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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에 대한 입장 동일, 홍준표 "원희룡 낙선론"...유승민 "대통령 자격 없는 사람"

언제부턴가 대구 서문시장 하면 보수의 심장부로 통한다. 제주에도 이와 비슷한 곳이 있다. 다만, 보수와 진보를 가르지는 않는다. 바로 동문재래시장이다. 각종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이곳을 집중 공략한다. 서민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파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동문시장 하면 전국 재래시장 중에서도 상권이 가장 활발한 편에 속한다.

노동절인 1일 제주시 동문시장(동문로터리)에서 또 한 번의 결전이 펼쳐졌다. 한 뿌리(새누리당)에서 나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이곳에서 1시간 간격으로 ‘시장 대전(大戰)’을 치렀다.

‘보수 적통’을 다투면서도 제주4.3에 대해서는 모두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태극기를 앞세운 홍 후보는 ‘보수 단일후보’로 문재인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고 자부했고, 유승민 후보는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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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홍 후보는 바른정당 소속 원희룡 지사를 향해 일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경고’했고, 유 후보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후보’라며 홍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1일 오전 9시20분 제주도당사에서 제주공약을 발표한 뒤 곧바로 제주시 동문로터리로 이동, 집중 유세를 가졌다.

홍 후보의 거리유세에서는 탄핵반대에 앞장섰던 신구범 전 지사와 태극기 부대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홍준표 대통령’을 연호했다. 흡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시위를 연상케 했다.

신 전 지사는 찬조연설에서 “홍준표 후보는 이미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5월4일부터는 북진을 시작해 9일에는 수도 서울을 탈환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는 이미 제쳤다. 4일부터 문재인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9일 투표를 통해 대통령은 홍준표가 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다른 지역 유세와 마찬가지로 ‘서민대통령론’을 꺼내들었다. 경남도지사 재직당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펼쳤고, 1조4000억원의 부채를 탕감, 전국에서 유일하게 흑자 도정을 이끌었다고 자부했다.

그는 “국회의원 4선을 하는 동안 저는 이회창계나 이명박계, 박근혜계가 아니었다. ‘독고다이’(특공대라는 뜻의 일본말)였다. 제 힘으로 살았다. 제 소신으로 살았다”며 “그렇게 하려면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특권층이나 권력자 앞에는 강성이지만 서민들 앞에서는 한없이 나약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홍 후보는 “이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 태풍이 불고 있다. 어제 서울코엑스 유세에는 10만명이 모였고, 인천부평 유세에도 수만명이 모였다”며 “서민대통령 바람이 분다. 홍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주면 내년 4.3추념식에는 모든 것을 제쳐놓고 보수정당 대통령으로 반드시 내려오겠다. 제주도민의 한을 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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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동문시장 유세에 앞서 제주도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오늘 제주를 방문한 유승민,이재오 후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무시 전략을 폈다.

대신 바른정당으로 말을 바꿔 탄 원희룡 지사에 대해서는 “(도정을 제대로) 못하면 떨어뜨려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홍 후보는 “광역시는 도지사가 잘해야 한다. 선심 쓰고, 한번 더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 제주도를 위해서 잘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바꿔야 한다”고 원 지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오전 11시 홍 후보와 같은 장소인 동문로터리에서 거리유세를 가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가 주장하는 ‘보수 단일후보’를 겨냥,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유세에는 아들 유동훈씨 부부가 함께 했다.

유 후보의 며느리는 제주출신 권수진씨. 유 후보 본인은 며느리가 제주 출신인 사실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회자가 대신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권씨는 “합리적인 보수, 경제위기를 극복할 대통령으로 시아버지인 유승민 후보를 제주도민이 선택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유 후보는 유세 첫 마디부터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단일화 얘기를 하는 데, 저는 단일화를 안 한다.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홍준표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유 후보는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며 “아무리 정신없이 치러지는 짧은 선거라도 제주도민들께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과거 심판에 머물러선 안 된다. 무조건 바꾸기만 하면 또 다시 5년 동안 후회할 대통령을 뽑게 된다”며 “후보자가 누구인지 잘 몰라서, 박근혜가 싫어서 문재인 찍겠다. 문재인이 싫어서 안철수를 찍는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후보를 향해서는 “대통령 출마 자격도 없는 후보에게 나라를 맡기면 되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후보는 “저는 보수정치인이지만 4.3은 물론 5.18민주화운동, 거창양민학살 등 과거 아픈 역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진심을 담아서 4.3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보수정치인인 저 같은 사람이 나서야 화해와 통합의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보수적통을 놓고 제주에서 한판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문난 잔치 먹을 게 없듯이 홍 후보와 유 후보 모두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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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제주 방문 나흘만에 제주를 찾아 표밭을 다졌다. 서민층 공략을 위해 전통시장 3곳을 연이어 방문하는 강행군에 나섰다.

이날 오후 2시 동문시장을 찾은 박 대표는 “안철수는 제주도를 사랑한다. 지난 관훈토론에서 유일하게 제주 농민의 젖줄인 제주 감귤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대선 후보들은 제2공항을 조기에 완성시키겠다고 한다”며 “이는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주민 합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4.3에 대해서는 “4.3특별법을 개정해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며 “제주도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안 후보가 진정한 지도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역시 이날 제주를 방문, 대선공약으로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를 넘어선 ‘지방자치정부’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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