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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박스 아라점 중간 관리직원들이 일시에 사표를 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메가박스 아라점이 있는 메가타워. ⓒ제주의소리
[단독] 직원들 “사내이사 아들 갑질 횡포” 무더기 사표 vs 경영진 “전혀 사실 무근...저의 의심”

제주에 있는 한 대형 영화관이 소속 직원의 무더기 사표로 영화상영이 갑자기 중단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그 배경에는 사내 이사 아들과 경영진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한 메가박스 아라점. 도내 영화관 가운데 가장 최신 시설을 자랑하며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다. 그런 메가박스 아라점이 지난 23일 오후부터 텅텅 비어있다. 

회계·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이사부터 부점장, 매니저(2명), 바이저(2명)까지 중간 관리직원 6명이 사표를 내고 출근하지 않아서다. 이들은 22일 일괄 사표를 쓰고 당일 저녁부터 발길을 끊은 상태다. 

회계·관리 이사는 23일 아르바이트생들과 잠시 마무리 업무를 한 뒤,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에 메가박스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내부 사정으로 잠시 영화 상영을 중지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길게는 영화관 개장(2013년 12월) 때부터 함께 해온 직원들이 이처럼 갑자기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표를 낸 이들 중간관리자 6명은 한 목소리로 사내 이사의 아들과 경영진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메가박스 아라점이 입점해 있는 '메가타워'는 주식회사 터칭이 소유하고 있다. (주)터칭의 모 사내이사 아들인 K씨는 올해 2월 1일부터 영화관에 출근했다. 직급은 바이저로, 관리직 중에서는 말단에 속한다. 직원들은 K씨가 바이저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장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K씨의 상급자인 A씨는 “K씨는 현장 업무에 대해서 모르는데도, 행동은 바이저가 아닌 흡사 사장인 듯 메아리(메가박스 아르바이트생)들을 대하고 지시했다. 그래서 K씨에게 여러 가지를 지적했다. 그런데 K씨는 도리어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관리자다’, ‘내가 (여기서) 나가는 게 빠르겠냐, 네가 나가는게 빠르겠냐’고 받아쳤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평소 K씨는 동료 직원과 메아리를 하대하듯이 행동했다. 출근도 정해진 대로 하지 않고, 메아리들에겐 ‘우리 집에 어떤 어떤 외제차가 있다’, ‘차량 관리사도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K씨의 어머니는 영화관 운영 업체 (주)터칭의 이사로 등록돼 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수개월째 이어졌고, 여기에 경영진 측의 사실상 ‘업무방해’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표를 낸 직원들의 주장이다.

B씨는 “5월 말부터 K씨는 일면식도 없는 재무팀장, 과장이라는 사람과 함께 등장했다. 근데 셋이서 좁은 사무실 원탁에 앉아 자기들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한동안 매일 나와서 똑같이 했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사실상의 업무방해나 다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애초 직원 6명은 지난5일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수리되지 않았고, 22일 관리이사라는 사람이 또 등장하면서 다시 한 번 사표를 제출해 지금에 이르렀다.

직원들은 첫 번째 사표 제출 이후 인수인계 작업을 경영진 측에 요구했지만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직원 C씨는 “5일 사표를 쓰고 나서 (새로 온)팀장이나 과장에게 인수인계를 해줄 것을 계속 요구했는데, 전혀 그럴 의사가 없어 보였다. 중간관리직 없이 아르바이트생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영화관 운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새로운 팀장, 과장이 직원봉급표 같은 운영 관련 서류를 요구해 제출했지만, 직원 채용이나 인수인계 절차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관리직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지 20일도 넘었지만 경영진이 안이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영업 중단 사태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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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부터 영업이 중단된 메가박스 아라점. ⓒ제주의소리

B씨도 “차라리 경영진이 처음부터 K씨에게 걸 맞는 직위를 부여했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이렇게 상황이 커지기 전까지 경영진측에 꾸준히 입장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일은 사람이 한다'는 걸 전혀 모르고 행동했다”며 “영화가 좋아서 일했던 사람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고 토로했다.

일련의 상황은 메가박스 아라점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터칭 주주들은 6월초 총회를 열고 대표이사이자 메가박스 아라점의 점장 역할을 하던 이모씨를 해임했다. (주)터칭 측은 "새로운 대표이사는 K씨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터칭은 영화관 내 스낵-음료 판매장을 '제주아라매점'이란 사업장으로 분리해 K씨를 개인사업자로 등록했다. K씨는 20대 초반의 나이다. K씨 가족은 (주)터칭 주식을 절반 이상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주)터칭은 새 직원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주)터칭의 사내 이사인 K씨 어머니는 직원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25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K씨에 대한 직원들의 주장은)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을 하다보면 차이가 있어서 서로 이야기는 나올 수 있어도 언론에 나올 정도는 아니”라며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새 관리이사는 "관리직원 6명은 22일 일괄 사표를 내고 통보도 없이 가버렸다. 이건 우리가 판단하기에 물러난 대표이사 이모씨와 의견을 맞춘 집단행동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직원들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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