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줄서기 등 재연 우려…행정공백 불가피

제주도 공직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6·5 재·보선을 겨냥한 자치단체장과 고위 간부들의 잇따른 출마 선언으로 사상 초유의 행정공백과 함께, 공무원 선거개입 및 줄서기 등 해묵은 관행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10여년 동안 제주사회를 좌지우지 해온 전·현 지사의 '동반퇴장'으로 모처럼 맞은 도민통합의 기회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의'와는 무관하게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선출직까지 팽개치는 단체장들에게는 따가운 비판의 시선이 가해지고 있다.

우근민 전 지사의 지사직 상실로 방향타를 잃은 제주도정은 갈수록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정공백을 메워야할 핵심 간부들이 너도나도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후 권영철 행정부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그 다음 중책인 정무부지사와 기획관리실장마저 선거출마로 자리를 비우게 됐다.

이미 오재윤 전 기획관리실장은 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지사 출마를 공식화했고, 김경택 정무부지사도 4일 오전 열린우리당 후보로 재선거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정은 도지사와 정무부지사, 기획관리실장이 동시에 자리를 비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된다. 중심을 잡고 공직 내부의 동요를 막아야 할 인사들이 오히려 앞다퉈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자유도시 및 특별자치도, 행정계층구조 개편, 1차산업 회생, 지역경제 안정 등 산적한 현안 업무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김경택 정무부지사는 의회 및 대 언론 홍보 분야에 치중했던 과거 정무부지사와 달리 1차산업과 국제자유도시 업무까지 관장하는 중책을 부여받았다.

더구나 국가직 이사관 자리인 기획관리실장의 후임 인사가 지금 체제에선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어서 공직내부의 동요를 수습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외롭게(?) 도정을 이끌고 있는 권영철 행정부지사는 바로 이런 사정을 감안, 공무원의 선거 엄정 중립 등 혼란을 수습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핵심간부들이 잇따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공무원직장협의회가 2일 공무원 줄서기와 편가르기 등에 대해 엄중 경고를 보낸 것도 이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김태환시장이 2일 사실상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제주시정도 공백이 우려되긴 마찬가지다.

김 시장은 우선 자신을 '시장'으로 뽑아준 민의를 거스르게 됐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행정공백과 공직 내부의 동요다.

김 시장 자신도 이 점을 우려해 사퇴시기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퇴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그가 떠나고 난 자리에 김영준 부시장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제주시 역시 정, 부 단체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강상주 서귀포시장까지 도지사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내놓을 경우 제주도 공직사회는 온통 선거회오리에 휩쓸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도청 공직협은 "이번 만큼은 공무원 선거중립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선거에 개입한 공무원들은 지방행정에 결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짱을 놨다.

그러나 단체장과 핵심 간부들이 너도나도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는 마당에 단체장을 중심으로 이해가 얼키고 설킨 공직사회의 특성상 약효가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도청의 한 공무원은 "출마 자체를 나무랄순 없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중책을 팽개치고 출사표를 던지는 공직자들에게 한마디 묻고 싶다"며 "흩트러진 분위기는 누가 추스를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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