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추자도는 최근 인구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나 둘 제주 섬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마을의 활력이 뚝 떨어진 것. 이를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당국, 제주관광공사 등 기관들과 뭉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의 매력들을 한 데 엮어 관광 자원화에 나선 것. 관광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섬’ 만들기에 나선 이들의 도전을 살펴보기 위해 추자도로 향했다. [편집자 주]

[섬, 추자도가 좋다] (下) 다양한 매력 하나로 엮을 ‘스토리텔링’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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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추자도 전경. ⓒ 제주의소리

추자도 전체 면적은 7.05㎢. 제주도 전체 면적의 263분의 1에 불과하다. 전체 해안선 길이는 22.8㎞ 남짓. 그러나 실제로 추자도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여행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그 안에 갈 곳이 얼마나 많은 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훼손되지 않은 제주의 자연을 압축적으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무인도와 유인도를 통틀어 42개에 이르는 섬들을 바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군도(群島)’로서의 매력은 제주 본 섬과는 또 다른 맛을 선물한다.

상추자도 최북단에는 85.5m 높이의 봉글레산이 있다. 높진 않지만 남해 바로 앞에 솟은 탁월한 위치선정 덕에 정상에서는 추자군도를 직접 볼 수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이라면 주저 없이 택해야 할 방문지 1순위다.

추자판 ‘모세의 기적’도 있다. 봉글레산에서 내려오면 썰물 때 바닷길을 통해 건널 수 있는 ‘다무래미’가 있다. 소나무와 갯바위가 어우러져 있으면 멸치 떼를 쫓는 삼치가 쉴 새 없이 뛰어오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작은 몽돌로 이뤄진 모진이 몽돌해안, 해가 늦게 뜨는 고요한 마을 묵리의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묵리고갯길도 빼놓을 수 없다.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런 설명조차 필요 없다. 섬을 둘러싼 모든 갯바위가 낚시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참돔과 돌돔, 11월부터는 감성돔과 뱅에돔, 농어가 잘 잡힌다. 추자도 일대는 해류가 거칠게 흘러 힘이 약한 고기들은 살기 힘들다. 각종 고급 어종들이 바위틈에서 사투를 벌이는데, 주민들은 이런 특성 때문에 “유난히 추자도 물고기가 맛이 좋다”고 말한다. 실력을 겨루고 싶다면 참굴비 대축제 기간 열리는 ‘추자도컵 전국바다낚시대회’를 노릴 수도 있다.

식도락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선택이다. 굳이 가을에 열리는 참굴비 대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사시사철 자연산 해산물이 쏟아진다. 거북손을 활용한 요리, 학꽁치 회덮밥, 감성돔회, 멸치회 등은 다른 곳에서는 흔히 맛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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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면 신양1리에 위치한 황경한의 묘.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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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면 에초리에 위치한 눈물의 십자가. ⓒ 제주의소리

섬에 깃든 풍성한 이야기...하나로 엮는 게 관건

추자도는 다양한 문화를 품은 섬이기도 하다. 상추자도 북쪽에는 최영장군사당이 마련돼 있다.

고려 공민왕 때 목호의 난을 제압하기 위해 제주를 향하던 최영 장군이 심한 풍랑으로 이 곳에 머물게 됐고 주민들에게 선진 어업기술을 전수해줬고, 이에 주민들이 그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천주교와 관련된 다양한 명소들도 곳곳에 산재해있다.

다산 정약용의 조카인 정난주는 신유박해(1801년)로 제주도 대정에 유배된 뒤에도 풍부한 교양과 지식을 인정받아 노비 신분임에도 ‘서울할머니’라 불리며 칭송을 받다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정난주가 최초로 제주에 발을 디딘 곳이 바로 이 추자도다.

정난주는 유배 당시 2살 아들을 안고 귀양길에 오르던 중 아들이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걱정해 추자도 예초리 바닷가 갯바위에 아들을 내려놓고 떠났다. 이 아들은 훗날 황씨 부부에게 발견돼 황경한이라는 이름을 얻어 추자도에서 살아가게 됐고 생을 마감한 뒤에도 추자도 남동쪽 신양리에 묻혔다.

이 아들이 발견된 갯바위터에는 지금 ‘눈물의 십자가’가 세워졌고, 황경한의 묘에도 신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황경환의 묘는 천주교가 인정한 공식 성지다. 

이 같이 추자도는 풍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이제 필요한 건 이를 하나로 엮을 ‘스토리텔링’.

제주시는 지난 2013년부터 작년까지 섬 고유 경관자원과 참굴비 콘텐츠를 결합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중심으로 ‘추자도 찾아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추진했고, 제주도는 도 발전계획(2014~2018년)에서 추자도를 ‘참굴비 특구’로 지정했으나 아직까지 섬 전반이 품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체계적으로 엮어내지는 못했다.

현재 제주시가 주민 주도형 마을산업 발굴을 골자로 추진 중인 ‘섬 속의 섬, 추자-마라 매력화 프로젝트’ 등과 같은 프로젝트에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성지순례를 하는 천주교인들이 추자도를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추자도가 지닌 가능성은 적지 않다. 최근 추자도는 천주교 성지로 꼽히는 황경한의 묘 자연생태 휴양공원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함운종 추자면 부면장은 “추자도가 지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지역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나가면 추자도의 매력을 한껏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추자도를 찾는 분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수용태세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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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자도 북쪽에는 썰물일때만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다무래미가 있다. 사진은 다무래미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는 주민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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