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학’을 통한 4.3 세계화 시도…“30여년 장일홍 4.3문학의 완결편”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다룬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다룬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앙드레 말로의 <희망>. 모두 격랑에 휩쓸려 떠내려간 민초들의 이야기들이다. 

30여 편의 희곡을 써온 제주출신 장일홍(68) 극작가가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생애 첫 소설을 펴냈다. 4.3이라는 참혹한 시대의 광풍에 희생된 제주민초들의 살아 움직이는 언어를 담은 4.3장편소설 <山有花>(산유화)다. 도서출판 월인. 값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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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출신 장일홍 극작가가 최근 펴낸 4.3장편소설 <山有花>(산유화). 표지그림 강요배 화백. 도서출판 월인. 값 1만3000원. ⓒ제주의소리

작가는 ‘4.3의 진실은 무엇인가?’란 화두를 틀고 오래전부터 100년 후, 우리 후손들에게 4.3의 전모와 진면목을 알리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山有花(산유화)’에 4.3의 전 과정과 후일담까지 ‘4.3의 모든 것’을 담으려고 애썼다. 작가가 30여 년간 써온 4.3희곡을 한데 불러 모아 ‘소설’로 재탄생시킨 ‘장일홍 4.3문학의 완결편’의 성격이기도 하다.  

4.3의 도화선이 된 1947년 3.1절 기념대회부터 4.3의 대단원인 1957년 최후의 무장대원 오원권의 생포까지, 그리고 4.3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9연대장 김익렬의 죽음까지도 이 소설에 생생히 담겼다. 

1985년 『현대문학』을 통해 극작가로 데뷔한 장일홍 작가는 30여년간 모두 30여편의 희곡을 집필해왔다. 이 가운데 1/3 정도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 꼽히는 ‘제주4.3’을 소재로 다뤄왔다. 

제주가 고향이고, 제주작가라면 응당 4.3을 다뤄야 한다는 어떤 역사적 사명이나, 내재된 잠재의식 같은 것이 작가를 끊임없이 4.3을 집필케 했다. 

그러나 문학의 3대 장르가 시·소설·희곡임에도 불구하고 극작가와 연출가, 배우 등 연극 관련 인사와 문학인 이외에는 대부분 희곡을 읽지 않는 것을 불행한 현실로 여긴 작가로 하여금 ‘4.3 장편소설’을 쓰도록 이끌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4.3 당시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한라산 무장대 총책이었던 김달삼, 이덕구. 당시 제주에 주둔했던 국방경비대 제9연대장 김익렬, 박진경이 그들이다. 

그러나 김달삼, 이덕구, 김익렬, 박진경 등은 누가 봐도 확신에 찬 신념가이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화자’인 ‘나’를 비롯한 대다수 인물들은 이념이나 신념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선택과 관계없이 눈앞에 닥친 4.3의 현실을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작가는 이것이 4.3의 본질이라고 여긴다. 4.3을 이념의 잣대로만 재단해선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장일홍 작가는 “4.3은 제주도민에게 최대의 과제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은 여전히 진보와 보수진영이 ‘민중항쟁’과 ‘공산폭동’으로 다르게 규정함으로써 갈등과 대립, 반목과 내홍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진보와 보수의 폐쇄적 진영논리를 넘어선 새로운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4.3의 해결은 요원하다”며 “그래서 4.3논의의 초점을 ‘과거에서 미래로’, ‘제주에서 세계로’ 옮기는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 해법을 찾기 위해 ‘4.3예술의 세계화’가 필요하고 이것이 ‘4.3문학’이 감당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한다. 

약 70년전 헐벗고 척박한 제주 섬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역사’, ‘어두운 시대의 참혹한 초상화’를 올곧게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라는 저자의 변이 인상적이다. 

■ 장일홍 극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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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제주시 출생, 1969년 오현고를 거쳐 서라벌예술대학 중퇴, 1985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단막 '제노비아'),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단막 '降神舞'), 1991년 희곡집 '붉은 섬' 간행(문학과 비평), 2000년 한국희곡 문학상 수상(장막 '자기 땅에 유배된 사람들'), 2003년 전통연희 창작희곡 공모 최우수상 수상(장막 '이어도로 간 비바리'), 2003년 희곡집 '이어도로 간 비바리' 간행(연극과 인간), 2004년 월간문학 동리상 수상(희곡집 '이어도로 간 비바리'), 2008년 희곡집 '내 생에 단 한번의 사랑' 간행(연극과 인간), 2008년 희곡집 '내 생에 단 한번의 사랑' 우수문학도서 선정(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2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장막 '어디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 2013년 희곡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간행(연극과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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