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㊵ 메밀의 효능

삼복더위 문턱인 초복이 지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햇볕이 내리쬐어 땀을 흘리게 되는 낮에는 더운 음식보다 냉면과 같은 시원한 음식을 찾게 된다. 냉면도 좋지만 시원하면서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며 영양도 좋은 음식으로 메밀국수가 있다. 메밀국수를 삶아 멸치즙에 넣어서 먹어도 좋고, 희석한 간장을 찍어 먹어도 맛있다.

메밀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과거 흉년이 들었을 때는 이른바 ‘구황(救荒)’식품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맛도 쌀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근래 들어 식품과 관련한 건강이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메밀의 영양학적인 특성이 주목받고 있다.

메밀국수의 주요성분을 식품성분표에서 찾아보면 100g당 탄수화물(전분)70.2g, 단백질13.6g, 지질2.6g, 섬유소 0.4g, 칼슘25mg, 비타민 B1 0.27mg, 비타민B2 0.09mg, 니이아신 3.3mg등이다.

곡물이어서 주성분은 전분이지만, 단백질이나 섬유소, 비타민 B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단백질은 단백가(단백질의 영양가를 나타내는 값)가 72이상으로 백미와 같은 수준의 양질이다. 또 식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시스틴을 포함하고 있어 메밀은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섬유소는 변비를 없애고, 장내에 쌓인 유해물질을 배설하는 작용을 한다. 비타민B1은 조바심을 진정시키고, 육체피로, 구내염에 효과가 있으며, 만약 결핍되면 각기병이 생긴다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비타민B2는 ‘발육비타민’이라고 부를 정도로 발육성장에 필요하다. 비타민B2는 지질대사를 돕고, 거칠어진 피부나 피부이상에 효과가 있으며 눈이 피곤하거나 눈에 눈물이 고이는 현상을 낫게 한다.

또 메밀에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240mg이 들어있는데 모세혈관벽을 강화시키며 고혈압, 당뇨병, 노인성 치매 등에 예방효과가 있다.

최근에 알려진 연구결과 중 메밀에는 ‘저항성 단백질(resistant protein)’이라는 희소한 단백질이 있어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지방질을 많이 먹는 사람이나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섬유소가 필수이므로 메밀을 많이 섭취하기를 권한다.

메밀은 껍질에도 앞서 설명한 유효성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껍질을 벗기지 않고 이용하는 것이 좋다. 좋은 섭취 방법을 하나 설명한다.

1) 통메밀(100g)을 물(300ml)에 넣고서 1시간 담가뒀다가 끓을 때까지 가열한 다음, 물에 넣어 씻는다.
2) 마를 조그만 절구에 넣어서 갈아 낸다.
3) 오이, 양파, 토마토를 썰고 물과 소금을 넣는다.

▲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 세 가지를 섞어 마시면 된다. 메밀 속 비타민B1, 비타민B2, 나이아신, 루틴, 단백질은 절반 정도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국수를 끓인 물을 버리지 말고 함께 마시면 좋다.

뜨거운 여름의 한낮 더위를 피해 야외로 가는 것도 좋지만, 집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선풍기를 돌리며 온 가족이 식탁 주위에 둘러앉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얘기하며 메밀국수를 먹는 것도 좋은 피서일 듯 싶다.



▲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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