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수필가 김길웅 씨가 <수필과 비평사>와 <좋은 수필사>에서 선정하는 ‘현대수필가 100인 Ⅱ’에 뽑혀 화제다.

김 씨는 43번째 수필집 《구원의 날갯짓》으로 100인 명단에 올렸다. 앞서 수필과 비평사는 수년 전 '현대수필가 100인 Ⅰ'을 선정해 작품을 펴냈고, 지난 2015년 김진악의 《안경잡이 전봇대》를 시작으로 두 번째 100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제주 출신 작가로는 지난 2015년 1월 오차숙 씨가 11번째 《밧줄 위에서 추는 춤》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수필과 비평사, 좋은 수필 발행인 서정환 씨와 현대수필가 100인선 간행 편집위원은 선정 기준에 대해 “작가의 문학정신 뿐만 아니라, 본사의 문학사적 기여 의지와 편집위원 제위의 수필문학에 대한 애정과 문인으로서의 양심이 함께 담겨 있음을 자부한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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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당시 북제주군 구좌면 세화리에서 태어난 김 씨는 1993년 ‘제주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수필과비평’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2005년에는 <심상>에서 시인으로 등단하는 등 필력을 자랑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 5부로 나눠 자신의 수필 40편을 실었다. 책에서는 평소 자신의 삶과 자신의 글쓰기를 차분히 되돌아보는 자세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로 이때입니다. 자판에서 일단 손을 떼면서입니다. 내 손이 무슨 힘에 이끌렸는지 갑자기 무릎을 탁 칩니다. 몸속의 세포란 세포들, 비몽사몽이던 것들까지 이 홀연한 파열음에 소스라쳐 깨어납니다. 팔딱거리는 감성의 인광(燐光)에 눈 비비며 감격하는 그것들, 끝내 환호성을 내어지릅니다.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나’입니다. 내가 감동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어깨 들썩이며 나는 방안을 배회합니다. 이런 뒤의 여운은 한나절로 이어져 하는 일들에 신명이 납니다.”

“앙금일 것입니다. 끊임없이 쓰는데도 단 한 켜 걷히지 않는 정신의 밑바닥에 고여 있는 앙금. 아직도 부글거리는 오래된 감정의 지저깨비들. 아무리 쓸고 쓸어도, 온몸으로 닦고 또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것들. 나는 이제 그들을 운명처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쓸 수밖에 없으니까, 쓰지 않고는 못 배기니까 쓰는 것이지요.” - <구원의 날갯짓> 중에서

저자는 지난 2013년 한국수필가연대 120인 대표 수필집 《마음에 머무는 이야기》(한강)에 작품 <주름>을 수록한 바 있다.

1999년 수필과비평상, 2003년 대통령 표창, 2006년 대한문학 대상, 2011년 한국문인상 본상, 2012년 제주도문화상 등을 수상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글의 깊이를 인정받고 있다. 

매주 한차례 <제주의소리>에서 제주어 속담으로 복잡한 세상 이치를 풀어내는 ‘김길웅의 借古述今(차고술금)’을 연재하면서 독자들에게 제주어의 담백한 매력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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