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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글은 적당한 크기에 서로 싸우지 않고 무리지어 지낼 수 있으며 실험이 중단돼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실험 도중 연구원이 바뀌어도 딱히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적응하기 때문에 실험에 이용된다. 누구든 사흘만 밥을 주면 그 사람에게 꼬리를 흔든다. 우리나라에서만 1년에 1만 마리 이상의 비글이 실험용으로 희생되고 있다. / 사진 출처= 미국 동물 생체실험 반대 단체 NAVS(The National Anti-Vivisection Society)

4월 24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들의 날.

아주 작고 지극히 온순하다. 혹은 사람과 유사하다. 그들이 선택된 이유이다. 대부분의 실험실, 연구실에 사방이 폐쇄돼 갇혀있는 동물들의 특징이다. 우리는 그들을 실험동물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실험동물은 마우스, 햄스터, 토끼, 기니피그, 돼지, 개, 원숭이 등이 있다. 인간과 장기가 비슷하다는 이유를 들지만 어느 실험실에도 사납기로 유명한 핏볼테리어와 같은 동물은 없다. 연구자들도 다루기 어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약하고 온순하고 다루기 쉬운 상대에게 더없이 강하고, 강한 동물에게는 한없이 약한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강한 동물로 대상을 바꾸라는 건 아니다. 

동물들은 광범위한 실험에 시용되는데 기본 연구의 학문 분야나 무언가의 발견을 위해서다. 제품안정성 실험이나 배치 시험, 농약 중독성, 백신의 안정성 시험에 대부분 동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2015년 한 해 보건·의료 관련에만 사용된 공식적인 실험동물의 수는 200만 마리를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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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팽이의 움직임처럼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동물실험을 대체할 적절한 대안은 궁극에는 있다. 그때까지 우리는 이미 검증된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것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 김란영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들은 어디서 구하는 걸까?

국내에만 공식적인 동물실험 시설은 3000개 이상이며 이런 시설에 약 600여개의 공급자로 분류된 기관이 실험하기에 아주 적당한 동물을 말 그대로 ‘공급’하고 있다. 실험을 위해 수입하는 동물도 약 20만 마리다.

특히 개를 이용하는 동물실험의 대부분은 비글을 이용한다. 실험비글인 경우에는 핸드백처럼 유명 브랜드도 있다. ‘마샬 비글’로 미국, 영국,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으면 한국인 경우에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다. 과학계에서는 논문과 실험결과의 공신력을 얻기 위해 높은 값을 주는 그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동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부터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 유전적 배경과 어떤 물질에 노출됐는지 알고 있는 실험용 동물을 연구에 사용할수록, 유전자가 변형된 동물과 특정 목적으로 사육된 동물들의 반응은 표준화할 수는 있으나 사람들은 표준화할 수 없다. 인간은 다양하며 유전자도 섞여 가지각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말 동물실험이 정밀하고 정당하기는 할까?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은 “동물실험이 증명하고 있는 바가 거의 또는 전혀 없으며, 이를 인간과 상호 관련시키는 것도 매우 어렵다”며 동물 모델의 정확성에 의문점이 발견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본격적인 광범위한 동물실험은 백년 가까이 되었지만 불행하게도 동물 연구에서 실제적인 결과를 보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다. “좋아, 뭔가를 시험해야 하는데 어디다 할까? 사람이 아닌 다른 종에게 시험해 보자”. 실험실에서 동물에게 무언가를 시험해 실생활에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제로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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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돕는 것이 우리 자신을 돕는 것이다. 그들이 편안하지 않고서 과연 우리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 마치 우리는 우리 자신이 편안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겨울 산을 유유히 날아가는 새. ⓒ 김란영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으로 인해 결국 동물실험의 연구 결과 또한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한 실험약품을 실험실 영장류에게 인간 자원자의 500배 용량을 주입했어도 아무런 영향이 없어 인간 자원자들에게 투여했는데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잘 알려진 아스피린은 개와 고양이에게 선천성 결함을 주지만 사람은 아니다. 심장약인 엘랄딘은 동물실험 결과 인간에게 안전하다고 판명됐지만 실명이나 종양 위장 문제와 관절통을 일으킬 수 있다.

거기다 모든 폐암은 85%가 흡연에서 기인하며 금연만 하더라도 폐암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동물에게 담배 연기를 흡입하게 하여 폐암을 유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글을 상대로 화학제품 유해성 실험을 위해 매일 사료에 농약을 섞여 먹이거나 이를 거부하면 주사로 강제 주입한다. 소화제, 샴푸, 신약제품 등 이미 안전하다고 알려진 성분을 이용하면 될 것을 오로지 신제품 생산을 위해 비인도적이고 비도덕적 동물실험을 계속하는 건 이 시대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영국 국립생체해부 반대협회는 영국 정부와 입법부를 상대로 동물실험을 대신할 새로운 과학 기술 방안을 말하고 있다. 조직과 세포 배양, 컴퓨터 모델링 분석기술 사용법을 설명하며 대체기법인 가속기질량분석법을 제시한다. 그들은 동물을 상대로 한 연구는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동물과 인간 사이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고, 지난 백 년 동안 광범위하게 이어져왔기 때문에 이젠 바꿀 때가 됐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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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미국 LA에서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기념해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참여한 어린이가 동물실험에 이용되는 새끼 원숭이 사진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해맑은 웃음이 서로 닮았다. / 사진 출처= 미국 동물 생체실험 반대 단체 NAVS(The National Anti-Vivisection Society)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연구원 유병용 박사에 따르면 새로운 약 개발을 시판하기까지 약 15년 동안 막대한 자원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동물을 대상으로 독성 및 약효 시험을 거쳐서 임상단계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이 체내 흡수가 거의 안 되거나 매우 빠르게 배설돼 약으로서 개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로 인한 막대한 신약개발 비용 손실이 발생된다고 한다.

가속기질량분석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인간에게 안전함은 물론이고 동물과 사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흡수, 분포, 대사, 배설에 대한 약물 동태 정보를 초기 개발단계에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어 신약개발에 혁신적인 분석기법이라 설명하고 있다.

동물실험은 과거의 잔재이자, 기술의 후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반적인 연구 활동에서 비 동물실험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비동물연구법이 진보한 방법이고 최첨단이며 과학과 기술에서 발전하는 첨단기술로서 신기술인 컴퓨터 모델링 기술과 정교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동물실험에 집착하고 있다.

생명윤리학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철학자 피터싱어 교수는 말한다. “실험실 동물 착취는 종차별주의라는 커다란 문제의 일부이며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 20세기 연구실에서 무엇이 행해졌는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혐오감을 느끼며 의아해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느낌은 로마 검투사 시합장에서 벌어졌던 잔악한 행위나 18세기 노예 무역에 대한 글을 접했을 때의 우리의 느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온갖 실험의 고통을 견디고 죽음을 통과한 몇몇 동물은 과연 자유로워질까? 답은 실험으로 재사용되거나, 해부용으로 사용되거나, 안락사시켜 폐기처분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동물의 현주소다.

2012년 4월 28일 이탈리아 북부 몬티치리아에서 동물보호단체인 ALF(Animal Liberation Front)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실험용 비글 사육장인 그린힐에 운집하여 시위를 했다. 이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험동물을 구조하고, 가장 많은 수가 입양이 되어 전 세계인에 감동을 선사했다. (출처=비글구조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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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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