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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제주공약 중 처음으로 이행하게 될 '제1호'는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은 잘못된 절차로 강행된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상처입은 제주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신호탄일 뿐이다. ⓒ제주의소리

[문재인 시대 제주-강정] ② 문재인 대통령 ‘제주 공약이행 1호’ 강정 구상권 철회가 마땅 

관용(寬容). 사전적 의미를 들여다 보자.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한다는 뜻이다.  또는 그런 용서로서 비슷한 말로 ‘아용(阿容)’이 있다.

제주 강정마을을 관용이나 아용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 대선에서 낙선한 ‘샤이(shy) 홍(준표)’과 ‘극우 세력들’이다. 물론 강정에 대한 “관용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른 결론부터 꺼내보자. 강정마을을 관용의 대상으로 폄훼하는 극우 정치세력들이 되레 우리가 ‘관용을 베풀어야 할’ 대상이란 점이다.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방산비리를 저지른 해군의 전·현직 수뇌부들까지도 관용을 베풀어야만 한다면 그들도 관용의 대상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지난 1일 제주를 찾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문제에 대해 관용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그래서 혀를 찰 수준이다. 누가 누굴 관용한단 말인가. 

그가 “이번 대선에 좌파 후보만 3명”이라며 “우리가 못 이기면 제주 앞바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일이 있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를 겨냥한 말이었다. 국가권력을 향한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 꿈을 꾸던, 강정마을을 ‘종북 좌파’와 ‘빨갱이’ 소굴로 바라보던 그들이 제발 바다에 뛰어들지 않도록 이젠 우리의 관용이 필요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제도적 완성 ▶동북아시아 환경수도로의 도약을 통한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제주도 1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 ▶제주 제2공항과 제주 신항만의 조기 개항 지원 ▶4.3특별법 개정과 유가족 지원 및 희생자 배·보상 적극 검토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지원 등 크게 6가지 분야의 ‘제주공약’ 발표했다. 

도민사회가 요구한 현안 다수가 ‘문재인 제주공약’에 포함됐다. 이들 중 제주공약 이행 ‘제1호’는 ‘구상권 철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한 국방부장관에 ‘철회’를 지시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11일 도청 기자실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에 제주현안 제1호 건의사항으로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와 사면복권을 공식 요청했다. 다른 공약들은 총리와 장관이 임명되고 국회절차도 거쳐야 하지만,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권철회와 사면은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있으면 당장 실현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고(故)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유시민 작가도 최근 한겨레 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인수위’가 없는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강정 구상권’을 언급했다. 

유 작가는 강정 구상권 철회를 위한 별도의 복잡한 절차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국방부에)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구상권 청구소송을 취소(하)하면 바로 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건 좋은 점이죠”라며 ‘제주공약 이행 1호’가 구상권 철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구상권 철회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인해 무너진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의 전부가 아니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적으로 치유되어야 한다. 이는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바라보는 철학이다. 구상권 철회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강정 공동체 회복 지원의 시작일 뿐이다. 제주해군기지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결정됐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그래서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와 사법처리 대상자 사면과 같은 법적 행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뼛속까지 상처 입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제주해군기지 갈등 진상규명이다. ‘국책사업으로 밀어붙이기’한 국가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 잘못된 절차에 의한 제주해군기지 유치 결정 과정을 국가가 먼저 철저히 진상 규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국방부와 해군 등 국가권력은 “단 한번만이라도 주민들의 찬반 의사를 정확히 물어달라”는 강정마을의 요청을 철저히 외면했다. 민주주의의 근본인 ‘민주적 절차’ 요구를 묵살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바라보면서 ‘이게 나라냐?’ 반문했던 국민들의 물음을 이미 강정마을은 지난 10년간 목이 터져라 '샤우팅(Shouting)' 해왔다.   

1조원이 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해군기지 유치 여부 결정을 위한 2007년 4월26일 마을임시총회는 공고일수도 채우지 않았다. ‘유치’ 두 글자를 뺀 채로 공고한 주민 우롱이나 다름없는 총회개최 공고문의 안건 조작 논란도 있다. 번갯불에 콩 볶듯 기습 개최한 임시총회에선 단 한차례의 찬반 토론도 없었다. 주민 1900여명 중 겨우 87명이 참석해 박수 만장일치로 유치 결정을 내렸다. 등등…. 열거하기 힘에 부친다. 시쳇말로 ‘웃픈’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곳 강정마을에서 벌어져 왔다. 모두 국가가 묵인한 강정의 비극이다.   

제주해군기지는 지난해 준공됐다. 세계적인 관광미항인 민군복합항을 만들겠다고 한 국가의 약속은 아직 반쪽에 불과하다. 크루즈부두에 대한 군사보호구역 제외도 여전히 미적거린다. 

이번 대선에서 강정마을이 있는 서귀포시 대천동에서는 문 대통령이 2118표를 얻어 44.7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득표율 41.08%보다 3.63%포인트 이상 높았다. 문 대통령에 거는 강정주민들의 기대가 반영된 표심이다. 

강정마을회는 2007년부터 지속해 온 반대 운동을 한 단락 매듭짓고, 해군기지로부터 마을과 주민들의 평화로운 삶을 지켜내기 위해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스스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강정마을 인근인 대정읍 ‘알뜨르비행장’의 무상양여와 평화대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강정마을과 알뜨르를 ‘평화’라는 키워드로 연계할 수 있는 복안이 필요하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 외에 추가로 공군기지 도입을 노리는 국방부의 국방정책에도 궤도수정이 있어야 한다. 일각의 우려대로 제2공항과 연계한 공군의 ‘제주 착륙 작전’의 실체가 공군기지이든, 공군탐색구조부대이든 도민들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새 정부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제 국가가 아니라, 강정주민들이 자신들을 빨갱이로 종북좌파로 매도했던 세력을 향해 관용하려 한다. 그 전제가 있다. 강정주민들에 대한 국가의 책임 있는 유감 표명이다. 그것이 강정마을 공동체회복에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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