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연구센터 주관 11일간 규슈 일대 5개 현(縣), 3개 시(市) 방문...추가 조사 예정

제주도가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연행된 도민에 대한 일본 현지 조사에 나섰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는 7월 1일부터 11일까지 일본 하시마(端島)·군함도(軍艦島), 다카시마(高島) 탄광 등 규슈(九州), 쥬고쿠(中國), 간사이(關西) 지역 등을 방문해 조사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재일제주인의 이주경로를 바탕으로 실태 조사에 나섰고, 특히 강제동원지를 중점적으로 탐사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명단에서 추가로 밝혀내는 성과를 냈다. 특히 새롭게 밝혀진 제주인들은 행정자치부의 국가기록원 일제강점기 피해자 명부에도 없던 것으로 확인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연행된 한국인들은 일본 정부와 기업체가 운영하는 국내외 전쟁터, 군수공장으로 보내졌다. 군인, 군무원, 노무자(탄광광산·금속광산·토목건축·항만운송·기타 공장 등), 위안부 등 가혹한 역할이 주어졌다.

이번 현지조사는 일제강점기 재일제주인의 강제연행에 대한 역사적 고증 사업의 일환이다. ‘일제강점기 재일제주인 강제연행 이주경로 추적’이란 주제로 제주도 대외협력과가 지원하고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박찬식)가 주관해 추진한다. 실무진에는 다년간 제일제주인 연구를 진행한 고광명 박사(제주다문화교육·복지연구원 산하 재외제주인연구센터 소장) 등이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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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강제 연행으로 희생된 한국인들의 유골.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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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나가사키 지역에서 찍은 기념비.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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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너머 보이는 군함도.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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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저 탄광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제공=제주학연구센터. ⓒ제주의소리

고 박사에 따르면 강제 연행된 전체 재일한국인 노동자 수는 66만 7684명이다. 이중 많은 수가 탄광, 금속광산, 토건업, 기타 군수공장 등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희생됐다. 

2011년 12월 31일 기준, 강제동원 피해신고 접수는 22만 6638건으로 그 중 제주도는 2890건이다. 군인 423건, 군무원 527건, 노무자 1910건, 위안부 1건, 기타 24건, 미표시 5건이 접수됐다.

고 박사는 “현재 제주인 강제연행자는 국가기록원에 8715명이 등록됐다”며 “그러나 정확한 재일제주인 강제연행 노동자 수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재일한국인 일제 강제연행 연구와 조사가 일부 시행됐고, 광주시 남구와 광주시 의회가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전국 지자체 최초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현지 조사는 제주도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강제연행자와 강제연행으로 고통받은 도민들을 위한 활동이다. 1차에 이어 2차 조사는 도쿄 등 일본 간토(關東)·쥬부(中部)·도카이(東海) 지역, 3차 조사는 도호쿠(東北)·홋카이도(北海道)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조사진이 일본 고베(神戶)시에서 만난 히다 유이치(飛田雄一, 일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번 조사는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제주도 역사이지만 강제연행의 실상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현지조사는 큰 의미가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연구책임자인 박찬식 박사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강제연행 실태에 대해서는 일본 시민사회단체와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일부 밝혀졌으나 이것도 극히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의 자료 공개를 위해 새 정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일본 시민사회단체, 한일 양국의 연구자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재일한국인과 재일제주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활발한 조사활동과 관련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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