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을 훨훨 날 때까지 부디 무사히…"

▲ 출근길 주택가 골목에서 잡았습니다
출근길 주택가 골목에서 참새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철부지 유년시절엔 동무들과 함께 구워먹기까지 했던 낯익은 참새였습니다.
‘파드득’거리며 기껏 몇 미터를 날다가 추락(?)을 반복해서 아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 송현우 화백
그러나 호기심으로 생포를 하긴 했는데 나중에 골치를 좀 앓았습니다. 가만 보니 아직 깃털도 제대로 나지 않은 어린 참새더군요.
그대로 놓아두면 차량들이 오가는 골목길에서 비명횡사하거나 고양이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깃털이 완전히 생길 때까지 만이라도 기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슈퍼에서 좁쌀도 사고, ‘새집’을 삼을 박스도 구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사무실로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임시방편으로 새집 삼은 박스 속에 이놈을 가두고 좁쌀도 넣어줬는데 ‘짹짹’거리며 박스 속에서 계속 발버둥(?)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제딴엔 사각박스의 공간이 제가 의도하는 것처럼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 단지 구속과 절망의 공간이었을 터이지요.

▲ 사람이나 동물이나 특히 '어린이'들은 모두 다 비슷한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린 참새의 눈망울 역시 아이의 눈망울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할까 고민을 하는데 사무실 동료들의 의견은 ‘야생 상태로 그대로 놔주는 게 좋다’고 입을 모으더군요. 어떤 동료는 ‘술안주’이야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풀어줬습니다.

그런데 약간 놀랐습니다. 도망치려고 ‘발악’하던 이전과 달리 이외로 두려워하질 않더군요. 덕분에 '똑딱이 디카'의 한계를 극복하고 ‘야생 상태’의 참새를 ‘코 앞에서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놈을 놔주고 한참 뒤에 같은 장소에 가보니 보이질 않더군요.
창공을 훠이훠이 날 때까지 무사히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제대로 날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됐습니다.

▲ 깃털이 채 자라질 못했더군요.
▲ 직장 동료의 도움을 얻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 보슬보슬 솜털 같았습니다
▲ 여론(?)에 밀려 결국 이녀석을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 참, 야무지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 풀어주면 잽싸게 도망칠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이녀석은 이외로 덤덤합니다.
▲ 그새 이녀석도 저처럼 정이 든 걸까요?
▲ 졸린 건지, 죽어가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끔 눈을 감기도 하더군요.
▲ 부디 한낮의 '악몽'(인간에게 붙잡혔던 시간)은 잊고, 잘 자라서 두 눈 부릅뜨고 힘차게 날갯질하며 창공을 가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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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뉴스는 도깨비뉴스(www.dkb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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