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세월호 애니메이션 작품, 제주 배경 단편영화 칸 영화제 상영

제주의 풍경, 아픔을 다룬 영화들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 진출하면서 화제다.

오재형 감독이 제작한 단편 영화 <Blind Film>은 칸 영화제의 비경쟁 단편 부문(Short Film Corner)에 선정돼 22일부터 28일까지 현지에서 상영한다.

<Blind Film>은 감독이 직접 발로 찾아가서 경험했거나 혹은 미디어로 접한 국가 폭력의 현장을 7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 현장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 받았던 서귀포시 강정마을도 포함돼 있다.

오 감독은 “국가폭력의 장소는 각각 다르지만, 지옥은 항상 같은 패턴으로 만들어졌다. 타깃이 정해지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워 그들을 고립한다. 벽 안은 곧 식민지로 선포되고 그 안의 피해자들에게는 국가의 공인된 폭력이 자행된다”며 “직접 찾아가거나 일부러 미디어로 접하기 전까지는 정말 나는 몰랐다. 세월호, 강정마을, 밀양, 용산, 옥바라지 골목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blindfilm.jpg
▲ 오재형 감독의 작품 <Blind Flim>. 제공=오재형. ⓒ제주의소리

<Blind Film>은 3000장에 가까운 개별 컷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별도의 스텝 없이 감독이 배경음악을 직접 작곡·연주하는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완성된 애니메이션 작품이라서 더욱 눈길이 간다.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 등촌동 ‘일년만미술관’에서 영상과 함께 피아노 퍼포먼스 형식을 통해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인디애니페스트, 제주프린지페스티발, 광장극장 블랙텐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상영과 공연의 형식으로 발표돼 왔다. 

오 감독은 미술을 전공하고 회화 작가로 활동하다가 최근에는 클레이 캐릭터가 강정마을을 여행하는 <강정 오이군>, 공황장애를 UFO현상을 통해 풀어낸 <덩어리> 등 단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Blind Film>는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인디포럼’ 영화제에서 초청작 섹션으로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제주 출신 문재웅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포구> 역시 칸 영화제 단편영화 비경쟁부문인(Short Film Corner)에 25일 상영된다.

영화는 주인공인 아버지가 가족 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상사와의 불화로 직장을 그만둔 후 일방적으로 가족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자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한 가족들이 아버지를 몰아세운다. 가족에게 이해를 받지 못한 아버지가 포구로 자리를 피하며 가족과 갈등을 빚는 내용을 담았다.

작품 배경은 제주시 삼양3동 벌랑포구다. 한 가정의 사연으로 현대인의 빈부격차, 그로 인한 인간의 자유 상실 등 물질만능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Untitled-1.png
▲ 문재웅 감독의 작품 <포구>. ⓒ제주의소리

이 영화는 지난해 제주영상위원회 제주다양성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문재웅 감독은 “제작비 지원부터 촬영장비, 촬영장소 섭외에 이르기까지 제주영상위원회의 다양한 지원으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에 보답하는 길은 더 좋은 소재와 내용으로 제주에서 보다 나은 작품을 꾸준히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제주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제주다양성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제주작품들을 많이 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재웅 감독은 제주시 출신으로 제주일고와 제주대학교를 졸업했으며 지난 2007년부터 도내에서 꾸준히 단편영화를 만들며 제작, 연출, 촬영, 편집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 새로운 단편영화 <사랑과 요리>의 촬영에 들어간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