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직선제 이후 30년만에 전국 최저...사전투표도 하위권, 정치 바로미터 '굴욕'

한국정치 선거판에서 매번 풍향계 역할을 해온 제주도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30년만에 전국 투표율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제주 230곳 등 전국 1만3964곳 투표소에서 일제히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진행했다.

제주지역 유권자수는 선거인명부 51만4264명과 재외선거인수 3736명을 합쳐 총 51만8000명이다. 이중 11만6186명이 4~5일 이틀간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22.43%다.

오후 8시 마감된 최종 투표율에서 전체 유권자 중 37만4578명이 한표를 행사해 투표율 72.3%를 기록했다. 전국 17개 시‧도중 가장 낮은 수치다. 전국 평균은 77.2%였다.

제주시는 유권자 37만5292명 중 72.8%인 27만328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서귀포시는 14만2708명 중 10만1296명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투표율 71.0%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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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오전 7시 첫 투표 집계부터 1.9%에 머물며 전국 최하위로 시작했다. 오전 10시에는 14.0%로 전국평균 14.1%에 근접하며 10위까지 올라섰다.

낮 12시에는 25.2%로 전국평균 24.5%를 웃돌며 7위를 기록했지만, 오후 1시 사전투표 결과가 합산되면서 16위(55.5%)로 내려앉았다.

오후 3시에는 56.8%로 전국평균(59.9%)과 격차가 더 벌어지며 17위로 밀렸다. 이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다 오후 8시 결국 전국 최하위로 투표를 마무리했다.   

제주는 대선 때마다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유독 대선 투표율에선 직선제 이후 30년째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7년 12월 제15대 대선에서 제주는 투표율 77.1%로 충남(77.0%)에 이어 거꾸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당시 광주의 투표율은 89.9%였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서는 11위(68.6%)로 올라섰지만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14위(60.9%)로 미끄러진데 이어 2012년 제18대에는 16위(73.3%)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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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지사와 도의원 등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최고수준의 투표율을 기록, 대조를 보이고 있다. 

1995년 6월 첫 동시지방선거(80.5%) 이후 2010년 제5회(62.8%)까지 5차례 지방선거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제6회(62.8%) 때 처음 1위를 내준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대선 투표율이 유독 낮은 이유로 상대적인 체감도가 꼽힌다. 제주는 좁은 지역 특성상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교육의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의 관심사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선거 후보자만 100명에 이르다보니 유권자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방정가의 분석이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야말로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빗대 “참여하는 사람이 곧 주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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