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칼럼] '제주사회 개혁의 새로운 물줄기' 가늠자

요즘 술자리에서 심심지 않게 떠도는 유행어가 "견공(犬公)이나 우공(牛公)이나 거론되는 마당에, 나도 한번 출마해 볼까?"란다.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도지사·시장 재선거 및 보궐 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20여명이 넘는다는 얘기가 회자되면서 나오는 말이다.

'나도 한번'이란 말속에는, 능력이나 자질이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자·타천의 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을 비꼬는 냉소가 깔려 있다. 저런 사람들도 거론되는데 "나라고, 아니 당신이라고 못할 것이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이를 일반화시키면, 자칫 다가올 재·보선이 '정치의 희화화'를 부추기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하여 투표율 저하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리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 오히려 '나라도'에 함축된 의미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있다는 말이다. 국회의원이든, 도지사나 시장이란 직업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나 성역이 아니라 보통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의식을 심어 주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역에서 선거 얘기만 나오면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개혁적인지 아니면 지역사회를 위해 사심없이 봉사하던 인물인지 따지기 전에, 행정관료 출신이거나 정당인, 변호사, 교수, 경제인 등 이른바 엘리트 집단에 속한 사람들만이 마치 자격이 있는 것처럼 오도되는 현상이 많았다.

물론 이번의 경우에도 대부분 이런 부류에 속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는 한계가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지역사회의 지도자가 되기 위한 자격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부여된 것은 아니라는 의식을 도민들에게 심어 준 것은 이번 총선이 남긴 최대의 성과라 생각한다(이에는 예전과 달리 돈이 많이 들지 않는 개정된 선거법이 큰 몫을 했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겠다고 나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 도민을 우습게 알고 다시 권력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세력들이 불쌍할 뿐. 

아쉬운 것은 이 후보군들 중에 농민, 노동자, 도시서민 등 이른바 민중들을 대표하는 후보들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되지만, 조만간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뿌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민중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총선도 그랬지만, 다가올 6.5 재·보궐선거는 제주사회의 향후 정치기상을 알리는 나침반으로 '개혁의 새로운 물줄기'를 제주사회의 중심에 흐르게 할 것이냐 아니냐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자치단체장이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과 자질로, 도(시)정수행 및 통합조정 능력, 민주성과 개혁성, 일관성과 책임성, 성실성 등이 일반적으로 얘기된다.

이런 기준 외에, 거론되는 후보들 중 누가 진정 제주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능력과 정책, 도민사회의 대통합이라는 시대적 명제를 실천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사람인지 꼼꼼하게 체크하여 후회없는 선택을 해야 할 몫이 유권자인 도민들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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