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 자연도 무사안녕 하기를..."

제주시에서 서부관광도로를 따라 한 30분쯤 달리다 보면 길 오른쪽에 선이 아주 고운 새별 오름이 미끈하게 서 있다.

   
지난 2월에 들불축제가 있어 오름을 다 태운 터라 멀리보아도 아직도 거뭇한 기운은 남아 있지만 완연 봄의 향연 초록임은 부정할 수 없다.

들불축제때 그 많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텅 빈 새별 오름을 향해 천천히 걸으니 들불축제때의 빽빽했던 사람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무사안녕의 마음으로 이 오름자락에서 어깨 맞닿았던 사람들 모두 무사안녕 하신지?

   
새별오름은 표고 519m의 말굽형 화구로 복합형 화산체이다. 남쪽 봉우리를 정점으로 작은 봉우리 들이 북에서 서로 타원을 그리며 솟아있고, 서사면으로 넓게 휘돌아 말굽형 화구를 이루고 있으며, 북사면 기슭에도 작게 패인 말굽형 화구를 가지고 있다.

새별오름이란 이름은 저녁 하늘에 외롭게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도 있고, 또 여러개의 봉우리가 별처럼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도 있다. 새별오름은 효성악 또는 신성악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새별오름에 봄의 들꽃들이 한창이다.

솜방망이, 각시붓꽃, 할미꽃, 흰각시붓꽃, 산자고, 제비꽃 등등등...

   
산자고는 이미 앙증맞은 씨방을 달고 다음해를 기약하는 모습도 보이고, 멸종위기 보호 식물인 갯취도 이곳에서는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무사안녕이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새로운 생명의 봄은 이곳 새별오름에서 고운 무대를 꾸미고 있다.

새별오름에서의 또다른 아름다움은 아마 저녁 해넘이에 있다. 멀리 비양도가 보이는 쪽에서 바다와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하루를 조용히 접고 잠드는 오름들의 모습또한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새별오름 정상에 서면 북에서 서에 걸쳐 어림비, 큰뱅듸의 걸칠 것 없는 들판을 볼 수 있다. 이곳을 보면 오밀조밀한 일상에서 얻은 병은 모두 씻을 수 있음직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아픈 역사의 상처를 가진 벌판이기도 하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대몽항쟁을 하며 피바다를 이루었다고 전한다.

   
처절했던 제주도의 역사와 아직도 이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되새기며 갑갑한 기분으로 조용히 돌아서면 마치 위로라도 하듯 한라산이 어머니처럼 높게 서있다. 어린시절 밖에서 상처받고 돌아오면 가만히 안아 주셨던 그 어머니처럼.....

   
이렇게 새별오름에는 따뜻한 위로가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들불축제를 하며 군데군데 짚더미를 쌓아 불을 붙였던 자리는 꼭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뭉턱뭉턱 까맣게 흙이 드러나 있다. 그곳에 자라던 나무 또한 까만 숯으로 앙상하게 남아 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때는 석유를 부어 불이 붙도록 했던 자리인 듯 하다.  우리 인간의 하루 즐거운 놀이를 위하여 자연에 억지스런 행동을 한 흔적이다.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앞으로 이 새별오름 자락에서 헬기를 이용한 제주도 투어가 이루어지도록 이미 임시 헬기 기착장으로 허가가 나 있는 상태라 한다.

그러면 이곳에 인파가 몰려들고 또 다른 훼손이 이루어지지는 않을런지???

   
오름의 중턱쯤, 검게 흙이 드러나고 숯처럼 앙상한 나무 밑둥에 붉은 기운이 있어 가까이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여린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마치 아직 조용히 용서하는 대 자연의 마음인 것처럼.....

새별오름을 내려 올때쯤은 누구든 마음속으로 기원하게 되리라 "인간도 자연도 무사안녕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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