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제주형 특별자치의 미래 찾기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나 보다. 제주 지역 국회의원 3분이 행정체제 논의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오영훈 의원의 얘기처럼, “더 많은 자치권과 더 많은 분권을 확보하기 위한 고민과 준비를 할 때”라면, 행정시장 직선 수준의 행정개편은 물 건너갔다 보아도 무방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명한 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2018년 지방선거 치르면서 개헌안에 담아낸다고 본다면, 이제 제주특별자치의 미래는 행정시장 직선제와 같은 작은 그림은 물론이고 단순히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는 것까지도 넘어서는 ‘제주형 특별자치’의 큰 그림으로 나아가는 그런 전향성을 갖추어야 함은 당연해 보인다.
 
지난 1년간 시장직선제 수준으로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축소하고 준비해 온 도정과 행정체제개편위원회(행개위)가 조금은 당황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작년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분출해 온 주민자치 강화로의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직선이라는 지난날의 방책에 그대로 머물러 온 제주도정과 제2기 행개위의 민낯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국면이다. 탄핵정국 이후 다가올 제주의 미래 찾기에서 지방분권 강화가 그 하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장직선 구상은 너무나 옹색하고 이미 흘러간 물레방아 물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아 대처하지 못한 데서 온 것이기도 하다.  

4년 전 제1기 행개위에 참여할 때 필자는, 박근혜-우근민 정부가 시민참여 강화에 소극적일 거라는 생각으로 시장직선제가 그나마 실현 가능한 대안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직선이라는 낮은 수준의 행정개편 안마저도 이에 소극적인 우근민 지사와 민주당 제주도당 지도부간의 이몽동상으로 시장직선제 안은 중도하차 되고 말았다. 시장직선제의 가능성과 유용성에 대한 도민사회의 관심만 남긴 채. 이렇게 시장직선제 수준의 행정체제 개편 방향과 구상에 대해서는 이미 4년전에 대강 다 마련되어 있는 데도, 지난 1년 동안 또 다시 전문가 의견 청취니 도민의견 수렴이니 하면서, 갑론을박하고 시간만 축내는 걸 보면서,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향후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하여서는 더 많은 자치를 찾아나서는 3분 국회의원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야 할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좀 더 일찍 국회의원들이 나섰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다. 그래도 이제라도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남다른 열정과 헌신으로 제주(맞춤)형 특별자치의 가능성과 방안을 마련해 나가 주길 바랄 뿐이다. 더욱이 원희룡 도정도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그다지 행정개편을 통한 주민자치 강화에 열정을 갖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보였기에, 특히 오영훈-위성곤 두 소장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주지하다시피 제주도 행정체계에서 ‘사실상의 시군 폐지’는 노무현정부 때 준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를 제주도에 마련해 주겠다고 천명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필자처럼 특별자치 하자고 하면서 시군을 폐지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다는 보는 생각은 혁신안이라는 미명으로 주민투표에서 통과됨에 따라 더 이상 설 자리가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제주도민 사이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줄어든 주민자치를 어떻게든 넓혀 보고자, 기초자치 부활-대동제-시장직선제 등의 의견들이 마치 백가쟁명처럼 여기저기서 분출되었음을, 행정체제 개편에 조금만 관심을 갖는 도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지난 주 제주국제협의회(회장 강태선)가 마련한 ‘사회적 자본과 헌법 제1조’ 강좌에서 신용인 교수는 읍면동장 직선을 강력하게 주창하고 나섰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우리의 읍면동 보다 작은 구역에서 주민자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에 주목한 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바 제주도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지방분권을 되돌려 주겠다고 했으니, 이에 맞춰 풀뿌리 주민자치의 영역과 범위를 확대해 나가자는 제안이어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늦었다 할 때가 빠른 때라고 본다면, 마침 국회의원 3인이 공동 제언한 바처럼, 행개위는 이제부터라도 ‘더 많은 자치권 강화’에 집중할 때이다. 이와 관련 필자의 소박한 조언은 간단하다. 내년 지방선거 때 기존의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말고도 행정시장과 읍면동장 그리고 감사위원장 모두를 주민이 직접 뽑는 방향으로 주민자치권 강화를 하자는 것. 이는 자치 강화란 선거를 통한 주민의 개입 여지를 확대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보는 것을 뜻한다. 특히 감사위원장의 독립성 강화를 통해 제주 지방행정의 청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다른 지방에서는 찾기가 어려운 제주형 특별자치의 특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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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계승이자 보완일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의 제주특별자치에서 주민 배제가 아닌 개입 확대와 참여 증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제주특별자치의 출발은 헌법 제1조 2항에 명시된 바와 같이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더욱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시장과 읍면동장 그리고 감사위원장을 도지사의 임명이 아닌 4년 임기로 도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향으로 나갈 때, 비로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심 바랐던 제주형 특별자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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