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수의원 출입기자 긴급 소집…일요일 오후의 '희한한 기자회견'

일요일인 2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희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인지, 간담회인지 성격조차 모호한 이 자리는 제주도의회 고동수의원이 긴급히 소집한 것이었다.

한나라당인 고 의원이 의회 직원 등을 통해 부랴부랴 기자들을 불러모은 것은 전날 있었던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 13명의 '결의'사항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결의는 다름아닌 같은당 현경대 의원의 도지사 후보 추대.

그러나 고 의원은 사전에 뭣 때문인지 귀띔하지 않았고 영문을 모른 기자들은 그곳에 가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였다. 더구나 이 때 제주도청 기자실에선 제주대 송재호 교수가 열린우리당 도지사 경선 참여를 선언하고 있었다.

송교수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은 뜸을 들이다 도민의 방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다른 쪽에서 연락을 받은 몇몇 기자가 궁금한 표정으로 대기중이었다.

그러나 도민의 방에는 그 흔한 기자회견문 하나 놓여있지 않았고, 고 의원 혼자서 미리 온 기자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기자회견은 아니고 돌아가는 얘기나 하자"며 분위기를 추스른 고 의원은 사과부터 건넸다.

그는 "송교수의 기자회견이 있다는 것을 모른 상태서 개인적으로 (기자들에게)연락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며 '어설픈 자리'가 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 때까지도 기자들은 고 의원이 왜 긴급히, 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기자들을 소집했는지 영문을 몰랐다.

그후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현경대 의원과 관련한 것이었다.

고 의원의 말을 빌리면 자초지종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포함한 한나라당 의원 13명은 지난달 30일 임시회 본회의가 끝나고 나서 '제주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6·5 재선거 얘기도 나왔다.

그 자리에선 홍가윤의원이 먼저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재선거에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고 의원은 처음엔 반대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현 의원과 친분이 있기 때문에 오해소지가 있을수 있다는 것이었다. 고 의원은 현경대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다.

그러나 고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총무로서 모임 소집까지 마다하지 못했고 결국 13명이 재선거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고 의원에 따르면 이 자리서 의원들은 우근민-신구범 전지사가 10여년동안 제주를 이끌면서 나름대로 (지역사회에)기여도 많이했지만, 공직사회는 물론 도민들까지 '우파' '신파'로 나눠졌고 급기야 재선거를 치러야만 하는 상황을 화두로 올렸다.

그래서 누군가 제주현안을 잘 알고 대중앙 절충 능력도 있고 도민 통합도 이룰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초선 3명을 다 배출한 마당에 (한나라당에서도) 어느 한사람 있어야 한다는데 의견일치를 봤다는 것.

그리고 나서 어제(1일) 저녁 13명이 현경대 의원과 직접 만나 그런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고 의원은 "'제주도를 위해 봉사해달라'는 뜻을 강력히 전달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현 의원은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면서 즉답을 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이)"고민하지 않을까" 하는 사견도 밝혔다.

고 의원은 특히 "이왕 추대건의를 했기 때문에 (다시한번) 강력히 건의할 생각"이라며 "그러면(현의원이 나서면)도민통합이나 국제자유도시를 잘 마무리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고 의원의 설명은 들은 기자들은 그제서야 영문을 알았지만, 장본인도 없고 추대 결의를 했다는 13명이 참석한 것도 아니어서 석연치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정작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추대가 다른 후보의 경선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다른 의원들의 사전 동의를 구했는지, 당사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대해 고 의원은 "중앙당이든 도당이든 절차는 절차대로 가는 것"이라며 "다만 '도의원들의 뜻은 이렇다'는 것을 밝히는 것 뿐이며, 도민들에게도 이런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또다른 예비후보인 강상주 서귀포시장에 대한 얘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도의원들 생각은 '그 기준'에는 부족하지 않은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변정일 전 의원과 관련해선 "본인 뜻은 모르겠지만 최고의 카드는 현경대의원"이라면서 "내일 변 전의원과 만나 도의원들의 뜻을 전하고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 의원에게도 오늘 발표내용을 사전에 알렸다"고 덧붙였다.

한 기자는 "뭔가를 공식화하는 자리하면 어느정도 회견의 형식은 갖춰야 할게 아니냐"며 "공식 회견도 아닌 발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선거판도를 바꿀만한 '파괴력 있는' 발언이 어설픈 형식에 묻힌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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