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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3시,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아픔을 겪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학살 당한 민간인을 기리는 '피에타' 동상이 들어섰다.

'한국군에 의한 희생자' 기리는 피에타 동상, 강정 평화센터 제막...'베트남판 평화의 소녀상'

'베트남판 평화의 소녀상'이라 할 수 있는 피에타 동상이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아픔을 겪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세워졌다. 

재단법인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 주교)은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로 희생된 어머니와 어린 아이들의 넋을 기리는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식을 26일 오후 3시 제주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열었다. 제막식에는 한베평화재단 관계자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등도 참석했다. 

이날은 2007년 강정에서 향약에 어긋난 마을총회로 87명의 박수와 함께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된 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성과 성찰을 꿈꾸며, 지난해 4월 발족했다. 재단에는 천주교 신자 뿐만 아니라 봉은사 주지를 역임한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명진 스님 등 불교계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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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이사장이 피에타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년 2월 재단이 설립돼 베트남전쟁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평화교육, 전쟁피해자 복지 사업, 문화예술교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매년 4월30일 베트남전쟁 종전 기념일에 베트남에 대한 사죄와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피에타 동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제작했다. 

제막식에서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정선녀 센터장은 “전쟁으로 인한 베트남과 우리나라, 또 4.3을 겪은 제주는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다. 이런 아픔의 피해자 대부분은 힘 없는 어머니와 어린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에타 동상이 들어선 이곳, 해군기지 아픔을 겪는 강정마을이 어머니의 따뜻한 자궁 같은 터가 되길 바란다”며 “강정마을에서 우리는 언제나 무기 없는 평화를 갈구할 것”이라고 했다. 

강우일 이사장은 “베트남과 강정이 평화로 만났다. 베트남전 종전 42년만에 전쟁으로 스러져간 어미와 그 품에서 잠든 아기의 얼굴을 마주한다.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며, 평화의 섬 제주, 세계 평화의 일선 강정마을에 베트남 피에타를 세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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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이사장(왼쪽)과 임원을 맡고 있는 명진 스님.
피에타 동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는 추모사(‘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에 부쳐’)를 통해 “보자인(VO Danh). 한자로 무명. 우리나라말로 아무개. 이름 아닌 이름을 부른다. 한국군 총칼에 도륙당한 베트남의 영령들과 일본군에 짓밟힌 우리나라 20만의 꽃(영령), 3만의 제주의 바람(4.3피해자), 광주의 5월 꽃비(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 제주에 오지 못하고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까지 제주 강정, 구럼비에서 봄날 꽃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기렸다. 

추모 공간에는 강정마을 평화활동가로 함께한 빅스 신부의 유해가 안치됐고, 고은 시인의 시 ‘평화’, 베트남 Chim Trang 시인의 ‘수련꽃’, 강정마을 김성규씨의 ‘평화란!’ 시도 들어섰다. 

고은 시인은 피에타 동상 제막에 맞춰 ‘나의 야만을 기억하고 기억한다’란 반성의 글을 보내 아픔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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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동상을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 김서경 작가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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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3시,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아픔을 겪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학살 당한 민간인을 기리는 '피에타' 동상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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