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추자도는 최근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나 둘 제주 섬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마을의 활력이 뚝 떨어진 것. 이를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당국, 제주관광공사 등 기관들과 뭉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의 매력들을 한 데 엮어 관광 자원화에 나선 것. 관광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에 나선 이들의 도전을 살펴보기 위해 추자도로 향했다. [편집자 주] 

[섬, 추자도가 좋다] (上) 관광 활성화로 제 2의 도약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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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론 하늘길의 모습. 웅장한 절벽의 광경을 만끽하며 산길을 걷는 기분이 색다르다. ⓒ 제주의소리

제주시에서 북서쪽으로 53km. 지도상으로 보면 제주보다 전라남도에 더 가까이 맞닿은 섬. 42개 섬으로 구성된 제주 다도해의 중심. 다양한 어족자원과 풍부한 어장을 갖춘 해양자원의 보고. 마니아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바다낚시의 천국.

이 다양한 매력을 가진 섬 추자도는 사실 요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제주의 다른 지역은 인구가 늘어난다고 걱정이지만 이 곳은 정반대로 나날이 줄어드는 인구 수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한다. 1990년대 초 5000명에 육박했던 인구는 2005년 2818명으로 낮아진데 이어, 2015년에는 2022년, 작년에는 1906명까지 떨어졌다.

지난 27일과 28일 방문한 추자도에서 만난 주민들과의 대화 속에서는 이런 염려가 그대로 읽혔다.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마을은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추자도 주민들은 입을 모아 “활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입소문을 타고 이 섬의 매력에 흠뻑 빠진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추자도를 찾는 관광객은 2014년 3만5588명에서 2015년 3만8862명, 작년 4만5479명으로 부쩍 증가했다. 올 들어 3월말까지 관광객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 증가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올해는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1차산업이 전체 산업구조의 90%를 차지하는 추자도의 경우 관광 활성화는 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활로다. 직접 구석구석 둘러본 이들이라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한 놀라운 관광 자원들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관광산업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을 목표로 한 추자도의 도전에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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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론 절벽의 모습. 낚시꾼들이 이 일대가 영화 '나바론의 요새'에 나온 절벽과 모습이 비슷하다면서 '나바론 절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제주의소리

압도적인 광경, ‘나바론의 절벽’

추자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나바론 하늘길’이다. 추자면 공무원들과 마을주민이 합심해 조성한 이 코스는 원래 ‘독산(돌산)’으로 불리던 봉우리들을 가로지르는 2.1km의 길이다.

상추자도의 남서쪽 해안은 거대한 절벽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 위를 넘나들며 바다의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이 곳을 자주 찾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옛 영화 ‘나바론의 요새’에 나오는 ‘나바론 절벽’ 같다는 얘기가 회자되면서 뒤늦게야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곳을 가로지르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 만만하게 봤다가는 진땀을 뺄 수도 있다. 대신 사이사이에 고개를 내민 광경과 오르막을 정복하고 난 뒤 눈 앞에 펼쳐지는 섬 전체의 풍광은 그 고생을 확실히 보상한다. 

기분 좋은 땀방울이 이마에 맺힐 때 쯤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겹겹이 놓여진 섬과 바다 위를 넓게 비춘 태양, 그리고 위풍당당한 장벽처럼 이 섬을 둘러싼 절벽. 숲 속 요새 위에서 대양을 바라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길을 걸으면서 종종 고개를 내밀 때 보이는 절벽의 압도적인 스케일은 물론이고 섬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들도 마련돼 있다. 오름과 바다, 숲과 절벽, 흙과 돌 등 제주의 자연이 품은 다양한 매력이 총집결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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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론 절벽의 모습. 낚시꾼들이 이 일대가 영화 '나바론의 요새'에 나온 절벽과 모습이 비슷하다면서 '나바론 절벽'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제주의소리

높은 곳에서 한 눈에 큰 그림을 조망했다면 이젠 그 안으로 직접 뛰어들 차례. 해산물을 마음 놓고 채취해 갈 수 있는 갯바당잡이 체험어장은 추자도의 넉넉한 인심을 확인할 수 있으며, 추자 비경 10경으로 꼽히는 포인트를 찾아다니며 일출과 일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골목골목 걷는 재미가 있는 마을길 거닐기, 항구 근처 식당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일도 즐거움을 더 한다.

한나절 내내 둘러본 섬은 지나치게 왁자지껄 하지 않고 대신 평온했다. 낚시꾼들이 이 섬을 찾는 게 단순히 고기만 잘 잡혀서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을주민 이태제(63)씨는 “추자도는 난개발 등 훼손 없이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섬”이라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섬인 곳인 만큼 앞으로 여러 가지 자원을 통한 관광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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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바론 하늘길에서 바라본 추자항의 모습.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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