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감성으로 바라본 제주...소설 '헬렌의 시간'
러시아 감성으로 바라본 제주...소설 '헬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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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상상, 러시아 동포 박미하일 장편소설 번역 출간...작품 배경, 인물 제주 '눈길'

최근 장편소설 《헬렌의 시간》(도서출판 상상)을 펴낸 박미하일 작가는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재외동포다. 1949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활동한 시간을 고려할 때, 그의 최신작 《헬렌의 시간》은 다소 의외로 다가온다. 작품 배경이 바로 제주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서울 출신 주인공 강소월이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여성 '헬렌'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내용이다. 러시아인 엔지니어, 프랑스인, 네덜란드인 등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중에는 제주해녀, 감귤농부도 포함돼 있다. 나아가 현재 오늘날의 제주도가 작품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윤후명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제주도를 위한 소설은 여러 편 있었다. 구태여 거론하자면 ‘4.3’과 해녀와 신화로 대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러시아 작가인 박미하일이 쓴 최근작이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여 놀랍고도 반가웠다. 기왕의 제주도 소설들이 거의가 과거에 바탕을 둔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현재를 다루고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고 소개한다. 

헬렌의 시간-앞표지.jpg

특히 “소설 속 제주도는 한낱 섬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인의 무대가 된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듯한 문장도 새롭거니와 감귤농장, 즉 제주도로 사랑을 끌어오려는 줄거리는 감귤나무의 꽃향기처럼 짙게 풍겨온다. 애틋하면서도 절실한 호소력의 향기가 소설이 끝난 다음에도 길게 남는다”고 소개했다.

저자는 낯선 제주를 작품 속에 등장시키기 위해 수차례 입도하며 생활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독특한 러시아 문학 감성과 제주와의 만남은 그래서 인상 깊은 결과물을 남겼다.

“도시 너머로는 바다가 펼쳐졌고, 사이프러스 숲과 보리를 심은 밭, 오름 산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막의 카라반을 닮은 오름 산지의 능선은 이따금 아지랑이 속에서 녹아 내렸다. 멀리 보이는 채마밭과 취락 너머로는 한라산이 우두커니 서 있었지만, 이곳 멀리서는 한라산이 그저 장난감처럼 작게만 보일 뿐 그다지 높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라산 뒤로 가느다란 바람개비가 달린 풍차가 보였고, 다시 구릉, 하지만 이번에는 금빛으로 익은 곡식들로 뒤덮인 구릉이 솟아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갓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를 목도(目睹)하는 듯 했다.” (《헬렌의 시간》 가운데 일부)

저자 박미하일은 소설 《해바라기 꽃잎 바람에 날리다》, 《사과 정물화》, 《애올리》, 《남쪽에서의 구름》, 《밤, 그 또 다른 태양》, 《개미도시》 등을 펴냈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2004), 박경리의 《토지》(2016)를 러시아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러시아 까따예프 문학상(2001, 2007), 러시아 쿠프린 문학상(2010), 한국 펜클럽 및 재외동포재단 문학상(2001), KBS 예술문학상(2007) 등을 수상했다.

번역은 유형원 씨가 맡았다. 유 씨는 198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

도서출판 상상, 294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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