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_01.png
올해 하반기 문화예술진흥원장 개방형직위 공모...학예연구사·기획자 없인 취지 퇴색 우려 

올해 하반기부터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을 ‘개방형직위’ 외부 전문가가 운영할 예정인 가운데, 손발을 맞출 실무 직원이 없다면 개방형직위도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4일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 방향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는 문화예술진흥원장과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을 개방형직위로 찾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 2016년부터,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올해 1월부터 개방형직위로 원장(관장)을 뽑을 수 있게 조례(제주도 행정기구 설치 조례·시행규칙)가 바뀌었지만 실행되지 않다가 이번부터 적용된다.

전문가를 조직 수장으로 앉힌다는 구상은 전문성을 보다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학예연구사 혹은 공연기획 직원이 '한 명'도 없는 문화예술진흥원은 개방형직위의 취지가 제대로 발현되기 어려운 상태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학예연구사가 6명 근무하고 있다.

문화예술진흥원이 관리하는 ‘제주도문예회관’은 대극장(828석), 소극장(최대 170석), 전시실(749㎡·2개), 야외마당까지 갖춘 복합 문화시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전시를 자체 기획하는 인력은 현재 한 명도 없다. 일반 행정직 혹은 학예연구사 모두 올 수 있는 일명 ‘복수정원’ 자리가 1개 있지만, 이마저도 행정직 직원으로 채워져 있다. 때문에 지역 예술계에서는 문예회관 전시나 공연이 체계적으로 기획되지 않고, 지난 행사를 반복하는데 그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다. 

공연은 일부 공연, 영화, 소극장 연극 정도를 이어오고 전시는 청년작가전, 교류전을 매년 진행하는데 그친다. 개인, 단체가 신청하는 대관 행사가 나머지 대다수를 차지한다.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관도 중요하지만, 도민들이 보다 다양한 예술을 향유하고, 기획자도 양성하기 위해 제주도문예회관은 단순한 공간 제공 이상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더욱이 올해 말에는 272㎡ 규모의 전시실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어서, 전시실이 모두 3개가 된다.

특히 문화예술진흥원장을 개방형직위로 채용한다고 해도, 원장을 뒷받침할 실무 인력이 없다면 ‘개방형직위’를 도입한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높다. 이는 제주도립미술관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도립미술관은 직전 관장까지 학예팀 없이 운영됐다. 학예연구사는 있었지만 운영팀에 속해 온전히 본 업무에 매달리기 힘들었다. 이는 전국 지자체, 광역자치단체 미술관 가운데 유일했다. 비교적 전문성을 갖춘 미술 작가를 관장으로 임명해도 함께 손발을 맞출 학예팀이 없었기에, 사실상 제대로 된 미술관 운영이 어려웠다는게 중론이다.

제주아트센터와 서귀포예술의전당은 각각 공연기획자 1명씩을 두고 있다. 제주도문예회관의 경우, 대·소극장과 전시실 3개까지 여러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공연기획자 뿐만 아니라 학예연구사도 필요한 실정이다. 때문에 일단 하반기 인사에서 복수정원 자리에라도 필요한 인력을 투입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개방형직위로 새롭게 올 문화예술진흥원장이 인력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구상을 하면 그에 따라 인력 충원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