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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제주-프롤로그] ① 제주발 태풍 된 ‘文風’…제주현안 해결 기대반 우려반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10일 문재인 제19대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통합’이었다. 그는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면서 “감히 약속드린다.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3’과 ‘강정’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는 제주도민들이 문 대통령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투표 결과,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최다 표차로 ‘19대 대통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8대 대선 패배 이후 절치부심한 그는 557만 표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이는 1·2기 민주정부를 이끌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성적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2위와 각각 39만표와 57만표 차이로 힘겹게 승리했다.

문 대통령이 받아든 제주지역 성적표는 더 우수하다. 2위(20.90%)보다 2배 이상 많은 45.51%를 기록, 전국 득표율 41.08%보다 4%포인트 이상 높았다.

도민들의 이 같은 선택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는 제3기 민주정부 출범, 통합과 개혁을 바라는 도민 여망과 함께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한 제주공약도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공식 선거운동 시작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제주를 찾아 ‘제주비전’을 제시하면서 ‘제주의 아픔 치유’를 1번 공약으로 제시했다.

4.3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강정마을에 대한 해군의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강정마을 공동체 복원을 위한 사업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는 지난 10년 내내 제주와 소통하지 않았다. 아니 홀대로 일관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3중앙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고, 해마다 열린 4.3추념식에 두 전직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보수세력의 4.3폄훼, 왜곡 시도는 극에 달했다.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제주와는 ‘불통의 세월’이었다. 제주로서는 ‘잃어버린 10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4.3문제 해결은 김대중 정부 당시 4.3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4.3 당시 공권력에 의한 주민들의 무고한 희생’에 대해 직접 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이념 논쟁이 잇따르면서 4.3해결의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아가 버렸다.

문 대통령은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하면서 국가가 책임지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거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부담 때문에 주저했던 피해자 배·보상도 약속했다. 국가의 잘못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제주도민들은 문 대통령에게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이룩해낸 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성과를 계승하고 완수할 적임자가 되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국회가 명령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군항으로 변질됐다. 해군은 자신들의 꿈을 이뤘음에도 강정주민들에게 34억5000만원을 물어내라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전과자 딱지에 벌금통지서까지 받아든 강정주민들의 아픈 상처에 소금까지 뿌린 격이다.

문 대통령은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며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와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을 약속했다. 화해와 상생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에 힘을 보태는 한편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지켜볼 일이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참여정부의 작품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지켜봤다.

그렇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무늬만 특별자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아이콘인 ‘지방분권’에 알러지 반응을 보인 탓이다. 지난 10년 도민들이 느끼는 특별자치도의 체감도는 곤두박질쳤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설계자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완성자가 돼야 한다. 재정특례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부활까지 포함한 행정체제 모형을 제주도민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박근혜 정부가 밀실에서 공항입지를 선정한 탓에 스텝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제2공항 건설(공항 인프라 확충)만 놓고 보면 도민사회의 숙원사업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사업추진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 마련’을 전제로 조기개항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제주도민사회가 ‘뜻만 모아준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 갈등은 갈등대로 치유해나가면서 사업추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역임한 대통령의 노하우를 기대해보게 된다.

제주도민 45%가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제주홀대에 대한 반작용도 한몫 했다. 이면에는 제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향수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민이 투표함에 애정을 듬뿍 담아준 것은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며 먼저 손을 내민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어보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소통과 대통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은 그런 믿음을 짙게 했다.

도민들은 1·2기 민주정부에서 추진했던 각종 제주 관련 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춤, 또는 후퇴하는 장면들을 목도해왔다.

그렇기에 10일 출범한 제3기 민주정부가 제주의 해묵은 현안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제주발전을 위한 동력을 찾아 제2의 도약을 뒷받침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문 대통령의 제주공약은 원희룡 도정이 발굴한 ‘23개 과제’를 대부분 수용했다.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미래 비전과도 대체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어 기대가 더욱 크다.

제주의 내일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다고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 제주의 상처와 갈등을 치유함으로써 분열과 대립의 세월을 넘어 새로운 나라,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호언했던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제주발전 지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현실화될지 제주도민들이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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